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을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 들어보니

2014. 5. 15. 11:01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인터넷 서점에서 도서 정보를 검색하다가 한 서평 코너를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한 베스트셀러에 대한 서평이었다. 서평 서너 개가 고작인 저의 책에 비해 백여 개 이상의 서평이 달려 있어서 질투심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비판적인 서평이 있어서 그것부터 읽었습니다. 그 서평은 “정말 아무 내용도 없는 쓰레기 같은 책”이라는 혹평으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속으로는 ‘아~싸’ 하는 마음까지 들었죠. 그런데 그가 내린 결론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자가 쓴 이런 종류의 실용서적에는 아무 내용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고 다시는 자기계발 관련 도서를 읽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맹세를 하게 해준 이 책의 저자에게 고맙다는 냉소적인 인사말까지 덧붙여 있었습니다.


문득 궁금했습니다. ‘어째서 사람들은 책 한 권에서 모든 걸 다 뽑아내기를 기대하는 걸까?’ 물론 저자를 욕하거나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는 관련 분야 책을 읽지 않겠다니. 이것은 완벽한 자해행위가 아닌가요?


우리는 일상적으로 이런 판단 오류를 쉽게 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을 읽어봤는데 내용이 별로더라. 그러니 책 같은 것은 읽을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지극히 비논리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를 보곤 하는데요. 이는 자기가 경험한 것,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 믿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가라앉고 나니 이런 이유 말고도,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로는 또 뭐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이런 몇몇 독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독서 자체를 아예 안 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슬픈 현실입니다.


주변을 보면 1년에 책 한두 권조차 안 읽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나마 읽는 책도 베스트셀러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다 보니 출판 시장도 ‘팔리는 책’만 대접하는 분위기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독자들은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독자의 권리를 스스로 박탈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조차 못합니다.



출처_Flick by ginnerobot


나아가 20대는 가장 왕성하게 책을 읽어야 할 청춘의 시기인데,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문화풍토는 한 개인의 행복에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미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책을 읽지 않는 것일까?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인터뷰 대답을 그대로 담아보겠습니다.



이 정도면 양반입니다. 책 자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이들은 제법 논리적으로 책의 불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을 조사해보니 20대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나 주부들도 거의 책을 읽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책 읽어봐야 그게 다 그거더라고요. 뭐, 똑같은 거죠. 굳이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을 필요 있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책 읽지 않습니다.’


어떤 생각이 드세요? 책 안 읽는 이유도 참 각양각색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다소 핑계처럼 들리지 않으세요? 한 번은 책 읽어봐야 그게 다 그거라고 하는 분에게 지금까지 책을 몇 권이나 읽어봤는가 물어봤더니 평생 동안 읽은 책이 교과서를 제외하고는 열 권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책에 적힌 내용이 다 똑같다고 말하다니…


물론 책 안 읽는 풍조를 한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나,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나,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도 반성해야 될 구조적 문제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세상도 복잡하지 않고 출판 시스템도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좋은 책을 수십 수백 번이나 반복해서 읽는 사람들까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책을 쉽게 읽고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나 반복해서 읽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책 읽을 수 있는 여건은 좋아졌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책 자체를 읽지 않아요. 책 읽으며 사색할 시간이 없이 온갖 불필요해 보이는 잡다한 일들과 자극적 요소들이 현대인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책 자체를 싫어하게 되었다는 건 대단히 큰 사회적 손실입니다. 책이 발 빠른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면이 있다 해도 ‘책을 왜 안 읽는가’에 대한 핑계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 건 비겁한 변명으로 보입니다.

 


출처_한겨레신문


읽어봐야 당장에 달라질 것이 없다는 논리에 대해 책이 당장에 사람을 변화시키지는 못할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책만큼 사람을 바꿀 수 있는 유용한 도구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책의 가장 큰 유용성은 ‘한 인간의 경험을 뛰어넘은 다양한 삶의 간접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경험을 책이라는 지식 매체를 통해 간접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죠. 저자의 농축된 경험을 책이라는 지식 매체를 통해 간접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책이라는 매체가 인간 삶의 유한성을 뛰어넘게 해주는 것입니다.


책이 불필요한 매체라고 끝도 없이 변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차라리 ‘어떻게 하면 책 읽을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지, 책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방법을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아니 그런 공론도 필요 없이 당장 책부터 들고 읽어보자고 하고 싶습니다.


장담컨대 책이 주는 평온과 행복은 ‘읽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책을 통해 성공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성공했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은 게 아니라, 많이 읽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입니다.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밤거리를 떠돌며 술 마시는 것도 좋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술자리를 줄이고 그 돈으로 책을 사보자고 하고 싶습니다. 행복을 얻는 데 몇 푼만 투자하면 됩니다. 그렇게 투자한 책값은 몇 백 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로도 되돌아올 것임을 제가 장담하죠.


대중교통에서 핸드폰 들여다보는 젊은이들보다
책 읽는 젊은이들이 더 많은 모습.
이런 아름다운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길 바란다.
혹 그 책이 내가 쓴 책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본들 뭐가 나쁘겠는가.


참조문헌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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