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한 ‘훈민정음’의 뜻은 ‘훈맹정음’으로 이어져

2014. 10. 8.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한글이 없었다면?’


만약 이런 상상을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카카오톡에서 주고받는 말은 모두 우리말이 아닌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겠죠. 말은 우리말인데 쓰기를 할 때는 다른 나라 글자로 적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죠. 누군가는 다른 언어를 알고 모르는 차이가 생기면서 차별 아닌 차별이 생기게 될 수 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글은 많은 사람이 쉽게 쓰고 읽을 수 있다는 것에서 중요합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글자로 만들어졌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백성을 사랑해 만들어진 ‘훈민정음’과 그 뜻을 이어받아 만들어진 ‘훈맹정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누구나 쉽게 쓰고 읽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훈민정음’ 


1446년 음력 9월 조선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동안에 사용하던 문자와는 모습도 원리도 다른 문자를 세종대왕이 발표했기 때문이죠. 바로 <훈민정음>입니다. 각기 다른 발음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창제원리를 소개하고 28자로 구성된 글자를 선보였는데요.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한글은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훈민정음은 사용하는 대상이 백성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한자 대신 쉽게 누구나 쓸 수 있는 언어로 태어났죠. 처음에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집현전의 학자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반세기도 되지 않아 지방 하층민 사이에서는 널리 사용하게 됐답니다. 


이것은 처음 세종대왕이 백성들의 문맹을 퇴치하기 위해서 한글 연구에 힘쓴 것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훈민정음을 이용해 배울 수 있고 쉽게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어 다양한 생각을 수용하려고 했던 것이죠. 



출처_ 위키백과



 눈이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닫히고 세상도 닫힌다!


이런 세종대왕의 사람을 사랑한 마음을 이어받아 시각장애인들이 읽고 쓸 수 있는 글자를 만든 사람이 있답니다. 바로 ‘송암 박두성 선생’입니다. 그는 1920년대 일본의 강제합병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도 글을 배우고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한 인물입니다. 평생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삶을 바쳤던 사람이죠. 


시각장애인들은 일반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글을 읽고 씁니다. 바로 손으로 글을 읽고 쓰는 ‘점자’를 사용하죠. 이 점자는 6개의 점으로 글자를 만듭니다. 하지만 한국에 처음 들어온 점자는 4개의 점만 가지고 있었답니다. 그것은 미국의 선교사가 가져온 것으로 한국의 자음과 모음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죠. 



출처_ youtube by EBSCulture (EBS 교양)



이러한 점자의 문제점을 바로 잡고 한국어에 맞는 점자를 탄생시킨 사람이 바로 박두성 선생입니다. 그는 1926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글자인 ‘훈맹정음’을 발표합니다. 당시 일본이 한국을 강제 합병하고 있던 기간이었기 때문에 한국어에 대한 탄압이 심했죠. 그 속에서 8명의 제자와 비밀리에 ‘훈맹정음’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거듭된 실패에도 꺾이지 않았죠. 결국, 그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한국 점자를 만들어냅니다. 



출처_ 송암박두성기념관



송암은 처음부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을 했던 사람이 아닙니다. 교직자로 여러 학교에 있었지만, 조선총독부 제생원 내 맹아부에 발령 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선구자로 거듭났죠. 당시에 시각장애인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말로만 듣고 이해해야 하는 청각 교육과 반복해서 일방적으로 외워야 하는 주입식 교육만 이뤄졌죠. 이것을 보면서 그는 ‘눈이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닫히고 세상도 닫힌다!’라는 신념으로 이들을 위한 교육에 힘쓰기 시작하죠.


그는 점자 교과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직접 점자 교과서를 만들어 출판합니다. 이런 와중에 3·1 운동이 벌어지고 일본인의 탄압은 더욱 거세지죠. 아예 조선어 과목을 없애려고까지 했으니 말이죠. 



출처_ 송암박두성기념관



그는 “눈이 없다고 어떻게 사람을 버립니까? 앞 못 보는 사람에게 모국어마저 뺏는다면 눈도 보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벙어리가 되라는 말입니까? 눈 밝은 사람은 자기가 노력만 하면 글을 배울 수 있지만, 이들에게 글을 뺏는 것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불구가 되란 소리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라고 외치며 일본인들의 탄압에 맞섰습니다.


결국, 그는 시각장애인들이 글을 배울 수 있는 한글 점자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점자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교육에 앞장섰고, 그들이 배울 수 있도록 어두운 밤에도 손수 점자를 연습하며 직접 점자 교과서를 만들었답니다. 손에 피가 맺히고 시력을 잃기도 했지만, 그는 평생을 시각장애인들의 교육을 위해 힘쓰며 살았죠. 그에게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이유랍니다. 



출처_ 네이버 tvcast 지식채널e



 훈맹정음의 현재 모습은?


시각장애인은 학교나 가정에서 점자를 배웁니다. 이들이 배우는 점자는 ‘훈맹정음’이 한글맞춤법과 편리성을 위해서 다듬어진 모습인데요. 현재는 1994년에 발표된 ‘한글 점자 통일안’에 의해서 한글 점자가 정해졌답니다. 


한글 점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한글을 가로로 풀어서 쓴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자음과 모음을 따로 떼어 하나씩 적는 셈이죠. 그래서 글자마다 표기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또한, 글자가 겹쳐서 잘못 읽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자주 쓰는 단어는 약어로 표현하고 사용 빈도가 가장 많은 ‘가’, ‘을’, ‘은’, ‘의’, ‘에’ 등의 조사도 약어로 표현한답니다. 



출처_ 위키백과 



많은 사람이 읽고 쓰기가 쉽도록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그 뜻을 이어 받아 ‘훈맹정음’으로 시각장애인에게 밝은 빛을 전한 송암 박두성 선생. 이들은 진정으로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현재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죠. 이 위대한 위인들의 고마움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져 읽고 쓰는 문화가 앞으로 더욱 늘어나도록 다독다독에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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