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찍은 사진과 못 찍은 사진, 그 사소한 차이는?

2011. 7. 18.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1인 1카메라 시대입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없더라도 요즘 웬만한 휴대전화에는 500만 화소 카메라가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생활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고, 본인이 찍은 사진을 소셜 커뮤니티에 올려 교류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사진이 대중화되다 보니 예전에는 전문가들만 사용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렌즈교환식 카메라, DSLR이 많이 보편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DSLR은 더 작고, 더 가볍게 만들어 전문가가 아닌 여성과 주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추세입니다. 이왕이면 더 멋진 사진으로 일상을 남기라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잘 찍고 싶은 욕심에 큰 맘 먹고 DSLR 카메라를 구입합니다. 하지만 같은 기종, 같은 렌즈로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찍은 사진은 뭔가 부족한 것 같고, 왠지 어설퍼 보입니다. 매일 신문 일면을 장식하는 사진과 내가 찍은 사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몇 장의 사진을 예로 들어 이유를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거장의 사진에 담겨 있는 사소한 차이

지난 2010년 6월 22일, 서울 양재동 예술의전당에서는 ‘순간의 역사, 역사의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퓰리처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퓰리처상이라고 하면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굳이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한마디로 전세계의 보도사진 중에서, 그 해의 가장 잘 찍은 사진을 선정한 작품이 퓰리처상 수상작입니다. 그럼 거장의 사진에는 어떤 차이가 숨어 있을까요?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되었던 작품 중 1974년 수상작 <Burst of joy>라는 작품을 먼저 보겠습니다.


<“Burst of joy” by Slava Vender won the Pulitzer Prize for Photography in 1974.>

한 눈에 봐도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입니다. 이 사진은 1973년 3월, 베트남 전쟁포로였던 로버트 스텀이 캘리포니아 트라비스 공군기지에서 가족들과 상봉하는 광경을 포착한 것인데요. 작품의 주인공은 로버트 스텀입니다. 등을 돌리고 있어 그의 표정을 알 수 없지만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맞은 편에서 달려 오는 그의 가족들이 주인공의 감정을 대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Faith and Confidence” by William C. Beall won the Pulitzer Prize for Photography in 1958.>

이 사진은 1958년 수상작 <Faith and Confidence>라는 작품입니다. 워싱턴 데일리 뉴스의 William C. Beall기자가 촬영한 것인데요. 두 살배기 어린아이가 거리 퍼레이드 행렬로 걸어가려는 것을 경찰이 다정하게 말리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입니다. 두 주인공만으로도 사진은 완성될 수 있지만 아마 그랬다면 이 사진은 그저 ‘아름다운 사진’에 불과했을 겁니다. 이 사진에서 주목해야 할 사람은 뒤에서 팔짱을 끼고 흐믓하게 바라보는 어느 중년 남자인데요. 이 시민을 통해 제목처럼 따뜻한 분위기가 전해지는 것이지요.


사진을 더욱 빛나게 하는 장치 ‘미장센’

하나의 사건이 있을 때, 그것만으로도 좋은 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자면 옆에서 그 사건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추가될 때 사진은 ‘미장센’이라는 효과를 더하게 됩니다. 사건의 대상만으로 불완전했던 사진의 구조가 이를 통해 더욱 완벽해지는 것이죠. 앞서 <Burst of joy>에서는 뒤에서 달려오는 가족들이, <Faith and Confidence>에서는 시민이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장센
프랑스어로 ‘연출’을 의미함. 희곡에는 등장인물의 동작이나 무대장치, 조명 등에 관한 지시를 세부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하여 각본의 내용을 통일적이고 효과적인 형상(形象)으로 만들어 무대에서 상연하는 작업을 말한다. 따라서 연출가는 희곡의 각 장면 또는 각 국면의 미장센을 결정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신문보도에 실리는 사진은 모두 이 ‘미장센’이라는 장치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것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실제 보도된 사진을 통해 살펴볼까요?


<이미지 출처:서울신문>

이 사진은 한국 증권거래소의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지수가 30포인트 이상이나 급등했네요. 만면에 웃음을 띤 객장 직원의 얼굴을 보니 모처럼의 기쁜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진에서 가장 중심된 사건은 ‘코스피 지수가 많이 올랐다’는 것입니다. 사건 자체만으로는 이 직원의 모습이 반드시 나올 필요는 없습니다. ‘코스피가 올랐다’는 사실 전달에는 사진에 나온 세 개의 모니터 화면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진을 본 독자들은 모니터에 떠오른 숫자보다도 객장 직원의 얼굴을 통해 사진의 의미를 파악합니다. 즉 이 사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다 분명히 하는 ‘미장센’ 장치를 하는 것이 객장 직원의 표정입니다. 


<이미지출처:서울신문>

두 번째 사진의 제목은 ‘늘어나는 빈 사무실’입니다. 경기 침체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빈 사무실도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빌딩 앞에 붙은 큼지막한 임대 광고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광고판 앞을 스쳐지나가는 두 사람은 왜 굳이 함께 담은 것일까요? 이런 사진, 신문에서 많이 보신 적 있지 않으세요?

사실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일반인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가 정말로 ‘풍경만 담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신문에 나오는 보도사진들의 공통점은 풍경을 찍더라도 반드시 사람을 함께 넣는 것인데요.

먼저 풍경만 찍을 때의 문제는 사진이 지나치게 밋밋해져 버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위 사진의 경우도 임대 간판만 찍었더라도 문제는 없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대장치, 즉 ‘미장센’ 역할을 함으로써 사진이 전체적으로 생동감있어 보입니다. 더불어 이곳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사람들을 기준으로 전체적인 풍경의 크기도 짐작할 수 있죠. 


<여러분도 혹시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사진만 찍고 있지 않으신가요?>

흔히 사진을 찍다보면 이런 문제에 부딪힙니다. 잘 찍긴 한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심심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바로 이 ‘타인의 시선’과 같은 미장센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면이 아닌 ‘이야기를 담는 것’입니다. ‘잘 찍은 사진’, ‘예쁜 사진’보다는 한 눈에 봐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알 수 있는 의도를 담은 사진이 좋은 사진입니다.

예쁘고 잘 찍은 사진이지만 왠지 모르게 심심하고, 흐리고 투박하지만 마음을 흔드는 사진이 있습니다. 사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한계에 부딪히신 분들, 오늘부터 사진에 ‘이야기’를 담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떠세요. 그럼 사진이 훨씬 재미있어질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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