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2. 09:02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요즘엔 유명인이 아니어도 프로필을 써야 할 때가 많습니다. SNS에는 자신을 소개하는 프로필 공간이 있죠.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니 멋진 프로필을 통해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최근에 제가 고심해서 만든 단 한 줄짜리 프로필은 이런 것입니다. "읽고 일하고 쓴다" 이 문장 속에는 제 삶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지난 10년의 직장 생활에서 읽는 것은 빼 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분이었죠. 다음날 출근 준비물에는 반드시 출퇴근 길에 읽을 책 한 권이 담깁니다. 그리고 필기구도 넣습니다. 책을 읽다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죠. 직장인들에게 일터는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곳입니까? 사실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 너무 많죠. 하여, 직장은 학교가 되고, 또 도서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마음을 갖고 출근을 하느냐에 따라, 우린 매 순간 배움에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배움의 열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일상의 모든 것이 배움의 소재가 되고,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기본이겠죠. 그리고 쓰는 일은 가장 중요한 마지막 관문입니다. 틈틈이 읽고 성실히 일하고 그 다음, 시간을 내서 쓰는 것입니다. 독서하는 직장인은 많지만, 마지막 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왜 사람들은 쓰는 것에 인색할까요? 누군가를 가르칠 때, 사람은 가장 정확히 배웁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책을 읽고, 일하면서 배우고, 그리고 마지막 쓰는 일을 통해 사람들은 배우고 익힌 것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고, 그 일련의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게 됩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섭취한 지식을 자기 나름대로 풀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가장 이상적인 직장인을 저는 이 세가지 과정을 잘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며 남는 시간을 흘려 보내진 않을 겁니다.
보다 능력 있는 직장인이 되려면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합니다. 모든 공부란 결국 입력된 정보를 글로써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 주위에 머리 좋은 친구들조차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진짜 인재들은 흔치 않습니다. 끊임없이 ‘입력'하지 않으면 ‘출력’이 부실해 집니다. 진리는 평범하죠. 책을 열심히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남다른 재능 하나씩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출처_ Flick by avrene
송숙희라는 책 쓰기 코치가 있습니다. 그녀는 은퇴 후 노후 대책을 책 읽고 글쓰는 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공공 도서관이 가까운 곳에 살며, 노트북을 하나 들고 매일 도서관에 출근해 책을 읽고 틈틈이 글을 씁니다. 쓴 글을 모아, 책을 내고 책에서 나온 인세를 통해 생활비를 벌며, 강연과 원고청탁으로 받은 돈을 부외 수입으로 챙깁니다. 이게 지극히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꿈으로 보입니까? 하지만, ‘한 10년 미친 척 하고’ 읽고 쓰는 일에 빠져본다면 어떤 황당무계한 꿈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제가 그런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네요.
올해로 직장생활 10년입니다. 신입사원의 당찬 포부와 비전은 시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제겐 변하지 않은 습관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읽기와 쓰기’ 입니다. 10년 전에도 저는 읽고, 지금처럼 무언가를 썼습니다. 읽고 쓰는 일에서 발전이란 얼마나 더딘 일인지는 그것을 해본 사람만이 압니다.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써도 당분간은 달라질 게 없습니다. 그것은 시간과의 싸움이고 끝이 안 보이는 어두운 터널의 연속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읽고 쓰는 과정에 놀라운 행운들이 찾아오더군요. 회사에 입사하니 그 누구도 저처럼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책 읽고 글쓰는 일은 사람들의 관심 밖의 일로, 회사의 블루오션이었던 거죠. 글쓰기 공모전이 있으면 그게 바로 기회였고 수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이후, 상사의 연설문을 대필한 적도 있고 사보기자로 지원해 취재원고를 쓰는 일이 회사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10년 가까이 블로그에 서평을 썼더니, 파워블로거가 되고 출판전문잡지에 서평을 실명 게재할 기회도 찾아오더군요. 독해력은 10년간 공을 들였어도 별로 나아진 게 없고, 글쓰기엔 재능이 전혀 없다는 것 또한 어느 순간 깨닫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진실은 건질 수 있었죠. 관심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그런 정도의 성취에는 이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 말입니다.
몇 해 전, 글쓰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제 자신조차 어리둥절해 있을 때, 어떤 직원이 `문창과 나오셨어요?'라고 물으며 짓던 의아한 표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문창과는 근처도 가보지 못했거든요.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요? 담배나 술을 즐기고, 중후한 표정을 지을 줄 알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나이에 맞는 사회적 지위에 오르는 것일까요? 물론 그것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한두 살 먹을수록 생각을 깊이하고, 머릿속에 지식과 지혜를 쌓는 일이야말로 진짜 어른이 되는 길이라 믿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 받는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읽고, 쓰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5년 전 세상을 등진 故노무현 대통령의 그 짧은 유서 속에도 `읽기와 쓰기'에 대한 그분의 깊은 애정이 한 구절 등장합니다.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을 지낸 분께서 여생에 전념하고자 했던 것은 ‘읽고 쓰는’ 일이었습니다. 중국의 세계적 작가 왕멍은 일상의 배움을 빗대 ‘곳곳이 교실이고 시시각각 학기중’이며 ‘유배기간 16년은 박사가 되는 시간’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 최초의 어록이자 유가의 경전인 공자의 <논어> 첫 문장이 배움의 가치와 즐거움으로 시작된다는 것은 무얼 말할까요? 인생이란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그들이 살아가는 목적이자,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읽기와 쓰기’는 직장인의 자기계발을 위한 도구이며, 한 사회에서 진짜 어른이 되는 길이자,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시민 양성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읽고 쓰는 것은 재능보단 습관의 문제입니다. 읽고 쓰는 일은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죠. 잘 쓰기 위해선 잘 읽어야 하고, 잘 읽어내기 위해선 글쓰기의 고통에 공감해야죠.
그럼에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삶이 분주한 관계로, ‘읽고 쓸 여유’가 없다고 투정합니다. 그래서 성인 독서인구는 수해째 제자리 걸음이고, 도서구입비로 한 달에 단돈 2만원도 쓰지 않는단 보도가 흘러나오는 것이겠죠. 동, 서양의 성인들이 ‘돈 잘 버는 노하우’나 ‘떼돈을 벌어야 할 이유’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까? 어떤 철학자나 시인이 돈의 위대함을 노래한 적이 있습니까? 그들은 물질적으로 결핍된 생활을 했더라도 정신적으로 누구보다 풍요로운 사람들이었습니다. 현자들은 물질적인 풍요로움 보다는 기꺼이 정신적 부유함을 택했죠. 읽기와 쓰기는 성인들의 가르침에 다가가는 ‘수행’입니다.
‘읽고 일하고 쓰십시오’ 여기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이 기다립니다. 자신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놀라운 기회가 있습니다. 독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글쓰기는 ‘특별한 능력’이 아닌 당신의 ‘평범한 권리’입니다.
직장생활 10년, 그리고 책 읽기와 글쓰기에 매진한 것도 10년 째입니다. 책을 읽어갈수록 읽어야 할 책으로 서재가 넘칩니다. 글을 쓰면서부터 글쓰기가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가내 수공업’이란 진실에 가 닿았습니다. 글을 읽고 글을 쓰면서부터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알게 됐습니다.
10년 전, 어느 날 시작하지 않았다면 전 자신과 세상에 대해 제가 잘 모른다는 것을 몰랐을 겁니다. 2500년전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시민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확신하는 유일한 앎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라 말합니다. 바로 무지(無知)의 지(知)를 깨닫는 것이 앎의 시작이라는 가르침을 우회적으로 건넨 것입니다. 반면, 지금 세상에는 자신이 모든걸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그들이 어리석은 것은 모른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에 배워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혹여 그들의 무지와 교만이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망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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