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숫자 10을 좋아해!? 알고 보면 놀라운 신문 속 숫자 의미

2014. 8. 20. 11:3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pixabay by ValSteff



신문과 숫자 사이


신문은 숫자와 친합니다. 신문의 생명인 ‘객관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도구로써 숫자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모든 신문이 사실에 근거한 숫자를 쓰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의미들도 있습니다. 인간의 심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부분도 있지요. 신문 속 숫자세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신문이 좋아하는 숫자


신문은 ‘10’이라는 숫자를 좋아합니다. 10대 뉴스, ○○하는 10가지 방법 등 ‘10’으로 끊어서 정리하는 경우가 많지요. 기간 역시 10년 단위로 끊어서 이야기할 때도 많습니다. <수학자의 신문읽기>라는 책에서는 그 이유를 10진법에 익숙한 사람의 무의식과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안정감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100’은 너무 광범위하고 ‘1’은 오보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요. 어떤 사실에 대한 통계치를 보여주는데 10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넓고, 1년이라는 시간은 지표로 보기에 너무 짧은 것과도 같습니다. ‘10’이라는 숫자만이 가질 수 있는 느낌 때문에 유독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신문에는 ‘1’이라는 숫자도 많이 등장합니다. “14개월 새 18명이 떠나..”, “지난해 12월..”, “매일 14시간이 넘는..”, “출범 1년 2개월..”, 특수활동비는 146억..”. 이상하리만큼 ‘1’로 시작되는 숫자들이 많지요. 신문 속의 많은 숫자들 중 ‘1’로 시작하는 경우와 ‘7’로 시작하는 경우 어느 쪽 빈도가 더 높을까요?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해보면 ‘1’로 시작되는 숫자는 무려 30%나 된다고 합니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벤포드의 법칙’이 있습니다. 벤포드의 법칙(Benford's law)은 데이터의 10진법 값에서 첫 자리가 1인 경우가 많다는 법칙을 말합니다. 10진법을 쓰는 시대에 나온 신문에서 첫 자리가 ‘1’인 숫자가 자주 나오는 것은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릅니다.


 

출처_ 한국경제신문



같은 듯 다른 숫자


똑같이 물이 담겨 있는 컵을 보면서 물이 반이나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물이 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요. 같은 사물이라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프레이밍 효과(framming effect)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병에 걸려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 의사가 “지금까지 이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은 100명 중에서 70명이 수술 후 10년은 더 살았습니다”라고 얘기하면 환자는 아마도 비교적 안도하면서 기꺼이 수술을 받겠지요. 그러나 반대로 “100명 중에서 30명이 10년 이내에 죽었습니다”라고 얘기하면 불안에 떨며 수술을 망설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철저히 따져보면 100명 중 70명이 산다는 것은 30명이 죽는다는 것과 같은 내용이지만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듣는 사람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사실을 보도하는 뉴스의 기사라도 쓰는 숫자에 따라 다른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구체적인 숫자로 표기된 데이터와 퍼센트(%)로 표기된 데이터도 보는 사람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프레이밍 효과’ 중 하나일 텐데요, 그 때문에 긍정적인 내용은 구체적인 숫자로 부정적인 내용은 퍼센트(%)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생활 속 숫자의 비밀


어쩌면 우리는 숫자로 둘러싸여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컴퓨터는 이진법으로 작동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컴퓨터, 스마트폰은 모두 0과 1이라는 숫자로 작동을 하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우리 일상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숫자들이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① 버스노선번호

버스노선번호의 첫 번째 숫자는 ‘출발지’를 말하고, 두 번째 숫자는 ‘도착지’를 말합니다. 그 뒤에 나머지 숫자는 ‘버스의 일련번호’입니다. 서울지역의 출발지는 1부터 7까지의 숫자로 나눠져 있습니다. 1번은 도봉, 강북, 성북, 노원을 가리키고 마지막 7번은 은평, 마포, 서대문을 가리키지요. 예를 들어 ‘604번’ 버스노선번호는 6번(강서, 양천, 영등포, 구로)에서 출발해서 0번(종로, 중구, 용산)으로 가며 4번의 일련번호를 갖고 있는 버스인 것입니다. 이제 버스번호만을 보고도 대충의 노선도가 머리 속에 그려지겠지요?


② 신용카드번호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신용카드번호에도 일련의 규칙이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카드는 4자리씩 총 16자리의 숫자 조합으로 카드번호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는 15자리, 다이너스카드는 14자리로 되어있고요. 카드번호의 첫 자리는 카드종류를 나타내는데 비자카드는 4번, 마스터카드는 5번, 국내용카드는 9번, JCB카드는 35번, 다이너스카드는 36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카드는 37번으로 시작됩니다. 인터넷에서 결제할 때 주로 입력하는 카드 뒷면의 세자리 숫자는 검증번호로써 카드 소유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쓰이며 카드사에 따라 표기법이 다르다고 합니다. 



출처_ wikimedia commons(좌) / pixabay by PublicDomainPictures(우)



많은 얼굴을 가진 숫자


숫자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지표이기도 하면서, 쓰는 용도나 표기법에 따라 보는 사람에게 전혀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은 0과 1로 작동되는 기계이고, 매일 이용하는 버스와 신용카드도 저마다의 숫자규칙을 갖고 있습니다. 가히 숫자로 이루어진 세계이고, 숫자로 살아가는 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숫자의 얼굴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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