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녹여주는 길거리 음식, 과거와 비교해보니

2013.11.28 07:30다독다독, 다시보기/생활백과





본격적인 강추위와 첫눈 소식까지 들리며 겨울이 한층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끼는 요즈음, 올 겨울은 여느 해보다 더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를 대비해 벌써부터 핫팩과 손난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코끝이 빨개지는 추운 겨울하면 여러분은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얼굴 반쯤까지 칭칭 감는 따뜻한 목도리? 친구와 하얀 눈밭에서 벌이는 눈싸움? 


그 중에서도 역시 겨울하면 추위를 단번에 녹여주는 길거리 음식을 빼놓을 수 없죠. 모락모락 김나는 뜨끈한 어묵 국물부터 호호 불며 먹는 뜨끈한 군밤, 군고구마까지!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는 겨울철 길거리 음식은 시대별로 다양한데요. 오늘 다독다독에서는 신문기사를 통해 과거에는 어떤 겨울철 길거리 음식이 인기를 누렸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과거에도 불꽃 튀는 경쟁! 군밤 vs 군고구마


귀까지 덮는 특유의 모자를 쓰고 군밤을 파는 '군밤 장수'. 골목 어귀마다 연탄불에서 익히는 군밤 냄새는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멈추게 하는데요. 맛도 일품이지만 군밤이 든 따뜻한 봉지를 들고 있으면 얼어붙은 손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답니다. 그런데 군밤 장수가 50년대에도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출처 - 경향신문]



군밤 장수가 거리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톡톡-' 튀는 군밤 냄새가 싸늘한 가을 공기 속에 엷게 퍼져나가고 있다. "낮보다는 밤에 더 잘 팔린다"는 군밤장수 할아버지의 말은 밤의 풍경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군밤은 가을이 깊어감을 일깨워 주고 있다. 

등장한 군밤장수 (경향신문 1957.09.26)



군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경쟁상대가 있죠. 바로 군고구마입니다. 고구마는 저칼로리에 각종 비타민과 식이섬유소 함량이 높아 건강식품으로 각광 받는데요. 건강식품 고구마의 인기는 현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신문 기사가 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군밤의 인기를 위협하는 군고구마에 대해 언급하며 군고구마를 먹는 소년의 모습까지 함께 담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뜨끈뜨끈한 고구마요! 고구마- 달고 뜨끈한 군고구마요!" 신나게 외치는 아저씨의 타령이 도심지에 퍼진다. 아침저녁이면 제법 겨울 맛이 톡톡히 나는 십일월의 싱순. 아스팔트 굳은 인도 위에 오가는 시민구의 후각에 들수한 콧요기를 제공하는 고구마 장수의 손이 바야흐로 바빠지는 한철이다. 


군밤 장수를 은근히 제압하는 듯 "계절의 총아" 즉석 고구마는 생산과정이라든가 제조과정이 순 한국적이어서 더욱 좋다. "국민 보건 상 길거리의 고구마는-" 하면서 취재하러들 보사부관리도 없을뿐더러 구태여 ‘교통방해’ 운운해서 쫓으려는 몽둥이도 없는 그 존재가 또한 멋이 있다. 


군고구마와 小年 (경향신문 1960.11.05)



카메라에 담긴 소년의 모습만 봐도 그가 얼마나 뜨거운 고구마를 먹고 있는지 느껴지는데요. 입에 군고구마를 넣으면서도 시선은 계속 군고구마 통에 향해 있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여기서 잠깐! 군밤과 군고구마는 북한에서도 판매되고 있을까요? 




[출처 - 노컷뉴스]


사진과 같이 매년 겨울철이면 평양 곳곳에 군밤, 군고구마 판매점이 문을 엽니다. 대개 10월부터 4월까지 운영하는 이 판매점은 남한과 달리 마치 매점처럼 가두 판매대를 설치해 음식을 팔고 있는데요. 비록 파는 모습은 다르지만 군밤과 군고구마를 먹기 위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주민의 모습을 보니 군밤과 군고구마의 인기는 어디를 가나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




수능 합격기원 찹쌀떡, 겨울 대표 먹을거리였다고?


수능 시험이 다가오면 수험생들에게 꼭 붙으라는 의미로 찹쌀떡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에게 응원 선물이 된 찹쌀떡이 과거에는 겨울철 인기 먹을거리였는데요. 먼저 찹쌀떡 장수가 처음 나왔을 때의 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통행금지시간에도 다닐 수 있는 것은 오직 자동차뿐인 줄만 알았더니 요즘 이 시간이 되면 괴상한 찹쌀떡 장사가 횡행을 하고 있다. 통행금지로 인적이 고요한 거리로 찹쌀떡을 사라고 구성지게 외치고 다니는 떡 장사. 이 떡을 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통행금지시간에만 횡행(경향신문 1947.04.19)



처음에는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찹쌀떡 장수의 외침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겨울밤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방안에 앉아있으면 골목 밖을 지나는 찹쌀떡과 메밀묵 장수의 구성진 목소리는 한국 겨울밤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인간의 목소리다.


찹쌀떡 (경향신문 1976.01.24)



그렇다면 찹쌀떡 장수는 찹쌀떡을 어떻게 들고 다니며 팔았을까요?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기철이와 기영이 형제의 성장이야기를 담은 만화 '검정고무신'에서 찹쌀떡 장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검정고무신,한겨울의 트위스트]


위 사진처럼 찹쌀떡 장수는 어깨에 찹쌀떡이 담긴 상자를 메고 겨울 밤 골목을 돌아다녔습니다. "찹쌀~떡!"하는 큰 외침과 함께 말이죠. 현재는 제과점에 들러야 맛볼 수 있는 찹쌀떡을 “찹쌀~떡!”이라는 외침과 함께 먹을 수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쉽네요.




이런 호떡 처음이야! ‘중국 호떡’의 등장


부산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손꼽히는 남포동 국제시장의 '씨앗호떡'. 겉은 보통 호떡처럼 튀긴 밀가루 떡이지만 그 안을 열어보면 호박씨와 땅콩, 해바라기씨 등이 가득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 만점인데요. 보통 호떡과 다른 신선함으로 눈길을 끈 씨앗호떡처럼 과거에도 새로운 호떡이 등장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고 합니다. 



올 겨울 최대 유행은 '중국호떡'. 기름을 바르지 않고 굽기 때문에 바삭바삭한데다 맛이 좋다. 개당 500원으로 일반 호떡에 비해 비싸지만 기름과 설탕을 덕지덕지 바른 것을 싫어하는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


와플. 크레이프 사라지고 중국호떡. 떡꼬치 등 인기 (경향신문 1996.1.22)  



또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옥수수에 버터를 발라 구운 '옥수수 버터구이'와 연탄불에 굽지 않고 뻥튀기 기구에 넣어 굽는 새로운 방식의 군밤이 등장해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핫도그는 어묵에 갖은 야채를 넣어 튀긴 핫바와 소시지만 튀긴 소시지바로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하네요.




붕어빵의 원조, 풀빵


붕어빵과 잉어빵, 그 원조는 과연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일명 국화빵이라고도 불리는 풀빵은 붕어빵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풀빵의 이름은 가난한 시절 밀가루를 묽게 풀처럼 반죽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출처 - 검정고무신, 따뜻한 겨울] 


앞서 봤던 검정고무신 만화에서도 풀빵이 등장합니다. "맛있는 풀빵이요~ 10원에 세 개! 따끈따끈한 풀빵!"이라고 풀빵 장수가 외치자 기영이와 친구들은 따뜻한 풀빵을 먹기 위해 달려가는데요. 80년대 기사를 찾아보니 과거와 달리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풀빵을 그리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차가워지자 시장 모퉁이에 붕어풀빵장수가 등장했다. 눈물겹던 어린 시절이 절로 생각나 색다른 감회로 붕어풀빵장수를 바라보았다. 군것질할 여유가 없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그때의 풀빵을 정말 맛있었다. 붕어풀빵, 국화풀빵, 바나나풀빵 등 굽는 판 모양대로 이름을 붙인 싸구려 밀가루 빵이었지만 맛은 요즘 제과점 빵에 못지않았다.


어린 시절 풀빵 맛(동아일보 1989.11.20)



밀가루 안에 팥을 넣어 팔던 풀빵은 이제 겉모습이 붕어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팥이 아닌 피자나 슈크림 등을 빵 속에 넣는 등 앙금의 종류도 다양해졌는데요. 심지어 붕어빵 형태의 아이스크림까지 등장해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던 겨울 길거리 음식도 잠시 그 인기가 주춤한 때가 있었습니다. 90년대 후반 IMF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인데요. 



잠시 추위를 잊고 맛을 음미하는 `붕어빵'과 호떡을 이번 겨울에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붕어빵과 호떡 장수가 IMF한파 후 불어 닥친 밀가루, 설탕 등 생필품 사재 바람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


붕어빵과 호떡의 재료인 밀가루와 설탕 구하기가 요즘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고 노점상들은 말하고 있다. 그래서 붕어빵 또는 호떡 장수 대부분은 아예 노점을 열지 못하거나 업종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IMF한파, 붕어빵․호떡 장수도 된서리 (연합뉴스 1997.12.24)



여기서 길거리 음식의 생존 여부가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상황에 따라서도 결정됨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맛은 똑같지만 크기를 작고 아기자기하게 만든 미니 붕어빵부터 기름기를 쫙 뺀 화덕 호떡, 매콤한 맛을 더한 고추 어묵까지 이전에는 보지 못한 길거리 음식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겨울철 길거리 음식의 진화는 늘 현재 진행형이네요.


앞으로 어떤 길거리 음식이 새롭게 만들어 지고 또 어떤 길거리 음식이 사라지게 될까요? 아마 10년 뒤에는 현재의 길거리 음식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맛도 모양도 새로운 일품 먹을거리가 등장하지 않을까요? 추운 날씨에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은 친구들과 겨울철 길거리 음식을 맛보며 언 몸을 따뜻하게 녹여보세요^^




©다독다독



  • 프로필사진
    슬픈현실2014.05.22 17:28

    반대로 길거리음식이 존재하지않는 나라는 르완다라고 하는 나라인데...! 이나라는 놀랍게도 길거리음식을 왠만하면 안판다고 르완다 거주 교민들이 그런말씀을 하시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