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학원 대신 신문읽기를 택한 이유는?

2014. 3. 7. 14:27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초등학교 3, 4학년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내가 부모님과 제일 먼저 한 것은 논술학원을 찾는 일이었다. 영어도 썩 잘하지 못하고 한국어도 어눌한 상태에서 5학년 2학기를 맞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 어정쩡한 말투로 친구들과 잘 어울릴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교과목의 지문을 이해해야 하고, 친구들과 ‘강남스타일’의 빌보드 차트 순위를 이야기해야 하는 나에게 논술학원 수업은 장기전으로 느껴졌다. 논술학원이 내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썩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내 고민의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었다. 학기 초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방과 후 프로그램인 ‘신문 읽기 교실’에 참여했는데 첫 수업에서 두 번이나 놀라게 되었다. 먼저 신문을 활용해 이미 자신만의 포토폴리오를 멋지게 꾸미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 놀랐고, 신문 전체 훑어보기 수업을 통해 그 짧은 시간에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아버지는 “네게 맞는 가장 좋은 교재를 만난 것 같구나”라며 응원해 주셨다. 하지만 문제는 ‘이 좋은 교재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였다. 나는 생각 끝에 조금 무식해 보이는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한 달 내에 신문 읽기가 익숙해질 만큼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우선 신문 1부를 1면부터 훑어보기를 한 다음 주로 오피니언 리더들의 1단 기사를 오려서 주제 일기장 1면에 붙였다. 그 아래에는 3줄 이내로 요약하기, 그 옆면에는 기사 옮겨 쓰기와 나의 의견 제시하기 난을 만들었다. 그리고 저녁에 부모님 앞에서 화이트보드에 주요 내용을 써 가며 일명 ‘기사 브리핑’을 시작했다. 말하기와 어휘력 향상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기사 브리핑이었다. 예를 들어 모 일간지에 1단 기사로 ‘백악관 김치’라는 칼럼이 실렸는데, ‘백악관 안주인 미셸 오바마’라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안주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브리핑 과정에서 부모님의 설명으로 안주인의 의미와 함께 바깥주인이라는 의미도 이해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안살림, 바깥살림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고맙게도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적어도 학기를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말하면서 화젯거리를 풀어 놓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시사 문제는 내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말투에 자신감이 붙으니까 친구들과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어서 학교생활도 즐거워졌다. 또 다른 장점은 신문 읽기를 통해 문장 이해력이 높아지고, 최근 국내외 이슈에 대한 배경지식이 쌓이니까 국어뿐 아니라 과학, 수학 등 다른 교과목의 지문 이해가 쉬워져서 5학년 2학기 전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효과도 거두게 되었다.

신문 읽기도 요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전략을 수립해 신문을 활용한다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귀국 학생들이 첫 학기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3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초등부 금상 서지문 님의 '나의 귀국 후 첫 학기 성공전략, 정담은 신문읽기!'를 옮겨온 것입니다.




ⓒ 다독다독


<2013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신문 스크랩을 통해 중학생이 본 사회의 불편한 진실 [바로가기]

평범한 중학생, 신문에 푹 빠지게 만든 '신문 제작 체험' [바로가기]

아픈 엄마에게 신문 읽어주는 초등학생의 사연 [바로가기]

국내 최초 100시간 신문읽기에 도전해보니 [바로가기

여고생의 읽기 습관을 바꿔 준 '시사학습장' [바로가기]

데면데면한 조종사 아버지와의 거리를 좁혀 준 신문 [바로가기]

고소하고 영양가 가득한 우리집의 영양간식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