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 시장의 성장이 소비자에게 끼칠 영향은?

2014. 12. 24.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출처_ bandt



영화배우 겸 감독인 케빈 스페이시가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한 이후에 영상산업의 통제권을 소비자에게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앞으로의 영화산업은 몰락할 것이다라고 예견한 것도 통제권과 자유도에 대한 논의에서 나왔죠. 종이신문이 디지털 신문(온라인 신문)에 자기 영업지역을 하나씩 넘겨준 것도 음반산업의 음원시장화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주도권이 넘어간 것도 모두 같은 통제권의 문제입니다. 서있는 것보다는 앉아있는 것이 앉아 있는 것보다는 누워 있는 것이 편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어야 몸이 편한 법이겠죠?


방송시장에서의 통제권 문제는 심각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미 통제권의 축이 완연히 한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어 과거에 했던 추정과 예측이 현실이 된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출처_ 신문과 방송 12월호 (이하 동일)



 시장 변화 이끄는 VOD


닐슨의 2014년 자료를 보면, VOD를 시청 가능한 가구는 대략 전체 가구의 40%(수도권은 50%)입니다. 40% 정도이지만, 이 정도의 수치로도 시장의 변화를 촉진할 정도라는 것에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VOD는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서비스입니다. 게다가 N스크린이 결합되면, VOD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제약을 완전히 극복하게 됩니다. 이것은 시간의 제약만 벗어난 유료 방송의 고정형 VOD에서만 봐도 큰 차이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림1]은 지상파와 VOD를 교차 도표화 한 것입니다. 우선 서로 패턴에서 차이가 납니다. 시간이 집중되어 곡선의 굴곡이 심한 지상파와는 달리 VOD는 곡선의 흐름이 완만합니다. 전반적인 이용도가 지상파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VOD가 실시간 방송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자유도는 높지만,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격차는 상당히 좁혀지고 있습니다. 2014년 2월 17일 발표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주문형 방송서비스(VOD)의 선택과 수용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제시된 내용은 일주일 동안 실시간 시청 시간은 1,028.8분이고, VOD 시청은 799.45분입니다. 보고서에 들어난 내용으로는 단지 시청 시간이 늘어난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바람도 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VOD 서비스가 고정형에서 이동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인데요. 일반 TV로 무료 VOD시청을 하는 시간(813.2분)이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실시간 시청, 무료 VOD시청들의 시간들보다 무려 145.3분 적다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했던 공간과 시간의 제약성을 극복한 N스크린형 VOD 서비스가 시장에서 선택 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리고 이런 서비스에 이용자가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려는 생각이 크다는 점은 수익성으로 고민하는 많은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시장에서의 경쟁을 유도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도 됩니다.



출처_ bandt (좌) / bandt (우)



 아직은 실시간 시청이 우위


실제로 사업자들은 VOD 전략을 수정해 수익을 최대한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해 8월부터 VOD 무료보기 가능 기간을 방송 후 1주일에서 3주로 늘렸습니다. 게다가 VOD 가격을 1,000 원에서 1,100 원으로 올렸지만, 시장에서의 정체보다는 오히려 VOD 성장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체 파워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PP채널 대신 VOD에서 콘텐츠의 품질만으로 경쟁하게 된 것입니다. 최근 OCN에서 방영하고 있는 ‘나쁜 녀석들’이 유료방송 시청률에서 평균 2.4%를 기록했지만, VOD 판매 매출은 지상파를 포함해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답니다. 





심지어 더 나아가서 이미 VOD가 TV 시청률을 넘어섰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2040세대들이 가장 많이 보는 비공중파 채널은 본방사수 하는 시청자들이 적고 컴퓨터나 모바일기기, VOD로 시청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아직까지는 지나칩니다. 아직은 본방송을 기본 전제로 놓고 해석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VOD가 실시간을 넘어섰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실시간 방송의 가치가 달라졌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의 방송시장 수익 구조에서 VOD가 조금 더 의미 있게 부상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는 있습니다.


최민희 의원이 최근 발표한 IPTV 3사와 케이블방송 MSO 4사의 ‘VOD 매출 현황 및 광고 매출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14년 6월까지 7개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VOD 서비스로 1조 1,464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IPTV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케이블 MSO 4사(티브로드·CJ헬로비전·씨앤앰·현대HCN)가 제출한 연도별 VOD 수입 현황을 보면, 2011년 1,920억 원에서 2013년 4,084억 원으로 112.7%,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2014년은 이미 VOD 매출로 2,499억 5,800만 원을 기록(6월 기준)해 지난해 4,084억 7,000만 원의 61%를 넘어섰죠. 


그러나 이 수치는 영화를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방송과 방송의 비교수치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즉 A가 B를 넘어섰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방송의 시청률과 방송 VOD의 시청률, 그리고 영화 극장 상영과 VOD 상영을 비교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영화와 방송이 모두 한 덩어리로 들어가 있어서 어느 한쪽이 더 우위에 있다는 자료로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자유도와 통제권이 핵심


하지만 광고란 관점에서 보면, 전체 수치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꽤 다행스러운 점입니다. 7개사의 VOD 광고수입은 2011년 142억 원에서 2013년 390억 원으로 2.7배 증가했습니다. 2014년은 벌써 600억 원(6월 기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답니다. 


동부증권은 2014년 올해 VOD시장의 규모를 대략 6,2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고정형, 이동형 VOD 서비스 시장을 합친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지상파 프로그램의 비중이 1,800~2,500억 원 정도인데, 이 수치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수출 규모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도 단면적이랍니다. VOD 수익 증가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수출 규모를 넘어서긴 했지만, 시청률 하락으로 인한 광고 수익의 감소분을 메울 수 있는지를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VOD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곤 있지만, 2014년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적자 규모가 1,000억 내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보면 VOD 수익이 늘어났다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신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이용자들의 선택은 실시간에서 VOD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실시간의 반대 개념으로 VOD를 이해하는 것은 지나치게 짧은 생각입니다. 그보다는 소비자의 통제권이 확대되는 시장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척박한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사업자들은 바로 그 지점, 소비자의 통제권 확대를 제공해서 성공을 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가두려고 하는 그 일체의 행위에 소비자는 본능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앞서 살펴본 대로 시간적 제약성을 극복한 VOD가 공간적 제약성을 극복한 모바일과 결합할 때 더 파괴적인 힘이 나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결국 이 사업의 핵심은 통제권과 자유도에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VOD가 실시간을 추월했다는 점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통제권과 자유도를 어떻게 구체화해서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단순히 VOD를 어떻게 더 많이 팔 것이냐는 질문에 선행되어야 VOD에만 시선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로, OTT로 IOT로 상상력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 징표 중 하나가 바로 VOD일 뿐입니다.



ⓒ 다독다독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12월호>에 실린 

조영신 / SK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