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따뜻한 나눔, 우리나라 기부 문화 살펴보니

2013. 12. 20.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반가운 모습이 눈에 띕니다. 바로 ‘구세군 아저씨’인데요. 빨간 코트와 빨간 냄비가 정겹게 느껴집니다. 고사리 손으로 천 원, 이천 원씩 기부를 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며칠 전 익명의 후원자가 구세군 자선냄비본부에 1억 원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 후원자가 구세군 모금 계좌로 이체한 금액 중 역대 최고액이라고 하는데요. 구세군 측은 익명의 후원자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누구인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연말이 되면 따뜻한 나눔을 베푸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나눔 행렬 덕분에 겨울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지는데요. 오늘은 연말이면 찾아오는 따뜻한 나눔, 기부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기부자들의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일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내 기부를 약정한 고액 기부자 모임을 말합니다. 미국의 개인 기부비율이 80%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부비율은 35%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하여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현 차원에서 지난 2007년에 모임이 창설되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날 400번째 회원을 맞이한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7년 12월 설립됐다. 우리나라의 개인 기부 비율은 35%. 80%가 넘는 미국 등 기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부문화 활성화 프로젝트다. 사회지도층의 고액 기부를 통해 개인의 기부를 이끌어 내자는 취지다.


기부가 기부를 낳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중앙선데이>,2013.12.15



최근 워런 버핏이 자신의 재산 중 약 85%인 739억 달러(약 39조원)를 내놓기로 해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기부행렬을 이어갔죠. 워런 버핏의 예처럼 아너 소사이어티 역시 ‘기부는 또 다른 기부를 낳는다.’는 신념 아래 기부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립 6년 만에 회원 수가 400명이 넘었고 부부가 함께 하거나 혹은 일가족 모두가 회원이 되기도 하면서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지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뛰어넘은 다양한 기부자들





위에서 소개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의 직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기업인이 56.6%로 가장 많습니다. 말 그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모임인데요. 하지만 연말 뉴스를 살펴보면 열심히 돈을 모아 매년 여러 단체에 기부를 하는 날개 없는 천사도 많이 등장합니다.


사실, 진정한 기부는 내가 많이 가지고 있을 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게 조금밖에 없어도 가진 것을 쪼개어 더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행위죠. 자신도 힘들지만 더 힘든 사람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세상 어느 것보다도 값지게 다가옵니다.


지난 11월 청주시의 한 시장에서 수십 년간 노점상을 하는 팔순의 할머니가 한 단체에 찾아가 ‘어려운 곳에 잘 써 달라’며 1억 원이 든 봉투를 건넨 훈훈한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또한 매해 이맘 때 쯤 동사무소 앞에 누군가 익명으로 기부금을 놓고 갔다는 소식이 올 해에도 어김없이 들려오고 있지요. 이밖에도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마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도 넓은 기부자의 소식이 전국 각지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22일에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청에 한 독지가가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지인을 통해 2000만 원을 기탁했다. 또 21일에는 힘들었던 유년 시절을 극복하고 소규모 자영업체 사장으로 성공한 한 익명의 기부자가 “어린 시절 받았던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다”며 경북 포항시 북구 중앙동 주민센터에 연탄 1000장을 기탁했다. 


“제 이름은 비밀로”… 전국 곳곳에 ‘얼굴없는 기부천사’ -<문화일보>,2013.11.25




연말에 기부자들이 몰리는 이유 그리고 다양한 이색 기부 방법


그렇다면 왜 이런 따뜻한 나눔 행사는 연말에 집중되는 걸까요? 연말연시 집중되는 모금활동은 연말을 맞은 시민들의 정서와 수년에 걸쳐 확립된 연말 기부 문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기부단체에 따르면, 사람들이 연말을 마무리하며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눈길을 주게 되고, 자연스레 기부가 느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합니다. 구세군 자선냄비 단체의 경우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12월 기부문화’를 이끌며 ‘겨울은 기부의 계절’이라는 인식을 자리 잡게 했습니다.



연말연시 집중되는 모금 활동은 연말을 맞은 시민들의 정서와 수년에 걸쳐 확립된 연말 기부 문화에 맥락이 있다. 공동모금회는 "연말 모금 캠페인은 추운 날씨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생각하는 국민의 정서가 고려돼 시작 시기가 정해진다"며 "관례적으로 12월 1일 시작되고, 최근 빨라지는 추위에 모금시점이 당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해 농사 시작…'기부'는 왜 연말에 집중?-<머니투데이>,2013.11.30



최근 ‘겨울 기부시즌’이 시작되며 경제 한파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기부문화가 이색 캠페인을 통해 다시 활발해졌는데요. 


구세군 아저씨의 빨간 자선냄비가 ‘디지털 자선냄비’로 탈바꿈하여 신용카드 결제 모금을 유도한다거나, 인터넷 사이트 업체들이 SNS를 통해 이슈를 알릴 때마다 기부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그 예입니다. 어떤 기업은 키싱트리 안에서 연인이 키스를 할 때마다 1004원의 기부금이 자동으로 적립되는 특별한 방식의 기부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한 점자책 출판사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 네임표를 만들어 비시각장애인이 이를 구매하면 구매한 만큼 시각장애인에게 무료로 네임표를 배포하는 기부행사도 열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이에 사회적기업 도서출판 점자(www.kbraille.com)가 점, 묵자 네임택 스티커를 출시하고 이색 사랑나눔 이벤트를 실시한다. 비시각장애인들이 점, 묵자 네임택 스티커를 구매하면 똑같은 제품을 차상위계층 시각장애인에게 전달하는 ‘이름표를 붙여줘’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


도서출판 점자 연말 이벤트로 ‘색다른 나눔, 기부’-<스포츠한국>,2013.12.18



과거에는 주머니 속의 작은 돈들이 자선냄비 안에 차곡차곡 모여 ‘사랑의 온도계’가 1도씩 올라갔습니다. 최근엔 전통적인 기부방법 외에 기발하고 다양한 기부 아이디어들이 등장하며 사회를 한 층 더 따뜻하게 합니다. 이러한 행사들은 기부가 결코 어렵운 게 아닌, 일상에서 얼마든지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지요.


현재 전국 곳곳에서 많은 기부자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며 추운 겨울을 녹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여전히 많습니다. 너무 많은 걸 베풀 필요는 없습니다. 가진 것이 조금이라 할지라도 일단 어려운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지요. 이 따뜻한 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