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4. 11:13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세상이 모두 멸망하고 나 홀로 살아남는다면 과연 스스로 무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상상 해 보셨나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TV나 냉장고는 고사하고라도 불이나 혼자 제대로 피워 낼 수 있을까요? <정글의 법칙>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막대기 마찰로 불을 피워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종종 나오는데요. 그런 고생을 일부러 사서 한 사람이 있습니다. 혼자 힘으로 토스터기를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다는데요. 이름하여 <토스터 프로젝트>(뜨인돌)입니다.
[출처 - 교보문고]
디자인을 공부하는 영국의 이 젊은 예술가는 자연에서 원료를 구해 직접 맨손으로 토스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시중에서 파는 토스터를 분해했더니 무려 404개의 부품이 나왔다. 우선 토스터의 뼈대를 구성하는 철광석부터 찾았다. 이제는 더 이상 채굴을 하지 않고 관광지로 변한 한 철광산에서 그는 전직 광부에게 40㎏의 철광석 덩이를 얻었지만 이것을 어떻게 제련해야 할지 난감했다. 수소문 끝에 전자레인지에 단열재를 덕지덕지 붙인 제련법으로 동전만 한 크기의 질 낮은 철 하나를 생산했다. 이후 그는 “도시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가로등과 배수관 덮개 등에 압도됐다”고 고백한다.
[경향신문 2012-07-14] 9개월간 200만원 들여 만든 토스터
우리의 주인공은 수많은 재료 중 대충 추리고 추려서 강철, 운모, 플라스틱, 구리, 니켈만을 이용해 토스터기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원칙은 첫째 시중에서 파는 토스터기와 유사해야 한다, 둘째 모든 부품을 맨손으로 만든다, 셋째 가내수공업으로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철은 여차저차 만들어냈다 해도 무엇보다 문제는 플라스틱이었습니다. 이 플라스틱이란 것을 인류가 만들어낸 지는 고작 100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철이 기원전 4000년부터 이용돼 왔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나게 고도의 기술인 셈이지요.
개인이 혼자 만들기에는 복잡한 화학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습니다. 녹말로 만들어보기도 하지만 실패를 거듭합니다. 그러다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찾아가서 힌트를 얻습니다. 집 근처를 둘러보고 깨진 노란색 플라스틱 욕조와 흰색 보행기를 주워 와 망치로 부순 뒤 낡은 통조림 안에 놓고 바비큐 그릴 위에서 가열했습니다. 액체 상태가 된 플라스틱을 나무틀에 넣고 부어서 몸통을 완성합니다.
저자가 토스터기를 만드는 과정은 참 우스꽝스럽습니다. 농담 섞인 저자의 말투가 뒤섞여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웃다가 찬찬히 뜯어보면 씁쓸한 지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에서는 우리가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서 재활용을 하더라도 조금씩 불순물이 섞일 수밖에 없어 재료의 질은 점점 하락하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재생용지가 원 종이보다 거친 것처럼요. 결국 재활용을 거듭해 최후에 만든 물건은 재활용조차 불가능해 쓰레기장으로 직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리를 채취하러 갔다가는 구리광산 때문에 산성수로 오염된 주변 환경을 보게 되고요.
9개월간 모두 1187.54파운드(약 200만원)를 써서 만든 22개의 부품으로 완성한 토스터는 어떻게 됐을까요? 안타깝게도 단 한 장의 빵도 구워내지 못하고 연기를 피우며 녹아내립니다. 당초 우리의 주인공이 모델로 삼은 토스터기는 3.94파운드, 우리 돈으로 7000원쯤 하는 ‘아르고스 밸류 레인지2-슬라이스 화이트 토스터’였습니다. 정말 싼 돈으로 살 수 있는 걸 뭐 하러 저렇게 돈 들여가며 고생했나 싶으실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토스터기는 어떻게 그렇게 싼값에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400여 개의 부품, 100여 가지의 재료들... 이 많은 것들이 들어갔는데도 단돈 7000원이라니. 정말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여러분도 아마 집에 굴러다니는 장난감을 한 번 뜯어보신다면 그렇게 놀라실 지도 모릅니다. 그 기술의 결정체가 단돈 몇 천원이라니... 우리가 그것을 단돈 몇 천 원에 손에 쥘 수 있었던 건 환경오염을 비롯해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무심코 쓰는 전기도 그렇습니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석탄이나 석유를 때거나 때론 원자력 발전처럼 방사능 유출을 무릅써야 하는 대가가 따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기가 마치 공기나 물처럼 언제 어느 때고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곤 하지요.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북센스)라는 그렇게 전기에 무작정 의존하는 삶이 얼마나 스러지기 쉬운 모래성 위에 있는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후지무라 박사는 전기 없이 살자는 ‘비전력화’를 주장하는 분입니다.
[출처 - 교보문고]
“전기를 없애고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다. 전기에 의존하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말한 거다. 일본 가정용 에너지 중 전기 비율은 15년 전 25%에서 최근 35%까지 늘었다. ‘3·11 사고’(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에는 일본에서 ‘올(all) 전화(電化) 주택’이 대유행이었다. 가스와 석유를 쓰던 조리, 난방, 온수를 전부 전기로 충당하는 주택인데, 신규 주택의 80%가 올전화주택이었다. 일본 집을 다 전기화하면 원전 68기 분량의 전력이 더 소모된다. (일본 정치인들은) 진짜 그걸 다 원전으로 충당하려 계획했다. 그런 와중에 3·11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국민일보 2011-09-22] “日원전 사고와 한국의 정전사태는 말한다”… ‘전기 플러그를 뽑으라’ 권하는 후지무라 야스유키 박사
전기청소기 없는 집 없으시지요? 한데 이 전기청소기란 게 알고 보면 허망합니다. 고작 5g의 먼지덩어리를 청소기 안까지 2m 움직이는데 쓰는 전기효율은 약 2000만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입으로 공기를 불어 종잇조각을 움직이는 건 쉽지만, 빨아 당겨 공기조각을 움직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떠올려보면 공기를 흡입해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아시겠지요? 그저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쓸면 간단할 것을 우리는 전기를 땅바닥에 버려가면서 청소기를 쓰고 있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 가정 소비전력의 10.3%가 그저 플러그를 꽂아놓음으로서 생기는 대기전력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는군요.
본래 천식을 앓는 딸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발명한 것을 계기로 환경에 좋은 물건들을 개발하기 위해 애써온 저자의 아이디어를 보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합니다. 전력 없이 오직 물과 별빛만으로 작동하는 냉장고, 그저 밀고 당기기만 하면 먼지가 빨려 들어가는 원통식 청소기, 태양열을 이용한 조리기와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 등 무궁무진한데요. 우리가 물론 토스터기를 직접 만들거나, 전기를 아예 끊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 토스터기와 전기가 어디서 나오며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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