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2. 13:03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킁킁~ 킁킁킁~ 수상한 냄새가 조금이라도 피어 오르지는 않는지 탐색을 시작합니다. 흠~ 냄새는 여느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하지만 냄새로 훑어본 뒤에는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만져보기 시작하게 되죠. 구석구석에 손을 대는 것이 결코 달갑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감촉이 썩 나쁘지만은 않답니다. 사실 나쁘지 않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도톰하고 가슬가슬한 것이 좋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죠. 자잘한 나무껍데기와 풀 부스러기로 예상되는 알 수 없는 작은 조각들이 종이에 섞여있으니 얼핏 한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냄새와 촉감으로 읽고 난 후, 그제서야 찬찬히 살펴보게 되는 이 책은 코끼리 아저씨가 등장해서 코끼리 똥이 멋진 종이로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친절하게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 주죠. 인간에게 꼭 필요한 종이와 책을 만들고, 코끼리와 인간이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실현한 코끼리 아저씨의 똥 이야기를 다같이 한 번 들어볼까요? ^^
사람과 코끼리를 화해시킨 코끼리 똥 종이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라는 이름부터 흥미로운 이 책은 코끼리 똥 종이 사업으로 코끼리와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실현한 사회적 기업 막시무스(MAXIMUS)의 이야기입니다. 막시무스(MAXIMUS)’는 스리랑카어로 ‘코끼리’ 라는 뜻이기도 한데요. 이야기 속에는 코끼리와 스리랑카 원주민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들어 공생의 길을 걷게된 내용을 자세히 담고 있습니다. 투박한 그림과 함께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과정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되어 있어 누구보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책이에요.
야생 코끼리가 많은 스리랑카는 코끼리와 인간의 마찰이 잦은 곳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과도한 산림개발로 인한 코끼리들의 서식지 파괴가 가장 큰 원인이었죠. 자신의 서식지를 잃은 배고픈 코끼리들은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게 되었고, 농작물을 훼손하거나 집을 부수고 심지어는 원치 않게 사람을 해하기도 하게 되었는데요. 이에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코끼리를 총으로 쏴 죽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코끼리의 갈등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며 10년 안에 아시아코끼리가 멸종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죠.
그러던 중 코끼리의 똥을 이용해서 종이를 만들고 관련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스리랑카 콜롬보 지역에 회사와 공장이 세워지게 됩니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일자리를 얻었고 더 이상 코끼리를 해치지 않게 되었는데요. 이 책은 생존을 위해 다투던 코끼리와 인간이 평화롭게 살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담고 있습니다.
코끼리 똥으로 어떻게 책을 만들지?
코끼리는 하루에 풀이나 나뭇잎, 과일 등을 약 200~300kg나 섭취한다고 해요. 그리고 이렇게 먹어 치운 만큼, 50kg이 넘는 어마어마한 양의 배설물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끼리의 배설물에는 셀룰로스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요. 셀롤로스는 종이를 만들 때 사용되는 것으로 ‘섬유소’라고도 하는데요. 섬유소 10kg이면, A4 종이 650여 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섬유소가 함유된 ‘코끼리 똥’으로 어떻게 종이를 만들 수 있을까요? 먼저, 코끼리 똥 종이를 만드는 공장인 막시무스는 ‘밀레니엄 코끼리 보호소’에서 코끼리 똥을 가져와 햇볕에 잘 말린다고 해요. 그렇게 바짝 잘 마르면 24시간 동안 통에 삶아 살균을 하게 되죠. 완전히 삶아진 코끼리 똥은 불쾌한 냄새는 모두 사라지고 섬유소만 그대로 남게 됩니다. 오히려 풀 냄새와 같은 좋은 향이 나기도 한다고 하죠.
하지만 이 섬유소만으로는 종이를 만들기 아직 어렵다고 합니다. 때문에 인근 인쇄업체에서 나오는 폐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는데요. 코끼리 똥의 섬유소 70%에 나머지 비율로 폐지를 넣고 혼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죠. 그 다음 물과 함께 혼합된 종이 죽 형태에서 한지를 만들 듯 한 장 한 장 체에 밭쳐 건져 올린 후, 햇볕에 잘 말리면 완벽한 종이가 완성됩니다. 모든 과정 수작업으로 이뤄질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종이를 만들 때 사용하는 표백제 등의 화학물질은 전혀 사용하지 않죠. 그만큼 코끼리 똥 종이는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안전한 종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실제로 종이를 보면, ‘종이의 질감’이 각각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는 코끼리의 나이, 치아 상태, 음식 등에 따라 고유의 질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특별함이자 자연을 피부로 느끼는 즐거움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
이처럼 많은 양의 섬유소를 포함하고 있어 종이의 원료가 되는 코끼리의 똥은 인근의 코끼리 보호소 ‘밀레니엄 코끼리 보호단체(Millennium Elephant Foundation)’ 에서 가져온다고 해요. ‘밀레니엄 코끼리 보호소’는 학대 및 방치 혹은 보호가 필요한 코끼리를 구조, 관리 및 치료를 하기 위해 설립된 보호단체인데요. 코끼리 똥 종이와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책 구매 금액의 일부는 스리랑카 ‘밀레니엄 코끼리 보호소’에 기부되고, 더불어 주민들의 생계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코끼리와 사람이 협력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는 이 모델은 사람과 자연, 코끼리 모두를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정글을 파괴하지 않아도 되며, 코끼리도 숲으로 돌아가 개체 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책은 코끼리 똥으로 만든 재생종이를 이용해 만든 책입니다. 일반 종이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무를 자르고, 표백제 등 화학약품을 쓰고, 많은 물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환경에 해를 끼치지만 코끼리 똥 종이는 나무를 베지 않고 만드는 좋은 종이지요. 이 뿐 아니라, 수공예느낌이 물씬 나는 친근함과 자연을 담고 있기도 한데요. 스리랑카 현지에서 제작되어 국내서적보다 제본상태가 살짝 떨어지지만 이런 책은 바로 이런 것들이 매력 아닐까요?
게다가 이 책은 원조나 기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노력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공정한 거래를 통한 제품 구입을 하는 공정무역 제품입니다. 윤리적 소비의 한 방법이니 이 책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뜻 깊은 일이 아닐까 해요.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코끼리똥 책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야기할 꺼리가 정말 많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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