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만 느껴지는 시(詩), 가까워지는 방법

2014.01.10 10:08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옛날 우리 조상들에게 시는 놀이와 풍류의 일부였습니다. 하지만 ‘빠름~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시는 어렵고 지루한 존재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 배경엔 시험을 보기위해 시어의 숨어 있는 뜻을 외우다 지쳐버린 경험도 있겠지요. 시험이라는 목표에서 벗어난 후엔 학창시절 행, 연 별로 분석하던 습관을 고치지 못해 시의 언어가 가진 순수성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시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 읽기. 쉽고 지루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멀게만 느껴지는 시와 친해지는 방법! 다독다독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짧은 시부터 읽어보자


김소월의 「진달래꽃」, 윤동주의 「서시」, 김춘수의 「꽃」. 국민 애송시 1~3위를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교과서에서 많이 접한 유명한 시이지만 간단히 읽고 외우기엔 조금은 긴 시 인데요. 한 두 문장으로 긴 시 보다 큰 감동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짧고 굵은 시도 많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가장 널리 알려진 짧은 시는 바로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일 텐데요. 단 세 줄이지만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짧지만 강렬한 시입니다. 이 외에도 나태주 시인의 「풀꽃」, 정현종 시인의 「섬」, 황지우 시인의 「묵념 5분 27초」, 조병화 시인의 「천적」등 쉽고 간단한 시가 많이 있습니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묵념, 5분 27초

             - 황지우 -







천적

               - 조병화 -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거다



황지우 시인의 「묵념 5분 27초」라는 시는 제목만 있을 뿐 그 내용은 빈 종이만 보입니다. 제목의 5분 27초는 5.18 민중항쟁 최후의 보루였던 전남도청이 진압되던 5월 27일을 의미합니다. 비록 아무 내용도 없지만 독자에게 그날 광주에서 쓰러져간 열사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멋진 시 입니다.




[출처 - 하상욱 트위터]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 하상욱 단편시집 ‘부모마음’ 中에서-



유안진 시인의 「옛날 애인」이라는 시는 ‘봤을까? / 날 알아봤을까?’ 라는 단 두 줄로 헤어진 연인과 우연히 스치며 지나갈 때의 심정을 생생하게 나타내는데요. 요즘 SNS상에서 가장 핫한 시인인 하상욱의 시가 이와 비슷합니다. 시는 딱딱하고 어려워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일상속의 사소한 감정을 표현해 젊은 층의 공감을 얻으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요. 그의 시집 ‘서울시’ 특유의 일상에서 우러나는 위트와 약간의 ‘돌+I 기질’은 젊은이들을 시의 세계로 끌어당겼습니다. 물론 재미만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SNS 강박증, ‘효’의 실종 등을 풍자하는 골계미를 추구하며 우정, 사랑 등 잊고 지내던 소중한 것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짧지만 창의적이고 예쁜 시 한줄 외워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표현해 보아도 좋겠죠?




시, 읽지 말고 부르자


시 읽는 일이 지루하고 따분했다면 시어 한 글자 한 글자에 음정을 붙여 만든 ‘시노래’를 들으며 즐길 수 있습니다.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시노래’는 마야의 ‘진달래꽃’ 일 텐데요. 이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으로 만든 노래입니다. 이 노래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시 「진달래꽃」 또한 온 국민이 외울 수 있는 작품이 됐습니다. 이처럼 시를 여러 번 낭송하는 것보다 노래로 접하면 시를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 시로 만든 노래들 >


동요 - 엄마야 누나야 [노래듣기]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로 시작하는 이 노래. 김소월 시인의 시 「엄마야 누나야」로 만들었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1922년에 발표된 이 시는 작곡가 안성현이 동요로 재탄생시켰는데요. 자연을 동경하는 순수한 시가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과 만나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가곡 - 향수 [노래듣기]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도 실려 널리 알려진 작품인데요. 1927년 발표된 이 시는 작곡가 김희갑에 의해 가여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최근엔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서 가수 성시경과 이승기가 시골 작은 마을 음악회 때 불러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후렴구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한가득 묻어납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젊은 세대에게 아련한 시골의 향기를 전해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쿠스틱 - 그리운 나무 [노래듣기]


김소월과 정지용 같은 일제강점시대의 시인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와 같은 시기를 살아가는 시인의 작품으로 만든 노래들도 많이 있는데요. 「저문 강에 삽을 씻고」로 유명한 시인 정희성의 시로 만들어진 「그리운 나무」도 그 중 하나입니다. 2013년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에는 가수 백자가 곡을 붙였는데요. 잔잔한 기타선율에 젖어 노래를 듣다보면 시에 줄치며 공부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 뜻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호승 시인의 시로 만들어진 노래만을 모아놓은 가수 안치환의 9.5집 ‘정호승을 노래하다’, 김광석의 ‘타는 목마름으로’, 고은 시인의 시로 만든 김민기의 ‘가을 편지’ 등 시로 만들어진 노래가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노래를 듣고 흥얼거렸을 뿐인데, 시 한편이 외워지는 놀라운 경험! ‘시노래’와 함께하면 이루어집니다.^^




신문으로 만나는 시





짧은 시와 노래를 통해 시와 친숙해졌다면 매일 아침 신문에 실린 시를 한 편씩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 여러 신문이 지면 한쪽에 시 한편과 짧은 코멘트,  그림을 싣고 있는데요. 시집을 사서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매일 여러 시인의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신문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굳이 종이신문을 구독하지 않아도 각 신문사의 앱을 통해 시와 함께 아침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느림과 순수함의 미학이 사라져 가는 요즘. 다가오는 새해 연하장에 좋은 시 한 편 적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달리는 통근 지하철 안에서 ‘오늘의 시’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따뜻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