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예능 전성시대 이를 이끄는 '비정상회담', 그 이유는?

2014. 11. 27.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JTBC ‘비정상회담’ 공식 페이스북



요즘 TV채널을 돌리다 보면 외국인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프로그램의 고정 게스트 역할을 하거나 아예 메인으로 나서서 안방극장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데요, 이들은 한국인 못지않은 말솜씨와 재치있는 감각으로 신선한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KBS의 ‘미녀들의 수다’가 시초였다고 할 수 있어요. 당시 ‘미수다’에 출연했던 자밀라, 구잘, 크리스티나, 브로닌 등 수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인기와 화제를 동시에 이끌었죠. 이후 연예인들이 군부대에서 군인들의 훈련과 일상을 경험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는 호주 출신 샘 해밍턴의 군대 적응기가 웃음의 한 축을 담당했고 MBC ‘나 혼자 산다’에는 프랑스인 파비앙의 독신 라이프가 방송되며 인기를 끌었는데요, 그렇다면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외국인 예능,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손에 손잡고 열띤 토론, ‘비정상회담’의 세련미


외국인 예능 전성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프로그램이라면 단연 ‘비정상회담’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JTBC ‘비정상회담’은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꾸밈없는 솔직한 토크와 함께 세계 각국의 문화를 생생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외국인 프로그램들을 제치고 ‘비정상회담’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외국인 예능의 교과서라 불리는 JTBC의 ‘비정상회담’과 비슷한 포맷의 ‘미녀들의 수다’의 비교를 통해 흥행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명절마다 한복을 입고 나와서 구수하게 트로트를 부르고 한국인 배우자와의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봐왔습니다. 아름답고 입담 좋은 외국 미녀들을 등장시켜 인기를 모았던 '미녀들의 수다'도 있었는데요, '미수다'는 자리배치 자체가 시청자들을 향해 마치 전시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MC의 질문에 대한 각국 미녀들의 대답은 인터뷰 수준에 머무르기도 해, 결국 시청자들은 이들이 어떤 대답을 하느냐보다는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더 집중했습니다.

  


출처_ KBS ‘미녀들의 수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다릅니다. 서로 둘러앉은 구조로 이미 토론을 위한 적극적인 자리배치가 되어 있는데요, 이들은 찬반으로 팽팽히 맞서며 깊이 있는 토론을 이어나갑니다. 토론이 가능한 또 하나의 이유는 출연진의 다양한 캐릭터 덕분입니다. 똑 부러지는 지식으로 토론을 깊이 있게 끌고 가는 미국인 ‘타일러’, 서슴지 않는 독설로 토론의 열기를 뜨겁게 하는 터키인 ‘에네스’, 시종일관 분위기를 쾌활하게 이끌어주는 가나인 ‘샘 오취리’, 중립적인 입장으로 토론에 임하는 이탈리아인 ‘알베르토’ 등 누구 하나 캐릭터가 겹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토론은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양 극단이 팽팽하게 맞서기도 하죠. 


이들은 한국을 깊이 이해하지만 한국적인 것을 무조건 찬양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국가에 대해 민감한 부분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도 너무 심각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요, 일례로 어느 나라 맥주가 더 맛이 좋은가라는 주제에 대해 서로 아슬아슬한 논쟁을 벌이다가도 '손에 손잡고'라는 노래와 함께 웃음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세련됨입니다.



출처_ JTBC ‘비정상회담’ 공식 페이스북



 한국이 중심이 아닌, 외국인들의 예능


‘비정상회담’이 화제를 불러 모은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어와 한국적 사고에 능한 11명의 외국인들을 마주한 신기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 문화와 생활상에 얼마나 잘 적응했는지를 뽐내던 ‘미수다’와는 다른 모습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진행되는 방송이지만 한국이 중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출연자들은 각자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자신들의 나라와 문화를 한국어로 소개하고 토론할 뿐이에요. 유럽국가들간의 자존심 대결, 혼전동거나 독립, 체벌과 성교육을 포함한 교육 문제 등에 대해 토론을 할 때, 각자 자기 문화권의 가치와 상식을 토대로 생각을 펼치고 다른 문화권의 생각 역시 이해하고자 노력합니다. 출연한 외국인들이 한국적 사고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지만 찬양하진 않는다는 점이 이 토크쇼의 생명력이라 할 수 있죠.


‘비정상회담’의 인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외국인들의 말에 사람들이 귀 기울이는 것은 더 이상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이 신기해서만이 아닙니다. 이들의 수다를 통해 우리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인데요, ‘비정상회담’은 G11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진지한 토론을 진행하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마지막에는 '손에 손잡고'를 부르며 모두 하나가 됩니다. 


이들은 한국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보편적인 고민들에 대해서 각국의 관점으로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들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단순히 이방인이 아닌 다른 문화를 지닌 이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한국에 다문화 사회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큰 공을 세우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출처_ JTBC ‘비정상회담’ 홈페이지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이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궁금증"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외국 사람들에게 객관적으로 듣고 싶어 한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역할을 ‘비정상회담’이 잘 해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