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읽기 방법!

2014. 7. 18. 09:02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flickr by Gunnar Gunnar Wrobel



성인을 대상으로 강연 중에 같은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제목도 생각나지 않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인데요. 어떻게 해야 오랫동안 책 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지를 묻는 말이었습니다. 이 질문에는 한 가지 숨은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어릴 적에는 무엇을 읽어도 잘 기억했는데 나이 들어 그런 모양이다.’라는 내용입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내용을 기억하는 양이 줍니다. 그래서 젊었을 때의 기억력을 되살리기에는 너무 늦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나이 탓만 할 일은 아닙니다. 꼼꼼히 따져보면 과거와 독서습관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청소년 때까지만 해도 베고 자면 베개 하기 딱 좋은 두께의 책을 부지런히 읽었던 기억이 많습니다. 집중해서 한달음에 읽으면 책 내용에 흠뻑 빠져 자신이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는지도 모릅니다. 정서적으로 감동의 물결에 휩쓸리고 이성적으로는 삶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경험하는 시기이니 책 내용을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가끔 술자리에 나가면 갑자기 누군가 시에 음을 붙인 가곡을 부르면, 요즘 말로 ‘떼창’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것을 경험하고 나면 세월이 흘러도 잘 잊지 않는 법입니다. 감성과 이성이 동시에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런데 성인의 일반적인 독서방법은 어떻습니까? 겨우 낸 짬을 활용해 조금씩 읽어나가기 급급한 형국입니다. 출•퇴근 시간은 그나마 긴 시간입니다. 잠자리에서 읽거나 화장실에서 읽는 적도 많을 테니, 긴 호흡으로 깊이 공감하며 책을 읽는 청소년 시기의 경험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독서는 많이 겪어 보았겠지만, 뒷부분에 가면 앞부분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더욱이 중도에 포기했다가 다시 도전해도 바로 포기했던 부분에서 독서를 멈추곤 합니다.


 

출처_ flickr by Daniel Lee




상황이 이러니 방법을 바꾸어야 합니다. 물론 책을 읽을 짬을 내기도 만만치 않은데 독서방법을 바꾼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 바꾸어보자는 건데, 한마디로 책 읽고 글 써보자는 말입니다. ‘읽기도 어려운데 쓰기라니?’라며 반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쓴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읽는 태도가 바뀝니다. 아무리 조각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더라도 쓰리라는 전제를 두면, 읽을 때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남기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전체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정분량마다 요약해놓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식으로 읽어도 읽는 동안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쓰기 전에 자신이 책에 남긴 여러 흔적을 다시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책 내용을 체계화해 이해하게 되고, 지은이가 생각하는 중요한 부분과 읽으면서 느꼈던 문제점이 더 뚜렷이 정리됩니다. 쓰지도 않았는데, 쓰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나타나는 효과니, 이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출처_ flickr by Lorenzo Sernicola




이제, 쓰면 됩니다. 글을 잘 못 쓴다고 두려워하지 맙시다. 처음에는 비밀일기 썼던 시절을 떠올리며 비공개를 전제로 씁니다. 책을 읽었으니 서평을 쓰겠다고 덤비지 말아야 합니다. 학생 시절 독후감을 쓰는 마음으로 쓰면 됩니다. 더욱이 학생 시절에는 독후감이 숙제였지만, 지금은 책을 바탕으로 깊은 사유와 성찰을 하려는 목적으로 쓰는 것이니 부담이 없습니다. 굳이 내용요약 중심으로 쓸 필요 없이, 책을 읽으며 경험한 감동이나 감흥, 그리고 감상 등을 에세이 풍으로 쓰면 됩니다.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니,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책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읽어야 쓸 수 있을까요, 써야 책을 읽을까요? 필자는 써야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책 안 읽고, 숱한 독서운동이 판판이 실패하는 데는 쓰기와 읽기를 묶어 말하지 않아서라고 여깁니다. 읽는 행위는 어쨌든 수동성을 띨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유구조를 익히는 일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쓰는 행위는 능동의 영역입니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일이니 말이죠. 무엇이 신 나는 일인지는 명확합니다. 많이 읽어야 잘 쓴다는 말은 고금의 진리입니다. 그러나 말을 바꿔봅시다. ‘잘 쓰려고 많이 읽어야 한다.’라고. 쓰려고 읽으니, 읽기 능력도 새삼 키워집니다. 자주 쓰면 글쓰기 능력이 훌쩍 자라납니다. 이런 것을 보고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법이라고 하겠죠? 



출처_ flickr by Adrian Clark



이권우 | 도서평론가.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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