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류 컨퍼런스, 한류에도 소통이 중요! 상대국 이해는 필수!

2014. 10. 2.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지난 7월 1일 한류 콘퍼런스가 KBS와 한국언론학회 공동 주최로 KBS라디오 공개홀에서 개최됐습니다. ‘한류, 새로운 지평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한류의 현재와 미래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해 보기 위해 마련됐지요. 이를 위해 한류 콘텐츠 제작·유통, 케이팝 공연, 한류 콘텐츠 수입국, 정부·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8명이 발표자로 참여했습니다. 콘퍼런스는 8개 세부주제별로 나누어 테드(TED)1 강연방식으로 진행됐는데요. 지면 관계상 일부 전문가의 발표내용 중에서 최신 한류 동향, 한류에 대한 규제와 대책을 중심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케이팝으로 힐링받는 청소년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동기 외교부 문화외교국장은 한류와 관련된 흥미로운 두 가지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볼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의 보고에 따르면, 한류가 볼리비아에서 청소년들의 힐링 문화로 승화됐다고 합니다.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청소년을 위한 변변한 일자리나 놀이문화가 없는 볼리비아 청소년들은 마약·범죄와 같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하지요. 이러한 볼리비아에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청소년들이 광장에 모여 케이팝 댄스를 추곤 한다고 하는데요. 케이팝이 볼리비아 청소년들의 열정과 끼를 발산하도록 해주고, 나아가 탈선을 막아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 대사관에서 주최한 케이팝 행사에 무려 3,50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네요.


또 다른 사례는 2013년 8월 영국 BBC 뉴스입니다. 이 뉴스는 케이팝이 중동지역에 평화와 희망을 가져온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적 분쟁 해결 방안을 찾고 있는 동안, 이미 양국의 청소년들은 케이팝을 매개로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인데요. 김동기 국장은 이러한 한류의 확산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그러한 이야기를 확산시킬 수 있는 인터넷, 유튜브, SNS와 같은 매체들의 발전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비빔밥 광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미르야 말레츠키(좌)

컨퍼런스 토론세션에서 한류 전문가 3인 주제 발표(우)



안제현 삼화네트웍스 대표는 일본과 중국에서 드라마 제작사의 한류 마케팅 현황을 설명했습니다. 최대 한류시장인 일본은 한국 방송 콘텐츠 수출액의 60% 이상, 케이팝 수출액의 약 80% 이상을 수입해 왔지요. 따라서 국내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들은 일본시장에 타깃을 맞추어 왔습니다. 국내 시청자들의 기호에 맞는 소재·내용·캐스팅을 먼저 염두에 두고, 그 다음으로 일본을 고려하여 드라마를 제작해 왔던 것인데요. 일본으로의 드라마 수출은 2011~2012년에 최고조에 이르렀고, 이후 독도 문제로 인한 반한류 정서, 일본의 경제 불황 등과 같은 드라마 외적 요소로 인해 감소하기 시작했어요. 한국 드라마 고정 편성 시간을 가지고 있었던 일본의 많은 지상파 채널들은 최근 1년여 사이에 이를 대부분 폐지했습니다.



 한류 전략 재검토 필요


중국의 경우, 광전총국의 규제가 한국 드라마 수출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광전총국은 2013년 각 위성방송국에게 1년에 1편의 프로그램만을 수입하도록 허용하는 규제를 만들어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죠. 또한 2014년 광전총국은 4개 위성채널까지 신규 드라마의 동시 방영을 허용했던 정책을 변경해 내년 1월부터는 ‘일극양성’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지요. ‘일극양성’ 정책은 황금시간대(19~22시)에 1편의 드라마를 2개의 위성채널까지만 방영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인데요. 국내 제작사들은 광전총국의 정책 변화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중국의 방송사들과 여러 형태의 협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출처_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 광전총국이 한국 드라마 수입을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드라마 포맷이 중국으로 수출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드라마 포맷 수출 사례는 ‘아내의 유혹’이었는데요. 중국판 ‘아내의 유혹’으로 제작되어 큰 성과를 냈습니다. 이러한 단순 포맷 수출은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한류 드라마의 저변을 공고히 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포맷 수출조차 규제하기 시작했어요. 이러한 규제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중국 방송업계 종사자들과 논의 중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방영 이후 나타난 큰 변화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와 중국의 포맷 구입 제작사의 공동제작이 늘고 있다는 것인데요. 즉 많은 한국 드라마 제작사들이 완제품 수출과 포맷 수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중국 드라마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르야 말레츠키는 한국의 만화·비디오게임·영화 등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문화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말레츠키는 외국인 관점에서 한류 타기팅 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했어요. 미국에 한식을 알리는데 사용된 두 가지 ‘비빔밥 광고’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했습니다. 한국과 한국 음식에 대해 모르는 서양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 포스터들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한류스타 이영애 씨를 모델로 한 비빔밥 광고를 보면, 영어로 ‘BIBIMBAP?’이라는 단어가 상단에 위치해 있지만, 외국인들은 음식이름인지 알 수도 없다고 합니다.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심이나 흥미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비빔밥을 배경으로 하고 ‘How about BIBIMBAP for lunch today?’라는 문구를 넣은 광고는 조금 나은 편이지만, 서양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고 거리감 있는 표현들이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현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에요. 무조건적으로 한국에서 성공했으니 외국에서도 잘 통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또한 현지화에 있어서 영어만 잘하는 번역가가 아닌 ‘현지화의 전문가, 전문적인 번역가’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류가 서양에서 확장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부터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규제 장벽 넘어야


저우위보 (주)피플닷컴코리아 대표는 ‘중국 미디어시장의 동향과 관련 규제 및 대책’이라는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방송 콘텐츠 수입에 관한 규제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 광전총국이 시행하고 있는 TV방송 규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 해외 영화·드라마의 수입과 방영에 관련된 규제입니다. 주요 내용은 “황금시간대 해외 영화와 드라마의 방영을 금지한다” “방송채널의 1일 영화·드라마 편성 중 외화 비중은 25%를 넘을 수 없다” “특정 국가와 지역의 드라마와 영화를 집중 방영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원칙상 해외 드라마는 50회 이내로 통제한다” 등이지요.


둘째, 애니메이션 관련 규제입니다. “17~21시까지 반드시 중국 애니메이션만을 방송해야 한다” “1일 방영시간 중 중국 애니메이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출처_2014 한류 컨퍼런스



셋째, 올해 3월 발표된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유통과 관련된 규제입니다. “콘텐츠 유통 사이트들은 해외 콘텐츠를 포함한 영화·드라마 등에 대해서 ‘선심사 후방영’ 제도를 시행한다” “국가 안정성에 위배되는 내용, 국익에 손해를 끼치는 내용, 민족 풍습을 침해하는 내용, 사회 공중도덕과 전통문화에 해를 끼치는 내용 등이 들어 있는 드라마·영화는 방영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한류 콘텐츠가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광전총국의 이러한 규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저우위보 대표는 광전총국의 규제 극복을 위한 대책으로 ‘콘텐츠 공동제작’ ‘인터넷 플랫폼을 주요 진지로 하는 콘텐츠 판매’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한·중 콘텐츠 공동제작은 광전총국의 방송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는데요. 콘텐츠 공동제작은 단순한 배우의 교환을 넘어서 자본·기획·제작·홍보 등의 분야까지 포함하는 심도 있는 공동제작을 의미하지요. 또한 중국 내 사업 확장을 기획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은 2013년 9월 출범한 ‘상하이 자유무역지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이곳은 중국 정부가 국내 문화와 고급무역을 위한 플랫폼으로 육성하기 위해 계획한 무역지구이며, 해외 기업에게는 보유 지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특히 콘텐츠 기획에 집중적으로 기회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상대국 배려와 이해는 필수


두 번째 대책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판매입니다. 현재 중국 인구의 1/3 이상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영화·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어요. 바이두 등 빅3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의 인기 드라마 등 동영상이나 방송 프로그램을 확보하기 위해 1조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주요 영상 사이트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것이 한류의 지속적인 확산에 크게 도움 될 것입니다.


한류 컨퍼런스 마지막 부분에는 한류 전문가 3명의 토론세션이 마련됐습니다. ‘한류, 어떻게 초대할 것인가’라는 주제 토론에서 김수정 충남대 교수는 한류에 대한 과도한 애국주의나 민족주의가 한류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을 단순히 소비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며, 한류를 통해 어떻게 글로벌 문화에 이바지하고 창조해나갈 것인지를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초기 한류가 기획에 의해 발생했다기보다는 운이 상당히 따른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 이제는 그동안 쌓은 많은 경험을 어떻게 시스템화하고 확대 재생산하여 한류를 브랜드로 정착시킬지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고정민 홍익대 교수는 한류가 이제는 상대국의 문화도 이해를 해야 하는 공존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세계의 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출처_연합뉴스



이번 한류 컨퍼런스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점은 새로운 한류, 즉 ‘한류 3.0’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대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강연에 참여한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보컬 손동운 씨도 케이팝 공연에서 공연 국가에 대한, 그 나라 문화에 대한,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사전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어요. KBS와 한국언론학회 공동 주최의 이번 한류 컨퍼런스는 한류의 질적 발전과 확장, 그리고 타문화와의 공존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였습니다.



ⓒ 다독다독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9월호에 실린

유홍식 / 한국언론학회 연구이사•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