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1. 13:26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즘은 SNS, 블로그와 같은 매체를 이용해 사회적 이슈를 생산하는 1인 미디어 전성시대입니다.
그러다보니 개인의 영향력이 거대 미디어 그룹 못지 않은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가끔 블로그나 트위터에서 만들어진 이슈가 신문에 보도되며 확장되는 사례도 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지금은 기존 언론사와 함께, 뉴미디어를 바탕으로 개인이 만드는 이슈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죠.
2009년 만들어진 한편의 영화에서는 이렇게 기존의 펜과 종이를 쓰던 기자와 블로그를 통해 활동하는 기자가 나와 활약을 펼치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담았었는데요. 바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라는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지금처럼 개인 미디어의 힘이 강력하지 않았기에 블로그 기자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생소했었는데요. 지금 이 영화를 본다면, 펜과 종이로 활약하는 기존의 기자와 블로그를 통해 활약하는 기자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인터넷 시대, 기자에게 펜과 종이는?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러셀 크로우’가 중견 기자 ‘칼 맥카프리’역으로 나오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었죠.
전철역 주변에서 총격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 우연찮게 범행과정을 목격한 사람도 범인에게 총을 맞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하원의원인 친구 ‘벤 애플렉’(스티븐 콜린스)과 내연의 관계였던 청문회(국방성 용역기업) 수석보좌관이 전철역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과 합쳐지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맥카프리(러셀 크로우)’는 기자로서 총격살인사건을 조사하는데요. 자살로 추정되는 친구 여자의 죽음과 연관성을 찾아내어 군산복합체의 비리를 파헤치게 됩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단서를 기억한 그는 블로그 기자 ’델라 존스(레이첼 맥아덤즈)’와 함께 협력해 공동기사를 작성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펜과 종이를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주인공 맥카프리의 직업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요즘처럼 블로그와 인터넷 포털이 범람하면서 펜과 종이를 이용한 텍스트는 이전만큼 그 중요성이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알린 이야기라면 ‘수정’버튼이나 ‘삭제’버튼을 눌러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도 많이 있죠. 하지만 맥카프리는 무언가를 쉽게 보도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하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펜과 종이를 이용해 진실을 적어나가죠.
사실 종이에 적어 기사를 쓰는 것은 굉장히 느리고 요즘 같은 속보경쟁이 치열한 언론사 내에서 구닥다리 취급을 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직접 손으로 쓰면서 한번 더 생각을 하고, 옮겨 적으면서 편집도 하는 여유를 보이는데요.
인터넷과 블로거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지만, 사실 영화의 주요 메시지는 기자에 대한 직업의식과 저널리즘입니다.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양 보도하기도 하는 언론에 대한 경고이자 진정한 언론인의 역할에 대한 물음을 영화에서는 제시하고 있죠.
이렇게 펜과 종이를 이용해 보도하는 그와 다르게 블로그에 가십거리를 올리는 정치부의 기자 ‘델라 존스’는 ‘쉽고, 빠르며, 싸고, 간편하다’는 슬로건을 달고 사는 블로그 기자입니다. 그런 그녀는 발로 뛰며 펜으로 글을 적는 맥카프리의 취재 방식에 적대감을 드러내죠.
정치인의 사생활을 전담하며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는 블로그 기자인 그녀 역시도 기존 기자들과 똑같은 대우와 취급을 받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전통적인 기자의 모습과 다른 그녀지만 영화에서는 블로그로 전해지는 여론의 막강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블로그를 활용하는 여기자와 현장을 뛰어다니는 맥카프리가 협동하게 되는데요. 초반에 맥카프리의 눈에 그녀는 책상에 앉아 단편적인 정보만 전달하는 한심한 기자, 그녀의 눈에 맥카프리는 뛰어만 다닌다고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거라 믿는 구시대의 기자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공동기사를 작성하게 되면서 그녀는 맥카프리의 취재방식을 사랑하게 되고 결국 그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블로그를 통한 기사만 작성하던 그녀가 아날로그식 기사를 작성하는 그에게 동화되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언론의 가치 결국은 진실
블로그 기자 델라는 신문사 경영진 내에서 “값싸고 재미있는 기사를 쏟아내는 기계”로 통하고 맥카프리는 “기사 숫자도 적고 말만 많은 골칫덩어리”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어쩌면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두 사람이 힘을 합치자 미궁에 빠질 것 같은 사건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이 몸담고 있는 ‘워싱턴 글로브’지는 권력과 관련을 맺고 있기에 진실을 은폐하려 합니다. 뉴스는 진실로 다가갈 때 진정한 뉴스가 되지만 자칫 진실을 은폐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죠. 거대 권력과 기자의 싸움을 그리는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 역시 권력은 진실을 싫어합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진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고난의 연속인지 영화에서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중간 부분에서 맥카프리는 “그래도 난 믿어. 독자는 진정한 기사를 구별한다는 걸. 누군가는 진실을 써주길 원할 거라는 걸..”이라는 말을 합니다.
외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위해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주인공의 철학과 영화의 메시지가 함축된 대사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두 기자가 밝힌 ‘진실’이 신문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엔딩 크레딧 화면이 나오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에서 블로그 뉴스는 마치 모두가 거짓이고 단순한 가십거리라는 듯이 표현됩니다. 쉽게 쓰여지고, 쉽게 보여지고, 쉽게 수정할 수 있는 블로그의 위험성을 알려 진정한 저널리즘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는 것도 영화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의 블로그 역사도 짧은 것은 아닙니다. IT강국이라는 위상답게 이미 블로그는 강력한 미디어가 되어 ‘파워블로거’들을 만들었고 이제는 기업이나 정부에서도 그들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죠.
영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영화를 통해 강력한 1인 미디어 도구라고 할 수 있는 블로그의 위상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데요. 신문과 다르게 블로그의 글을 접하는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글쓴이의 생각을 따른다고 합니다.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신문에 비해 가볍게 읽고 단순하게 소비하는 블로그의 성격이 영화에서도 나타나고 있죠. 하지만 영화 속 맥카프리처럼 블로그를 무조건 나쁘게 볼 수는 없습니다. 블로그도 매체 특유의 가치를 갖고 있는 강력한 미디어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기존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블로그라는 매체가 등장하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종이와 펜을 들고 활동하는 기자와 블로그 기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국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이 진정한 언론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종이신문의 위기와 인터넷 신문의 폐해가 자주 거론되고 있는 요즘, 과연 진정한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였습니다.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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