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감성충전 하고 가실게요~

2014. 2. 21. 11:3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어느덧 겨울방학 시즌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짧고도 긴,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다독다독 친구들은 어떤 일을 해내셨나요? ‘아르바이트, 영어공부, 여행, 연애, 대외 활동’ 등등 방학 시작 전 야심차게 계획했던 일들을 모두 잘해냈을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방학마저도 숨 돌릴 틈 없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사실에 방학이 끝날 때쯤이면 허무한 마음이 앞서기도 하는데요. 


현재 많은 사람이 ‘워커홀릭’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일에 파묻혀 사는 사람을 ‘워커홀릭’이라 부르지만 워커홀릭은 스스로 일 외에는 자신을 지탱할 정신적인 힘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때문에 자신의 자존감의 근원을 일에서 찾으려고 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죠.


하지만 이런 과도한 일에 대한 집념은 결국엔 마음속 공허함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몸도 마음도 곧 지쳐버리죠. 이럴수록 내 마음을 달래 줄 탈출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문화 활동을 통한 감성충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은 다독다독과 함께 여러분의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줄 2월 전시회를 한 번 알아보려 합니다.




삶의 의미를 던져주는 <박노해 사진전 ‘다른 길’>


노동운동가이자 시인으로 잘 알려진 박노해. 이번 전시는 ‘사진가’로서 박노해의 모습을 엿볼 기회입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박노해 사진전 ‘다른 길’>은 작가가 티베트, 라오스, 파키스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지를 돌아다니며 찍은 120여 컷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박노해 작가 [출처-서울신문]


이번 사진전의 포커스는 ‘아시아’에 맞춰져 있습니다.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의 풍경을 자랑하는 선진국의 모습과 달리 박노해가 찍은 ‘아시아’의 모습은 가난과 궁핍으로 점철돼 있지요. 하지만 어쩐지 그 속에는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어느 나라보다도 결핍된 대륙 아시아, 하지만 작가는 아시아는 인간의 존재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순수와 순명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데요.


작가는 현재 삶의 모습을 돌이켜 보며 “지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지만 가장 인간성이 쇠약해진 시대, 나 자신과 가장 멀어진 시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을 아시아 땅에서 찾았다고 말하죠. 작가가 말하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순수와 순명이 담긴 아시아는 어떤 모습일까요?



<박노해 사진전 ‘다른길’>


일시 2월 5일~3월 3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지하 1층) 

문의 02-734-1977




투박한 그림 속에 담긴 삶의 농도,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목덜미 위로 올라오는 짧은 단발머리 소녀가 갓난아기 어린동생을 하얀 포대기에 둘러 등에 업고 있는 그림, 박수근 화가의 ‘아기 보는 소녀’를 아시나요? 서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투박하게 그려냈던 박수근 화가의 작품이 가나아트센터에서 3월 16일까지 전시됩니다.


유화 90여 점과 수채화, 드로잉 등 120여 점이 선보이는 최대 규모 전시회인데요. 특히 이번 100주년 기념전이 주목되는 이유는 화집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박수근 화가의 대표작 ‘빨래터’와 ‘노인과 소녀’, ‘고목과 행인’ 등이 최초로 대중들 앞에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출처-서울신문]


박수근 화가의 그림은 한국인의 서민적 생활상과 정서를 집약적으로 표현해냈습니다. 유화 그림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의 정서가 물씬 담긴 그의 그림은 물감을 켜켜이 쌓으며 그림을 그리는 동안 50~60년대 서민들의 삶의 지층 또한 함께 두텁고 단단하게 그려내었죠. 2월이 가기 전 동양만의 독특한 유화 화풍을 만들어낸 박수근 화가의 작품들을 살펴보는 것은 어떠세요? :)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일시 2월 17일~3월 16일 

장소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문의 02-720-1020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허문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


예술과 상업이라는 단어가 서로 공존할 수 있을까요? 미국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여류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는 자신 있게 상업과 예술의 경계의 벽을 부수고 싶다고 말합니다. 상업성도 예술성도 모두 그녀가 찍어내고 싶은 사진의 한 모습임을 작가는 인정하고 있죠.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은 ‘살아있는 전설과 만나다’라는 주제로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총 196점의 작품과 그녀가 작업실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개인적인 사진이 전시돼 있습니다.


롤링스톤의 수석 사진사로 유명한 그녀는 13년간 롤링스톤의 표지를 142회나 장식하고 이 외에도 엘리자베스 여왕과 백악관의 대통령 등 여러 유명 인사를 촬영하며 명성을 쌓아나갔습니다. 애니 레보비츠는 예술과 상업이라는 장르의 경계 없이 사진 속 주인공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찍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에게 인정받고 있는데요.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인위적인 설정 없이 삶의 순간을 기록한 그녀의 사진은 보는 이들에게도 사진을 찍히는 이들에게도 진심 그 자체로 다가서고 있죠. 40년 동안 가장 유명한 사진으로 뽑힌 오노 요코와 존 레넌의 사진을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면 그녀의 사진전 꼭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

일시 2013년 12월 7일~2014년 3월 4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2층

문의 02-6263-2621



두 달 동안 바쁘게 달려온 ‘나’에게 문화생활을 선물하면서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맛보는 것은 어떠세요. 전시, 공연 관람을 통해 메말랐던 감성을 충전하고 다시 일상에 임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매사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자세도 좋지만 한 번쯤은 지친 심신을 다독이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겨울이 가기 전 주옥같은 위 전시회들을 꼭 들려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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