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AF에서 만난 ‘로봇 찌빠’의 아버지, 신문수 화백

2011. 7. 22. 13:2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예전 일본의 독서문화에 대한 한 사설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어떤가 봤더니, 지하철에 타보니 절반 이상이 만화책을 읽고 있더라” 이 사설에는 일본의 독서문화가 생각보다 많이 부풀려져 있고, 만화는 진정한 책으로 볼 수 없다고 무시하는 늬앙스가 담겨 있었는데요.

지금은 만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 만화는 ‘아이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는 유해 매체’로 인식되어 마치 불량식품처럼 다루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찍이 유럽에서는 만화를 ‘제9의 예술’이라고 지칭하며 신문만평이나 캐리커처를 통해 사회를 풍자하는 도구로 활용했고, 그림을 통해 쉽게 의미가 전달되는 만화의 강점을 파악한 일본에서는 만화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오늘날 ‘망가(漫畵)’라는 독자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키워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끈 <신의 물방울>, <맛의 달인> 등은 일반 전문서 못지 않은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어 ‘CEO 필독서’라고 일컬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우리나라 만화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문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는데요. 이렇게 만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담은 행사가 매년 여름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SICAF가 그 주인공인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한 축제의 장이 되어 만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코엑스로 불러 모으고 있답니다. 바로 어제, 7월 20일 개막한 SICAF 2011,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올해도 볼거리 풍성한 만화인의 축제, SICAF 2011

<’로봇 찌빠’ 인형과 건프라 특별전 부스>

<동일한 인형에 다채로운 캐릭터를 그릴 수 있는 ‘툰토이 플레이나라’ 부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SICAF 2011은 지난 7월 20일부터 주말인 24일까지 총 5일 간 행사가 진행되는데요. 특히 작가들의 사인회, 특별 애니메이션 상영, 코스프레 행사 등 매일 바뀌는 다채로운 이벤트로 여러번 가더라도 전혀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답니다. ^^


<’찌빠와 도깨비 감투의 행복한 동심천국!’ 신문수 특별전>

<’심야식당’ 특별 전시장>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건담’ 프라모델>


SICAF 2011은 국제적인 행사인 만큼 국내 작가는 물론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되고 있는데요.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심야식당> 특별전이 준비되어 있답니다. 첫날 개막식에서는 원작자인 ‘아베 야로’씨가 내한해 사인회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 신문 전문 만화가, 로봇 찌빠의 아버지 신문수 화백



이번 SICAF 2011에서 눈여겨 볼 전시는 ‘신문수 특별전’인데요. 너무나도 친숙한 ‘로봇 찌빠’의 아버지이자, 국내 명랑만화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신문수 화백의 작품을 기리는 뜻깊은 전시입니다. 50년 동안이나 만화계에 몸 담은 신문수 화백은 특히 신문과의 인연이 깊은데요. 그의 작품무대가 주로 소년한국일보, 소년동아일보, 소년조선일보 등 어린이 신문이었던 점을 보면 그의 신문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만평과 4컷 만화의 형태로 존재하는 신문 속의 만화는 지면을 구성하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한데요. 만화전문잡지가 탄생하기 전, 신문은 만화를 연재하는 주요한 통로였고, 오늘날의 한국만화 발전에는 신문이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가 그린 만화는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명랑만화였는데요. 글과 사진을 통한 기사와 함께, 신문수 화백의 만화가 신문을 읽는 어린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30대 직장인은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받아보는 어린이 신문에서 신문수 화백의 ‘서울 손오공’ 만화를 자주 봤었다”며 “당시 신문을 펴자마자 가장 먼저 보는 코너가 신문수 화백의 만화였다. 어린 나이에 아무래도 신문과 친해지기는 힘든데, 그 매개체가 된 것이 만화였던 것 같다”고 말했답니다. 덧붙여 “어린 마음에 이름이 신문수라서 분명히 신문과 무슨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며 웃었습니다. ^^

SICAF 특별전 기념 인터뷰를 통해 신문수 화백의 ‘명랑만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볼까요?


과거에 비해 요즘 어린이들에게 ‘명랑만화’가 생소해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고, 현재의 명랑만화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요즘은 명랑만화가 많이 생소해졌습니다. 과거 7~80녀대에는 어린이잡지나 교양잡지가 많이 출간되어 만화를 발표할 지면이 많았었는데 90년대 들어오면서 어린이 잡지가 대부분 폐간되어 명랑만화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현재 어린이만화라 불릴 수 있는 것들은 학습만화 정도가 남아있다고 할까요?




최근 명랑만화에 대해 재조명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만화의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후배나 아끼는 후배가 있으시다면?

현재 명랑만화에 관심을 돌리는 신인 만화가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만화를 그린지 50여년이 되기 때문에 많은 후배들이 있고 모두 아끼고 있지만 그중에 ‘박무직’ 후배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처음 명랑만화로 시작한 그 후배는 현재 일본에 건너가 많은 인기를 얻고 성공한 것 같아 기쁩니다. 눈여겨 보기도 하고요. 그리고 명랑만화가 부활하려면 만화를 발표할 지면 즉 출판할 수 있는 잡지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어린이 잡지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는데 명랑만화가 발전하려면 신인 발굴의 장인 출판 잡지가 많이 발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생각하고요. 



현재 작업하고 계시는 <원시소년 꽁빌라> 이외에 준비하고 계시는 작품이나 향후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언제일지 모르지만 은퇴를 앞둔 요즘, 작업 중인 만화는 후배들에게 멘토가 되는 만화, 공익만화, 각 지자체와 기업체에 들어가는 비교적 짧고 간단한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데뷔 후 지금까지 50여년간 만화를 그리면서, 남아있는 중요한 원고나 자료들이 많습니다. 제가 고향이 충남 천안인데 내 고장에 작게나마 만화역사 박물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박물관을 통해 50년의 만화역사도 볼 수 있고 작품을 체계적으로 정리, 전시할 수 있어 그곳을 들르는 사람에게 뜻깊은 자리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 마지막 꿈이라 할 수 있지요.


-2011년 5월 27일 SICAF 특별전 기념 인터뷰 인용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문수 화백의 메시지가 우리를 감동시키는데요. 한 분야에서 큰일을 이룬 대가가 하는 말은 큰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SICAF 2011은 삼성동 코엑스에서 오는 24일까지 열린답니다. 특히 23, 24일은 주말이기 때문에 휴일 나들이 삼아 가기에도 좋은데요. 만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행사, SICAF 2011에 한 번 들러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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