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7. 13: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얼마 전 저널리스트와 학자가 함께 한 세미나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널리스트 한 분이 ‘오늘의 내용들을 경영진에게 가서 전해달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씀하신 것인데요. 그는 모인 사람들에게 말한 것이 아니라 국내 신문기업과 저널리스트가 처한 열악함과 딜레마에 대해 외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그 후로도 ‘고성’의 ‘실체’가 뭘까 계속 머리에 남습니다. 2014년 말 언론-신문의 현재를 보여주는 주요 키워드를 묻게 됩니다. 가장 먼저 머릿속에는 ‘디지털 퍼스트’와 ‘세월호 참사’가 함께 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형입니다.
‘디지털 퍼스트’는 혁신, CMS, 조직과 사람의 변화, 다양한 주체-저널리스트, 기술인력, 개발자, 디자이너, 고객담당자-와의 협업, 디지털 스토리텔링, 네이티브 광고 등 관련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떠올리면 아무 말도,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는데요, 피해자 유가족은 물론 국민 대다수는 8개월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모든 부정적 감정의 최고 수위를 경험했습니다. ‘세월호 보도 참사’는 기레기, 추락한 보도, 실종된 신뢰, 유언비어, 저널리즘의 역할, 재난보도준칙과 시스템 등으로 점화됩니다. 이와 함께 ‘모바일·SNS 뉴스 이용과 콘텐츠’ 및 ‘새롭고 다양한 저널리즘의 시도’ 등을 들 수 있지요. 물론 이상의 키워드는 2015년 여전히 ‘설전’과 함께 ‘선택’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디지털 퍼스트: 한국 언론 ‘혁신’ 점화
디지털 퍼스트는 올해 시작된 것이 아니지만 NYT 혁신보고서를 통해 촉매된 것은 분명합니다. 최고의 저널리즘이자 뉴스기업인 NYT도 디지털 시대의 독자, 수용자들에게 더 많이 더 영향력 있게 다가가자고 수용자 확대와 뉴스룸 강화를 주문했지요. 수용자 분석과 이에 맞는 콘텐츠와 도구(기술)의 결합, 전략적 디지털 뉴스룸을 통해 ‘페이지 원’(관행)이 아닌 디지털 퍼스트를 구현함으로써 지금보다 더 빠르게 수용자에게 찾아가자는 것입니다.
종이신문 위주의 정책에서 탈피해 실시간 속보가 가능한 인터넷 신문을 내세우는 정책, 특히 마인드의 변화, 조직의 혁신, 반복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강조하는 시각입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연구원 역시 혁신을 실현하는 것은 조직으로서 청중(수용자)을 위한 뉴스 제작, 수용자와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언론조직 문화의 변화를 강조했지요. 동시에 이를 위한 실험의 공간을 찾아야 하고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실패와 좌절의 기록이 함께 하더라도 더욱 멋진 실패, 도전을 기억할 수 있는 혁신의 작은 시도부터 우선할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NYT가 인재를 탐하듯 우리 언론도 인재를 탐하면 좋겠습니다. 편집국 간부가 직접 나서서 디지털 글쟁이와 개발자 영입, 즉 사람을 바꿔야 최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에,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선택을 위해서 먼저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지요.
디지털 퍼스트로 가는 과정의 어려운 조건을 이야기했지만 전면이 아니더라도 부분 개편의 시도는 공감됐습니다. 실제 언론사들의 움직임은 실행의 첫발을 내딛고 있는데요, 파이낸셜뉴스는 9월 17일 디지털 퍼스트 방향으로 웹 사이트와 CMS 개편을 단행했으며, 한국일보는 한국아이닷컴과 결별하고 한국일보닷컴을 개설했습니다. 특히 편집국에 직접 디지털뉴스부를 두고 클린 한국일보를 선언, 사이트에서 선정적 기사와 유인성 제목, 광고 등을 걷어냈지요. 한겨레 역시 3.0 혁신보고서를 준비했고, 내년 5월까지 온오프 인적 역량 재배치, 디지털 콘텐츠 증가, 사전 제작 콘텐츠 증가, 웹/모바일 홈페이지 개편, CMS 개편을 1단계 목표로 삼았습니다. 경향신문 역시 미디어전략을 논의할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연말까지 관련 보고서를 낼 계획입니다.
디지털 퍼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독이 있듯이 언론사의 실험 역시 다양하게 출발했지요. 이어지는 내부 혁신에 관한 논쟁은 우려할 점이라기보다는 매우 긍정적인 수순으로 판단하고 싶습니다. 수용자와의 소통과 확장을 위한 디지털 퍼스트 실현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내부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협업입니다. 각 사별로 서로의 조건과 사례의 특성은 다르지만 이를 통한 논쟁을 통해서 자사의 혁신, 현재의 고민과 탈출구, 목표와 준비과정을 함께 협의함으로써 결정하고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보도의 참사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문제점은 월간 신문과 방송만으로도 5월호, 6월호, 10월호 특집으로 다루어지며 총 14개의 글이 실렸습니다. 이외에 기자들의 취재기와 제작기를 통해서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복기와 과제들이 전해졌지요. ‘세월호 4.16에 대한 기억, 잊지 않겠습니다’와 함께 언론 참사로 호명되는 보도의 문제점은 기술됐고, 원인 분석, 대안의 제언들이 제기됐습니다. 가시적으로 최소한의 재난보도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한 재난보도준칙(2014.9.16)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는데요, 가이드라인과 매뉴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키고자 하는 원칙의 필요성을 각성하고,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은 곳곳에서 강조됐습니다.
출처_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가 최소한의 국민 생명과 안전조차 지키지 못하는 산업화와 성장제일주의, 돈 중심의 사고가 빚어낸 참담함과 마찬가지로 언론 역시 오보와 미확인/불확실한 보도, 경쟁 보도, 자극적 보도, 무책임한 보도, 한풀이식 보도였다는 질타를 받았습니다. ‘기레기’란 오명은 유가족의 아픔과 국민들의 상처가 아물기까지 꽤 오랫동안 함께 기억될 수 밖에 없지요. 무엇보다 그 원인에 있어서 발표저널리즘, 받아쓰기 보도, 반복 보도의 일상적 관행, 취재경쟁과 시간/지면 채우기 몰입이 지적됐습니다. 급변하고 심화되는 매체 경쟁 속에서 어쩔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방어하기에는 바닥에 떨어진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한발도 다가설 수 없는데요, 정부와 국회, 관료와 기업이 지키지 못했다고 언론 역시 할 수 없었다고 하기엔 시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언론의 존재 이유, 뉴스 기업이 찾아갈 사람은 수용자, 시민이기 때문이지요. 참사의 현실과 시민들의 최전선, 가장 가까이엔 언론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모바일·SNS 뉴스 기반 뉴스 파급력 극대화
모바일 이용자의 뉴스 읽기가 고정형 뉴스 이용을 넘어섰습니다. 종이신문 읽기는 줄어들고 있지만 언론사닷컴 뉴스를 함께 이용하는 뉴스 소비 행태를 감안해 산정한 결합 열독률은 3년간 76%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뉴스 소비는 개인화된 뉴스 기기 모바일로 이동하지요.
이러한 추세는 모바일 화면의 고려와 함께 관련 뉴스콘텐츠 전략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독자(수용자)-모바일-SNS’는 뉴스 소비와 함께 있는데요, 이에 따라 스마트 기기 최적화, 맞춤형 뉴스의 시도, SNS용 뉴스콘텐츠 등 새로운 뉴스콘텐츠 제작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황유선 중부대 교수는 언론사 SNS용 뉴스의 새로운 포맷의 사례로 경향신문의 ‘향이’, 한국일보의 ‘눈사람, SBS의 ‘카드뉴스’ 등을 소개했습니다. 콘텐츠 기획단계에서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디바이스 형식에 맞도록 접근하기 쉽고, 가볍고 유연한 형식, 젊고 감각적이며, 유용한 내용을 담은 시도들이지요.
출처_ 연합뉴스
모바일 시대에 맞는 뉴스는 독자-수용자-고객중심의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기존의 SNS 계정과 관계망을 활용한 뉴스 파급력 효과의 극대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 블로그 저널리즘, 큐레이션 서비스 등을 들 수 있지요. 기존 뉴스와의 차별화, 전문적인 필자, 주관적 편집과 해석을 통해 과잉 정보의 옥석을 가려주며 SNS를 기반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소매치기-저작권 이슈-퍼 나르기식 뉴스 양비론 등 우려점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뷔페식 뉴스 편집과 레이아웃 구성, 반복적 유사 정보에 지친 이용자들에게 개별 뉴스의 완성도와 패키지는 한 걸음 더 들어간 저널리즘인 듯싶습니다.
디지털 퍼스트가 시대적 요구라면, 세월호 보도 참사는 직면한 현실이자 저널리즘의 현주소입니다. 모바일/SNS 뉴스 소비는 수용자의 대세적 흐름이며, 새로운 저널리즘 유형은 저널리즘의 변화하는 실천 행위이지요. 2014년을 통해 시대적 요구와 현실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빠르게 이동하는 수용자들에 맞춰 새로운 시도들이 전개되는 중인데요, 여기서 2015년의 과제는 시작됩니다. 산업과 시장을 염두에 둔 전문가도, 현장의 기업과 경영진, 실제 저널리스트 스스로에게도 재원과 수익 모델에 대한 불확실성, 준비와 투자를 위한 시간과의 싸움에 대해서 확언하기 어렵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성과를 위한 ‘선택’은 신문사 스스로가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혁신의 바람이 뉴스기업의 동력이 될 수 있는지, 속보와 친근을 넘어 탐사와 진지함을 갖춘 저널리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치열한 내부 ‘설전’이 필요합니다.
@다독다독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12월호>에 실린
이은주 /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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