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쉽게 읽는 방법, '사족(蛇足)'을 버리자!

2014. 4. 24. 10:53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신문을 읽다 보면 읽기 힘든 경우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용은 쉬운데 말을 돌려서 쓴 경우이고, 두 번째는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사용해서 기사가 작성된 경우죠. 처음 경우는 기자의 습관으로 굳어진 필체라 고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의 경우는 조금만 신경 쓰면 읽는 사람이 편하게 읽을 수 있죠. 마치 뱀을 근사하게 그리고 허전하다고 해서 다리를 그리게 되면 불필요한 요소가 덧붙게 되는 것이죠. 이런 불필요한 요소는 줄이는 것이 좋겠죠? 오늘은 신문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독자의 눈을 틔우는 많이 사용되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족 네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실시(實施)’입니다. 실시는 ‘실제로 시행함’이라는 뜻을 가졌죠. 그래서 어떤 일이나 제도를 이행하는 상황을 나타낼 때 주로 사용합니다. 대부분 행정기관에서 많이 사용되죠. 일상적인 단어와 달리 행정기관에서 많이 사용해서 ‘행정 용어’라고 불립니다. 이런 행정용어는 힘이 있지만 딱딱하고 인위적인 분위기를 전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담긴 말로 여겨지죠. 


특히 ‘실시’라는 말은 그 자체에서 엄격함을 풍깁니다. 그래서 국토해양부와 같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대부분 많이 사용되죠. ‘교육’이나 ‘훈련’, ‘활동’에는 으레 ‘실시’가 따라 붙으니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그대로 가져다 쓰게 되었죠. 기사를 적절하게 옮기면 자연스러울 수 있는 문장이 ‘실시’를 붙이면서 불필요하고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➀과 ➁에서는 문장에서 굳이 ‘실시’가 필요해 보이지 않죠. ‘구조 훈련을 한다.’, ‘직원 교육을 하지 않았다.’로 바꾸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 편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죠. ➂에서는 ‘실시하다’보다 ‘펼치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더 자연스럽게 문장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행정용어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언어로 작성하는 것이 좋은 보도용어로는 적절하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이죠. 이것 때문에 기사에서 ‘실시’라는 단어는 많이 줄여서 쓰는 추세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bit.ly/1heT2AA 




실시’가 점점 줄어들면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의 최고 자리를 노리는 단어가 생겼죠. 바로 ‘신규(新規)’인데요. 뜻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서인지 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신규’는 두 가지 뜻을 가진 단어죠. 첫째는 ‘새로운 규칙이나 규정’, 둘째는 ‘새로이 하는 일’이란 뜻으로 사용됩니다. 첫 번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최근에는 거의 없죠. 대부분이 두 번째 뜻으로 사용되죠. 이 단어는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은행과 기업체에서도 자주 씁니다. 오히려 실시보다 더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역시나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눈에 들어옵니다.




 

➀과 ➁은 ‘신규’가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➂과 ➃에서는 ‘신규로’보다 일상의 언어에 가까운 ‘새로’가 더 자연스럽죠. ‘신규’라는 단어의 느낌도 딱딱한 이미지이기 때문에 더 부드럽게 쓸 수 있고 읽히는 단어로 바꾸어 쓰는 배려가 필요하죠.



이미지 출처: pixabay by Greyerbaby




‘그는 말했다’라는 표현은 단순합니다. 어떤 사실을 평범하게 전달해서인데요. 이어지는 말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죠. 그래서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라 일상적인 말이 대부분 뒤따릅니다. 강조하고 싶거나 특별히 시선을 끌고 싶다면 달리 표현하겠죠? 프리드리히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고 했고, 소설가 성석제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단편소설을 내놓았습니다. ‘이렇게’를 사용해 독자들의 궁금증 유발에 성공했죠. 이러면 무슨 말이 나올지 무척 기다려지게 됩니다. 


‘이렇게’는 앞에서처럼 뒤에 말할 내용을 지시해 가리킬 때, 혹은 앞의 내용을 받을 때 쓰입니다. 그러면서 화려하지 않게 눈과 귀를 집중시키죠. 그래서 적절하게 쓰이면 강조하고 싶은 글에 포인트를 주어 읽는 사람이 쉽게 내용을 받아드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쓰이면서 ‘그는 말했다’고 하는 것과 달리 뒤나 앞의 내용을 환기시킵니다. 이와 같은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기사에서도 ‘이렇게 말했다’는 적지 않게 나타나죠. ‘이같이’가 ‘이렇게’를 대신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쓰이는 형태에서 벗어나서 사족이 되는 예를 많이 볼 수 있죠. 





위의 기사는 뭔가 어색한 느낌을 줍니다. 마치 도돌이표가 있는 곳까지 다시 연주를 해야 하는 것처럼 기사 내용을 다시 읽어보게 하죠. 이것은 기자들이 어떤 기사를 쓸 때 맹숭맹숭한 느낌이 들어 뒤에 ‘이렇게 말했다’를 붙이면서 습관처럼 사용되는 표현이 된 것입니다.


이런 표현 방식이 잘못됐다고 딱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달을 쉽게 못하고 글이 읽히는 신선함도 주지 않았죠. 대신 ‘~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했을 때 ‘이렇게’는 앞부분을 되돌아보게 해서 지루함을 가져다주었죠. 이런 상황에서는 뒤에 ‘이렇게’와 ‘이같이’를 빼고 말을 해야 군더더기 없이 편안하게 글이 읽힙니다. 



http://bit.ly/1mwkzi6




보도용어는 일상의 말과 가까워야 하죠. 기사에서 행정기관의 표현을 존중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면 적절하지 않는 문장으로 독자에게 다가갑니다. 또한, 강조하기 위해 쓰는 단어의 사용도 딱딱하고 지루한 글을 만들죠. 굳어진 습관을 깨고 나와 독자의 입장에서 더 쉽게 읽히는 신문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독자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위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 3월호, 4월호에 실린 이경우 서울신문 어문팀 차장•한국어문기자협회장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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