블랙 컨슈머, 그들의 행동심리 알아보니

2013. 11. 22. 10:3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최근 몰상식한 승객이 남의 자리까지 차지해 비행기 이륙 시간을 1시간 정도 지연시킨 일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죠. 항공사 규정의 빈틈을 노린 뻔뻔한 억지였는데요. 결국 뉴스에까지 나게 되었습니다.




[출처 - SBS]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24개월 이하 유아에겐 비행기 요금을 받지 않습니다. 공짜로 탑승합니다. 만약 빈 자리가 많으면 요량 껏 옆 자리에 앉혀도 무관합니다. 그런데 자리가 없으면 엄마가 안고 타거나 따로 아기 바구니를 받아서 그 곳에 앉혀야 합니다. 그런데 이 승객에겐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여름 휴가철이라 비행기에 자리가 없었답니다. 당시 24개월이었던 해당 아기는 당연히 아이 엄마가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남의 자리에 앉혀놓고 비켜주지를 않은 겁니다. 그 승객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비행기 표 끊을 때 항공사 직원이 옆자리에 아기 앉혀도 된다고 했다. 이 자리는 내가 보장을 받았기 때문에 비켜줄 수 없다. 자리 주인 문제는 항공사가 알아서 해라!‘


[취재파일] 스마트컨슈머? 그러다 '한국인 출입금지' (SBS, 2013-11-18)



승무원들, 그리고 공항에서 티켓팅하는 직원들까지 모두 그 승객 앞에 무릎까지 꿇고 50여분 동안 사정했지만 이 승객은 끝내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그 자리의 원래 주인은 자기 자리였던 비즈니스석을 포기하고 이코노미석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출처 - 국민일보]


이처럼 기업의 사소한 실수나 규정의 빈틈을 노려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고 억지를 쓰거나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을 '블랙 컨슈머'라고 합니다. 홈쇼핑을 중심으로 알려졌던 블랙 컨슈머가 이제는 항공사에 이르기까지 마수를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정상적이고 선량한 소비자인 '화이트 컨슈머'에게 까지 피해를 끼치는 이 블랙 컨슈머에 대해 신문 기사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블랙 컨슈머, 막무가내 욕설부터 황당한 보상요구까지


블랙 컨슈머들의 행태도 각양각색입니다만 가장 흔한 타입은 담당 직원의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잡거나 없는 사실까지 지어내 무리한 보상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B식품업체는 "'딱딱한 걸 씹어 이를 다쳤으니 주식 1만 주를 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C패스트푸드업체는 "5년 전만 해도 배상액으로 수십만원을 달라는 사람이 많았는데, 최근엔 청소년이 매장을 찾아와 1억원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D은행 경기 북부의 한 지점에는 황당한 민원이 제기됐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현금자동지급기(ATM) 소독 상태가 불량해 모기에게 물렸으니 ATM 관리업체가 사과문을 쓰고 사례품을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은행 측이 확인했더니 이미 몇 차례 민원을 제기해 사은품을 받은 고객이었다. 은행은 민원을 단순 불만 사항으로 처리하고 종결했다.


서울의 한 은행 지점에선 '끝자리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도 있었다. 예금을 찾을 때 "3만9원을 인출해 달라"고 요청한 뒤 은행 직원이 3만10원을 주면 정확하게 지급하지 않았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고객은 "담당자는 반성문을 쓰고, 지점장은 사과하고, 좋은 지적을 한 내겐 사은품을 달라"고 요구했다.


"못참겠습니다, 고객님" 블랙컨슈머에 관용은 없다 (조선일보, 2013-01-08)



이처럼 블랙 컨슈머들은 담당직원의 실수를 꼬투리 잡아 불가능에 가까운 일처리를 요구하며 자신의 욕심을 채웁니다. 이는 각 기업 담당자들의 감정 노동으로 이어지며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는데요. 상대가 어찌 되든 나만 좋고 이익 보면 됐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블랙 컨슈머가 고의적으로 낸 악성 소문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사례들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죠. 블랙 컨슈머는 바로 이 지점을 노립니다.




진화하는 블랙 컨슈머, 카페에서 비법 공유까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블랙 컨슈머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지경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해외에서까지 밉상 짓을 벌여 한국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데 한몫하고 있다고 하는 군요.




[출처 - 머니투데이]



1. '무료 서비스는 내 것!'

 동남아 발리 해변가 멋지죠. 언젠가부터 한국인 관광객이 발리 참 많이 갑니다. 발리 해변가에 위치한 몇몇 호텔들은 바닷가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정자(가제보)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이게 원래는 무료였답니다. 그런데 언젠가 한국 여행 관련 카페에 '나도 정자(가제보)를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다' 식으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군요. 아침 6시 해변 문 열때 가서 짐을 올려두고 자리를 맡은 뒤, 해변가 문 닫는 시간까지 쭈욱 쓰면 된다는 내용으로요. 그랬더니 너도 나도 아침에 나가서 자리를 맡았기 시작 했답니다. 쓰든 안쓰든 말이죠. 어떻게 됐겠습니까. 다른 나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텔에 항의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아니, 도대체 저 정자(가제보)는 사람도 없는데 왜 계속 자리가 차 있느냐고요. 호텔 측이 조사에 나섰고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리를 맡아 놓고 비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턴 이 정자(가제보)가 유료로 전환이 됐다고 합니다.


 2. '수영장 장사'

 이런 사례도 있답니다. 싱가폴에 고급 호텔이 하나 있는데, 여기가 수영장이 아주 근사하다네요. 그런데 숙박비가 비싸다네요. 수영장은 당연히 호텔 투숙객만 사용할 수 있죠. 그런데 이 호텔에 투숙하는 몇몇 한국인 관광객이 자기가 받은 수영장 카드키를 다른 호텔에 묵는 외부 관광객에게 돈 받고 빌려준다는 겁니다. 이런 정보가 또 '숙박 안하고 싼 값에 수영장 이용하는 법'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돌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수영장 열쇠를 놓고 장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네요. 지금 이 문제는 현지에서도 시한폭탄이랍니다. 호텔측이 정식으로 조사에 나서면 정말로 한국인 투숙은 받지 않는다고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여행사 측은 그저 전전긍긍이었습니다.


[취재파일] 스마트컨슈머? 그러다 '한국인 출입금지' (SBS, 2013-11-18)



외국호텔에서도 거짓 컴플레인을 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받으려는 블랙 컨슈머들. 그 억지 노력이 가상하기까지 합니다. 이 때문에 외국 일부 호텔이나 점포들은 한국인을 받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밝히거나 방이 있어도 한국인에게는 만실이라고 얘기한다고 하네요.




[출처 - SBS]


블랙 컨슈머 문제의 가장 심각한 점은 정상적인 소비자들에게 까지 그 피해가 간다는 것입니다. 외국 호텔 직원들이 호텔 수영장에 입장하려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상황이 그 예죠. 그래서 원래 무료였던 서비스가 유료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는 소비자 가격 상승을 불러옵니다. 결국 다른 소비자들이 '블랙 컨슈머 처리 비용'을 떠맏게 되는 거죠. 소비자 가격 상승은 일반 소비자들은 물로 기업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일인데요. 그래서인지 블랙 컨슈머에 대한 기억의 대응이 예전에 비해 많이 엄격해졌습니다.




손님은 왕이다, 하지만 폭군은 왕이 아니다




[출처 - 조선일보]


블랙 컨슈머가 활개를 치게 된 데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기업의 안이한 대처도 한 몫 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블랙 컨슈머에게 부당한 요구를 경험한 기업 203곳을 상대로 설문을 한 결과 무려 84%가 그 악성 불만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고객 대응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하나 우는 애 젖 물리는 식의 대응을 하기 때문에 블랙 컨슈머들이 오히려 기고만장해지는 결과를 불러왔죠. 기업들도 이를 깨닫고 법과 원칙에 입각해 블랙 컨슈머에 대한 대응지침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B사는 상담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폭언 또는 성희롱을 하는 고객과는 통화를 끊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과거에는 어떤 경우라도 고객의 전화를 먼저 끊지 못하도록 서비스정책을 펼쳤으나 이를 악용하는 블랙컨슈머가 늘면서 콜센터 직원들에게도 '끊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 성희롱이나 욕설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상담사가 특정 버튼을 누르면 법적조치 관련 ARS(자동응답전화) 안내가 나가고 바로 전화가 끊기는 형태다. 


블랙컨슈머 통화내용·CCTV로 심판대에 세운다 (머니투데이, 2013-11-13)



이와 동시에 대부분의 블랙 컨슈머 사례가 판매사원의 취급주의 공지 여부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영수증과 함께 이를 인쇄하여 나눠주고 확인하게 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다수 화이트 컨슈머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부 블랙 컨슈머들. 감정상하고 비용만 증가시키는 그런 노하우가 아니라 진짜 스마트컨슈머가 될 수 있는 알짜배기 정보들을 찾아내고 공유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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