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뉴스에 미치는 영향, 미국 신생 뉴미디어에서 답을 찾다

2014. 7. 14. 10:2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flickr by Jason Howie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투자자들이 언론 관련된 거라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경제전문 인터넷신문 쿼츠(Quartz)에 실린 버즈피드(BuzzFeed)의 최고경영자 조나 페레티의 말입니다. “다들 그렇게 말했죠.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이나 뽑아서는 절대 벤처캐피털의 관심을 받지 못할 거야’.” 버즈피드는 그렇게 지난 2006년 창업했습니다. 그리고 7년 만에 방문자 수 기준으로 세계 1위의 커뮤니티 뉴스 사이트로 성장했답니다. 


버즈피드는 팩트 발굴이나 분석보다는 가십성 읽을거리의 비중이 높습니다. 이런 것도 언론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버즈피드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콘텐츠 사이트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죠. 버즈피드는 눈길을 잡아끄는 읽을거리를 잘 만들어내는데, ‘핀란드에서만 가능한 25가지 일들’이라든가 ‘소개팅 첫날 스스로 던져야 할 무서운 질문 14가지’ 같은 이른바 리스티클(list+article) 글쓰기를 유행으로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버즈피드만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온 것일까요? 미국 신생 뉴미디어에서는 SNS의 바람이 뜨겁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들이 어떻게 뉴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한국에는 허핑텅포스트가 새로운 미디어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버즈피드는 일찌감치 허핑턴포스트의 트래픽을 앞질렀다는 사실이 믿어지시나요? 허핑턴포스트가 뉴욕타임스를 앞지른 것이 2011년이었습니다. 그해 5월 순 방문자 수 3,560만 명에서 지난해 9월 7,800만 명까지 늘어났을 때는 엄청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버즈피드에 비하면 그 폭이 작습니다. 버즈피드는 마치 연쇄적으로 터지는 폭탄처럼 이슈를 몰고 다녔습니다. 이유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이미 순 방문자 수가 1억 3,000만 명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1년 만에 350%나 늘어난 수치니 왜 폭탄과 비유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당시 뉴욕타임스는 3,000만 명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처럼 폭발적인 방문자 수를 기록하는 데는 방문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링크를 통해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공유되는 콘텐츠에 집중했던 버즈피드의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리스티클과 퀴즈로 트래픽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의도적으로 논쟁적인 이슈를 건드려 소셜 네트워크를 파고들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4,600만 달러를 유치하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출처_ buzzfeed



최근에는 이런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주류 언론의 거물급 언론인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단지 가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퀄리티가 있는 콘텐츠로 주류 언론과 정면 승부를 가린다는 계획이죠. 전략적으로 승부를 해볼 시기가 되었다는 판단에서 진행됐다고 합니다.


버즈피드 외에도 복스, 더비지,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뉴미디어 스타트업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부인인 로런 파월 잡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 등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자들이 대거 뉴미디어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고 있답니다. 게다가 본인들이 새로운 뉴미디어 스타트업 기업을 설립하는 등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문이 사양 사업으로 분류된 건 꽤 오래된 일이지만, 이들 뉴미디어 스타트업 기업들은 이슈 영향력뿐만 아니라 수익 모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상당한 페이지뷰를 올리는 데다 광고시장 전망도 밝았기 때문입니다. 버즈피드를 중심으로 바이럴 마케팅과 뉴스의 공존 네이티브 광고라는 새로운 영역이 확대되면서, 로이터에 뉴미디어 기업의 가치가 매출 대비 4~5배로 평가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또한 복스미디어, 업워디, 미디엄 등의 기업은 자신만의 특별한 인터넷신문 모델을 가지고 있어서 광고주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전문화된 콘텐츠를 다루는 미디어가 성공한다는 쿼츠의 분석이 적중한 것이죠. 테마별 큐레이션 서비스와 동영상 콘텐츠의 확보, 콘텐츠의 재생산과 유통까지 특별함을 갖춘 그들을 이용해서 광고를 하려는 광고주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속해서 새로운 뉴미디어 스타트업 기업이 생긴다면 더 많은 광고주가 관심을 두고 투자를 결정할 폭이 넓어져 시장의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버즈피드의 총괄 매니저 조나단 페랠만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사를 끝까지 스크롤하기 전에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랠만은 사람들이 기사를 공유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커뮤니티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공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좀 더 스마트하고 정보에 빠른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공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버즈피드는 그래서 강력한 감정을 끌어내는 콘텐츠와 뭔가 있어 보이는 정보성 콘텐츠, 두 방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소비하고 끝나는 뉴스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써 미디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신문을 읽는 독자들이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뭔가를 만들려고 합니다.” 페랠만은 “이제 뉴스의 영향력은 소셜 네트워크의 서클에서 형성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 있지만 어떤 콘텐츠가 널리 공유되기를 바란다면 소셜 네트워크를 장악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출처_ flickr by reynermedia



페레티는 지난해 출간된 ‘립타이드’에 실린 대담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포털이 지배하는 시대, 그리고 검색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지금은 소셜이 지배하는 세상이 시작되고 있죠. 디지털조차도 다소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고 당분간은 그럴 것 같아요. 하지만 소셜은 뭔가 잠재력이 더 크고 새롭고 흥미로운, 그러면서도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뉴욕타임스는 한 보도에서 “과거에는 언론사 소유를 부를 과시하는 트로피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정작 영향력을 확보하지도 판을 흔들어 놓지도 못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성공한 사업가들이 긴 게임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신문은 특히 “테크놀로지와 저널리즘은 과거에는 적대 관계였지만 최근에는 두텁고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보도에 딱 맞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메릴린치 애널리스트 출신의 비즈니스인사이더 최고경영자 헨리 블로젯은 “만약 100만 명이 읽은 기사가 있다고 합시다. 그건 정말 좋은데 그 100만 명이 당신네 다른 기사를 읽도록 만들 방법이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아무리 좋은 기사가 있더라도 기술적으로 퍼져나갈 수 없으면 고여있는 물과 같다는 비유를 했습니다.


또 다른 뉴욕타임스의 보도에서는 “정보기술 업계에 돈이 넘쳐나기 하지만 단순히 과시적 목적이나 오락 거리에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첨단기술 기업은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데, 기술만으로 그렇게 하는 데 한계가 있어 콘텐츠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오미디야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단순히 자금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 자본도 함께 지원해 뉴스 사업에 혁신을 도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출처_ flickr by Kate Ter Haarflickr by  visualpun.ch



이전에는 정보기술의 발달이 뉴스 산업에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기술 업계가 뉴스 콘텐츠가 없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기술이 뛰어나도 사람들의 공유를 받지 못하면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지는 정보가 되니 더욱 목을 매는 상황이 됐습니다. 게다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전달되는 시대가 아직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시장이 될지 아무도 장담을 못 하니 더욱 그 위치가 중요해졌습니다.


뉴미디어 스타트업 열풍은 언론 산업이 사양 산업을 벗어났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진화가 시작되면서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맞습니다. 저널리즘과 테크놀로지의 만남, 좀 더 소셜하고 좀 더 오가닉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콘텐츠의 질적 혁신이 절실할 때입니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언론사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도태되어 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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