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에서 조작 기사를 만드는 방법

2011. 7. 22. 09:1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북한 언론에서 미담 기사를 만드는 방법


북한에서 기자들은 노동당의 높은 신임을 받는 권력층에 포함되긴 하지만 아주 선호되는 직업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사정이 열악한 북한에서 기자든 뭐든 떠나 정부에서 주는 공급만 갖고 사는 직업은 모두 선호도가 떨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정부패가 심각한 북한에선 간부들이 갖고 있는 권력의 크기가 곧 부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간부의 집에는 각종 뇌물이 줄지어 들어갑니다. 그러나 권력이 없는 간부는 아무리 그가 높은 명예직에 있다 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에서 기자는 간부들에 비하면 권력이 대단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자들이 가난합니다. 남한과 같은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선 기자들에게 사회의 정의를 세운다는 자부심이라도 있지만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철저한 앵무새로 살아가야 하는 북한 기자들에게는 그런 자부심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지난 2월 5일 북 어민 기자회견 취재하는 북한 기자들(이미지출처-NEWSIS)>


그래서 북한 기자들은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인맥을 활용해 권력 기관 간부로 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긴 해도 북한의 기자들이 갖고 있는 권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기자 정도가 되면 다른 신문 기자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권력이 있습니다.

북한 간부들은 될 수 있는 한 이런 기자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합니다. 왜냐면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에 소개돼 김정일의 눈에 들게 되면 이는 곧 자신들의 출세와 직결되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김정일이 신문이나 방송을 보다가 “이 동무 일 좀 잘하는 것 같아. 모든 동무들이 이 동무처럼 일하시오” 또는 “아주 훌륭한 간부입니다”라는 말을 내린다면 그 간부의 평생 앞길은 활짝 열렸다고 봐도 됩니다.

북한에선 이렇게 김정일의 평가를 받은 사람을 ‘방침대상자’라고 하는데 한번 방침대상자가 되면 어지간한 잘못을 저질러도 다 무마가 되고 승진할 때는 항상 남보다 앞서 승진할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정일이 직접 보는 노동신문과 중앙방송 기자들에게는 간부들이 잘 보이기 위해 이러저러한 뇌물을 찔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부들은 인민들에게서 뇌물을 받아내고 기자는 간부들에게서 뇌물을 받는 것이죠. 뇌물을 받으면 기자는 그에 맞먹는 보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남쪽에는 아직도 기업이나 관공서의 약점을 잡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사이비 언론들이 존재합니다. 한국 언론은 비판이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 언론에는 비판 기능이 전혀 없습니다. 신문에는 오직 긍정적이며 따라 배울 수 있는 기사들만 써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기자들이 간부들이나 기업의 약점을 잡아서 이를 무마해주는 것으로 보상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기자들은 칭찬해주는 능력은 기막히게 발달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칭찬해주고 보상받는 것이죠.

사례 하나 들겠습니다. 제가 자란 도시의 한 중학교에서 체육관을 짓는다고 학생들에게서 자재를 모았습니다. 국가에서 대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못 하나, 시멘트 한줌까지 모두 학생들에게 분담시켜 걷었습니다. 이렇게 2~3년 노력한 끝에 결국 체육관은 완공됐습니다.

약 1년 뒤 이곳에 조선중앙방송 기자들이 내려왔습니다. 왜 왔는지 몰랐는데 갑자기 그 지역 간부들이 그 중학교에 몰려왔습니다. 학생들을 동원해서 운동장에서 철봉 등 아무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는 체육기자재들을 다 파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좀 있다가 운동장에서 쇼가 벌어집니다. 간부들이 열심히 시멘트 모르타르를 반죽하고 “영차, 영차” 소리까지 치면서 체육기자재들을 옮겨가 묻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을 방송기자들이 열심히 촬영합니다.

몇 시간 쇼를 펼쳐 보인 뒤에 기자들은 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에 가서 호화판 대접을 받더군요. 갈 때는 간부들이 준 지역 특산물까지 한 배낭씩 싸 들고 올라갔습니다. 다음 날 조선중앙방송에는 그 지역 간부들이 학교를 적극 도와주고 체육관 건설에 앞장서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갔습니다. 시멘트를 이고 체육기자재를 옮기는 장면까지 그럴 듯하게 편집됐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그런 줄 알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지역 사람들은 속일 수 없죠. 체육관 지을 때는 코빼기도 내밀지 않던 간부들이 1년 전에 지어진 체육관을 지금 앞장서 짓는다고 하니 황당한 것이죠. 사람들은 “우리 중앙방송에서 나오는 보도는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믿지 않겠다”고 쑥덕였습니다. 간부들이 대충 묻어놓은 체육기자재들이 너무 흔들거려 학교에서 학생들을 동원해 다시 파내고 묻기도 했습니다.

앞글에서 송어 선물을 받던 일을 회상한 탈북 기자 역시 비슷한 고백을 합니다. 방송기자 시절에 상부의 지시를 받고 한 인쇄소를 취재하러 갔는데 공교롭게도 그곳에 화재가 나서 사람들이 표정이 말이 아니더랍니다. 그래도 지시는 받았으니 보도는 해야겠고 해서 그 인쇄소가 잘 돌아간다는 내용으로 리포트를 만들어 방영했다는 것이죠.

모름지기 지금 북한 방송이나 언론에 나가는 많은 미담 사례는 이런 식으로 조작된 것일 겁니다. 경제난으로 제대로 돌아가는 공장이 거의 없는데도 북한의 신문 방송을 보면 저부터도 전국의 공장과 농촌들이 정상적으로 잘 가동되고 있는 것처럼 착각이 듭니다.

<얼마 전 조작사진으로 판명된 북한의 수해 관련 사진. 이미지출처:조선중앙통신, AP>



앞으로 통일이 되게 되면 북한의 기자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걱정도 됩니다. 말이 기자지 부조리를 캐 들어 가고 비판하는 훈련을 전혀 받지 못했으니 말이죠. 오히려 잘못된 것도 완전히 호도해 이를 칭찬하는 능력만 발달돼 있다 보니 차라리 기자들을 전부 새로 양성하는 것이 훨씬 빠르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 북한 언론엔 비판 기사도 있습니다. 노동신문에 한국과 미국 등을 비판하는 기사들도 자주 실린다는 것을 깜빡 했군요. 그런데 제가 노동신문도 자주 보지만, 남쪽 비판기사라는 것이 정확한 근거와 논리와는 거리가 먼 그냥 욕설과 비난의 나열입니다. 나중에 북한 기자들에게 비판 기사를 쓰라고 했다가 이런 식으로 써오면 이건 오히려 더 골치 아픈 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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