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15. 09:06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Flickr by Karen Roe
우리가 소설과 같은 픽션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록 실제로 일어났거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마치 지금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듯, 숨가쁘게 써 내려가는 이야기의 힘에 매료된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가상의 세계 혹은 사건을 마치 진짜처럼 이야기 하는 작가들을 볼 때면 그들의 필력과 상상력에 놀라곤 하는데요. 간혹 ‘작가라는 이름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도 해보곤 해요.
유명한 작가들의 인생을 살펴 보면 그리 순탄한 삶을 살아오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쌓인 경험들이 역작 탄생의 밑거름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도 되는데요. 전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들은 삶에서 어떤 굵직굵직한 일들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다독다독에서 그들의 인생을 살짝 엿봤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그리고 단편 <쥐덫> 등 현대 추리소설의 공식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0. 9. 15~1976. 1. 12)’는 지금도 사랑 받고 있는 추리소설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내성적이고 공상을 좋아했던 소녀 크리스티는 10살 때부터 시를 쓰고 11살 때는 잡지에 글을 실었을 정도로 이미 글쓰기에 재능을 보였습니다. 이후 다양한 작품활동을 통해 추리소설 작가이자 연극의 희곡 작가로도 이름을 날리며 많은 독자층을 확보했습니다.
출처_네이버캐스트 문학광장 ‘애거서 크리스티’
이런 크리스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그녀의 실종사건입니다. 1926년 12월 저녁식사 후 드라이브를 나갔던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던 사건이죠. 이튿날 그녀의 소지품이 남아 있는 차가 호수 근처의 풀밭에서 발견 됐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아 사고를 당했거나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경찰과 전문가들의 열흘 동안의 수색에도 그녀는 발견 되지 않아 추리소설 작가의 실종이라는 희대의 사건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녀는 어느 한 호텔에서 가명으로 숙박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당시 그녀는 어머니의 사망과 남편과의 갈등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런 스트레스의 결과로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을 일으킨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설명됐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크리스티는 해당 사건에 대해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는데요. 이로 인해 그녀의 실종사건은 대중에게 큰 궁금증을 줬고 마치 하나의 추리소설이 탄생하기라도 하는 듯 수많은 추측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추리소설 작가의 실종사건을 대중들이 추리했던 소설 속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가 그녀의 인생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것입니다.
<동물농장>을 통한 정치와 독재를 풍자하였고 <1984>로 마치 미래를 보기라도 했던 듯 감시사회의 우울함을 그려낸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 6. 25~1950. 1. 21)’은 20세기 위대한 작가 중 한명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사회에 대한 뛰어난 통찰과 유머와 날카로움이 실린 필력으로 인류에 위대한 유산을 남긴 그는 스페인 내전에 의용군으로 참전했다가 목에 총상을 입어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습니다.
1937년 5월 20일 새벽 5시경 보초 교대를 위해 참호에서 몸을 일으키던 조지 오웰은 적군의 총알이 목을 관통하는 중상을 입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대략적으로 말해서 폭발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었다. 크게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빛이 번쩍거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 통증은 없었다. 아주 격렬한 충격만 느꼈을 뿐이다.”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다행히도 총알은 동맥을 벗어나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았고, 한쪽 성대가 망가졌지만 이내 회복 되어 목소리를 내는데도 무리가 없게 됐습니다. 총상 직후 후방으로 돌아왔다가 자신의 아내와 함께 가까스로 스페인을 탈출하게 됐습니다. 스페인을 탈출하면서 겪었던 체험담과 스페인 공산당의 문제점을 글로 옮긴 희대의 문제작 <카탈로니아 찬가>는 그의 전쟁 경험에 의해 탄생하게 됐습니다.
출처_알라딘 인터넷 서점 '동물농장' / 알라딘 인터넷 서점 '카탈로니아 찬가'
비록 카탈로니아 찬가는 당시에는 그 누구도 주목 하지 않던 소설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스페인 내전에 대해 가장 신뢰 할 수 있는 기록물이라는 가치가 인정됐습니다. 내전을 겪으며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고발의 의지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이렇게 하나의 역사서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소위 인생의 대박을 터뜨린 사람을 보면서 그의 재능과 운에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성공 이전의 어려웠던 삶의 모습에 의해 감동을 얻기도 하죠.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 이처럼 일순간 인생이 바뀐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해리포터를 탄생시킨 조앤 롤링(Joanne K. Rowling, 1965. 7. 31~)의 인생은 마치 자신이 쓴 이야기가 현실로 재현된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_Flickr by Karen Roe
학창시절 소설가가 되고자 꿈을 키웠던 그녀는 어려서부터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길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를 선택한 삶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28세에 이혼녀가 되었던 그때를 그녀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인생 최악의 순간”이라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그 시기 그녀가 전념할 수 있었던 일은 오로지 소설을 쓰는 것뿐이었습니다.
1990년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했던 그녀는 기차의 고장으로 무려 4시간 동안 기차 안에 있어야 했습니다. 무료하기만 했던 시간을 달래려 상상에 잠긴 그녀는 곧 머릿속에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요.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우연히 마법사 학교에 가게 된 소년’ 이렇게 떠오른 주인공의 학교 생활을 소재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5년 동안의 집필을 마치고 1997년 6월 26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블룸즈버리 출판사를 통해 출간을 하게 됐습니다. 위대한 역사의 그 처음이지만 시작은 미비했죠. 고작 5백부 밖에 간행 되지 않았고 출판사에서는 그녀에게 “아동서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위로의 말을 하기도 했죠. 이때까지만 해도 해리 포터가 지구를 흔들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중견 아동 출판사 스콜라스틱은 그녀의 작품을 매우 높게 평가해 무려 10만 달러(당시 약 1억 원)에 출간 계약을 맺었는데요. 본격적인 입소문이 나면서 2부 ‘비밀의 방’과 3부 ‘아즈카반의 죄수’가 연이어 히트를 했고 4분 ‘불의 잔’은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얻어 그녀를 일약 스타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2001년부터 영화로 제작 되면서 원작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았고 해리 포터는 출판과 영화는 물론이고 문화계 전반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과학 스릴러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마이클 크라이튼(John Michael Cricchton, 1942. 10. 23~2008. 11. 4)은 소설가로서뿐만 아니라 영화감독과 텔레비전 시리즈의 제작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마이클 크라이튼은 영화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이며 의학 드라마의 시초가 된 드라마 ‘ER’의 제작자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가 문화 전반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알 수 있겠죠?
출처_위키백과
하버드 의대를 나오며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던 그는 기존 의학계에 대한 반발로 결국 의학자로서의 삶을 버리고 전업 작가로 나서게 됐습니다. 크라이튼은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을 통해 첫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름을 얻게 됐습니다. 또한 1970년부터 72년까지 무려 5편의 소설을 출간하면서 작가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드러냈죠. 1980년대에는 <콩고>와 <스피어> 모두 영화화 된 소설을 쓰면서 공상과학 스릴러 소설의 선구자가 됐습니다. 이어 1990년 그의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소설 <쥬라기 공원>을 출간했고 출간과 동시에 그의 특기인 사실적 허구가 빛을 발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다른 영화를 기획하던 중 쥬라기 공원을 보고 반해 단번에 쥬라기 공원의 영화화에 몰입했을 정도였습니다.
크라이튼의 소설 특징은 일단 손에 들면 내려놓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상상에만 의지했던 과학 소설들이 크라이튼을 만나면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 허구라는 새로운 장르가 크게 사랑 받게 됐습니다. 이제 픽션도 어느 정도 사실성이 붙어야만 독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뛰어난 상상력과 소설과 영상으로 재현하는 연출력은 그의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마치 백만불의 사나이처럼 하는 모든 것을 성공으로 만들었던 크라이튼의 삶은 소설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주인공과 같은 삶이었다고 회상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네 명의 소설가들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살았거나 살고 있는 작가들은 많이 있습니다. 이런 그들을 모두 이곳에 담아낼 수 없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치열하게 살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았습니다. 목표가 뚜렷했고 이루고자 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갔습니다. 또한 살면서 겪은 특별한 경험이 유명한 작가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그런 경험들을 헛되이 생각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놀라운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도 하루하루 겪고 있는 새로운 역사들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고 많은 것을 느끼고 살아가다 보면 보이지 않던 인생의 해답을 결국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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