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최근 재출간된 명저 다섯 권

2015. 1. 28.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교보문고 



최근 몇 년간 극장가에서는 수 년 전, 또는 십여 년 전 영화를 재개봉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옛 필름 영화들을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화질과 음질 등을 보정한 뒤 다시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방식이지요. 영화와 한 시절을 보낸 관객들에게는 보다 선명해진 추억을, 그들의 다음 세대 관객들에게는 ‘클래식의 클래스’를 만끽하게 해준다는 취지일 것입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삼부작,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뤽 베송 감독의 <레옹>,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 레터> 등이 그렇게 재개봉했지요. 


극장가의 재개봉처럼 서점가에는 ‘재출간’이라는 게 있습니다. 기억할 만한 작품들이 재번역, 재감수 등을 거쳐 새로운 커버 디자인까지 입고서 독자들과 재회하는 것이지요. 책 읽기뿐만 아니라 모으기에도 취향을 가진 독자들로서는 재출간 도서들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닐 겁니다. 특히나 절판된 작품이 새 디자인과 레이아웃으로 재편집되어 매대에 오른 것을 본다면 구매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겠지요. 매니악한 독서가는 도서 한 종을 판본별로 모두 수집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몇 개월간 도서 관련 뉴스를 검색해보면서 퍽 굵직한 작품들의 재출간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책 좋아하시는 분들의 흥미를 돋울 만한 다섯 편을 추려보았는데요. 하나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자전거 여행> 1∙2권 / 김훈 / 문학동네 


기자였던 김훈은 1994년 사십대 중반의 나이에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으로 등단했지요. 기자 시절에도 이미 문장가로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특히 그가 모 일간지에 연재한 문학 기사에 대해 시인 겸 문학평론가 남진우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아니 신문기사가 이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과 이런 글이 과연 객관성과 명료성을 생명으로 하는 신문에 기사로 실릴 수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동시에 자아냈다.”(남진우 저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직업은 시라고 하였다> 중) 


   

출처_ 교보문고  



김훈의 대표적인 산문집 <자전거 여행>은 직접 자전거를 타고 국내 곳곳을 일주하며(김훈은 실제로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고 하지요)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감상들을 적어내려간 기록입니다. 시인 김기택은 <자전거 여행>에 ‘자전거 타는 사람 - 김훈의 자전거를 위하여’라는 시를 써주기도 했고요.(김기택의 시집 <태아의 잠>에는 김훈의 해설 ‘저울대 위의 말과 삶’이 실려 있기도 합니다.) 글 한 편 한 편마다 유려한 문장들로 가득하지요. 


<자전거 여행>은 2004년 첫 출간 이후 2014년 11월, 10년 만에 재출간되었습니다. 커버 디자인이 새로 바뀌었네요. 여전히 원고지와 연필과 지우개로 글 한 편을 탈고한다는 작가. 자전거를 타며 어떤 풍경을 보았을까요? 그 풍경 속에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요?


[함께 읽어볼 책] <강산무진> / 김훈 / 문학동네 

김훈의 단편소설집으로 2006년 출간되었습니다.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이자 임권택 감독, 안성기 주연 영화로도 만들어진 ‘화장’도 그 중 한 편입니다. 


출처_ 교보문고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이 책은 2010년 국내 첫 출간되어 지금까지 20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습니다. 책의 인기와 함께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교 교수도 덩달아 유명세를 탔는데요. 우리나라 언론사 및 기관의 초청으로 서너 차례 방한하여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시 명예 시민으로 위촉되기까지 했고요. 알랭 드 보통, 파울로 코엘료, 베르나르 베르베르, 무라카미 하루키와 더불어 한국인들에게 꽤나 친숙한 저자가 된 듯합니다. 


2014년 11월 재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우선 출판사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이와 함께 번역도 다시 되었고요. 별책부록으로 해설서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이 책이 판매량에 비해 완독한 독자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했다는 것이 출판사 측의 설명입니다. 



출처_ 교보문고 



[함께 읽어볼 책] <마이클 포터 경쟁론> / 마이클 포터 / 21세기북스 

마이클 포터는 ‘공유가치 창출(CSV)’ 이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자입니다. 지난해 12월, 동아일보 주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에서 마이클 포터와 마이클 샌델이 ‘새로운 가치 창출 방안과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경제학자와 인문학자가 ‘자본주의’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이것은 ‘우리’(경제)와 ‘나’(인문학)의 대립이지요. 결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네요. 샌델의 책을 읽어보셨다면, 포터의 저서도 한번 일독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출처_ 네이버 책 



 <여울물 소리> / 황석영 / 창비 


소설가 황석영은 1962년 스무 살 나이에 단편소설 <입석부근(立石附近)>으로 등단하여 50년 넘게 ‘현역’으로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집필 활동뿐만 아니라 SNS와 미디어 채널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에도 매우 적극적이지요. 특히 문학동네 출판사의 온라인 카페에 3년간(2011~2014년) 국내 단편소설 101편을 엄선하여 소개하는 코너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이상, 현진건 등 근대 작가들부터 김영하, 김애란 등 삼사십대 젊은 소설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들까지 고르게 선정한 안목이 인상적입니다.


참고 기사 바로 가기  



출처_ 교보문고 



2012년 발표된 <여울물 소리>는 동학혁명을 소재로 다룬 장편 역사소설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작중 인물 ‘이신통’과 ‘박연옥’은 “모두 이름만 바뀌었을 뿐 실존 인물들”이라고 합니다. “역사적 사건의 재생을 피하고 문학적 상상력을 더하기 위한 방편”으로써 이름을 바꾸었다는 것이 황석영의 설명입니다.

이번 재출간본은 황석영이 초판본을 1년여간 퇴고하여 다듬은 버전으로, 동학혁명 120주년을 맞은 해인 지난 2014년 11월에 선을 보였습니다. 


참고 기사 바로 가기 


[함께 읽어볼 책] <서울로 가는 전봉준> / 안도현 / 문학동네 

안도현 시인의 시집으로 1991년 첫 출간, 2000년과 2004년에 각각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표제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은 시인의 등단작이기도 하지요(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학혁명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이 순창에서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될 때를 그린 시입니다. 시에 대한 해설과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를 참고해보시기를.


참고 기사 바로 가기 


출처_ 교보문고 



 <노동의 새벽> / 박노해 / 느린걸음 


‘노동 해방’을 뜻하는 필명처럼(본명은 박기평), 박노해 시인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어두운 현실을 노래했습니다. 1984년 첫 출간된 시집 <노동의 새벽>은 당시 대학생들로 하여금 노동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고민해보게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박노해는 1989년 ‘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하는 등 노동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지요. 그러다 1991년 국가 전복 혐의로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고 7년여를 복역하던 중 1998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습니다. 



출간_ 교보문고 



2014년은 <노동의 새벽>이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되는 해였지요. 마지막 달인 12월에 30주년 기념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찍어내야 하는 ‘실크 인쇄’를 표지에 도입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노동하는 사람’, 즉 ‘노동자’의 존재를 겉면에 각인시킨 것이 아닐는지요. 본문 내용 역시 초판본의 납활자 인쇄 방식을 가능한 한 그대로 유지했다고 출판사는 설명합니다. 1984년 스물일곱 살이었던 청년 시인은 어느덧 예순을 바라보는 문화계 인사가 되었군요. 


[함께 읽어볼 책]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 느린걸음 

1999년 세 번째 시집 <겨울이 꽃핀다> 이후, 12년 만인 2011년에 내놓은 시집입니다. 한국과 해외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얻은 성찰을 시로 풀어냈습니다. 국내외 노동자들의 고단한 현실과, 그 와중에도 위태롭게 피어나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출처_ 교보문고 



 <김수영 전집> / 김수영 / 민음사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네 권은 모두 지난해 10월과 12월 사이에 이미 재출간된 작품들이었죠. 이번 책은 새해 2015년 재출간 예정인 도서입니다. ‘거대한 뿌리’, ’풀’, ‘달나라의 장난’, ‘죄외 벌’ 등 숱한 명시를 남긴 위대한 시인 김수영의 전집입니다. 민음사에서 1981년 초판, 2003년 개정판을 낸 이후 12년 만의 재판인 셈이네요.(2009년 같은 출판사에서 김수영의 육필 시 원고 354편을 수록한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출처_ 교보문고 



올여름 출간 예정인 <김수영 전집> 새 개정판에는 미발표 시 여섯 편 정도가 새로 실린다고 하는군요. 그중에는 ‘김일성 만세’라는 시도 포함되어 있는데, 제목 때문에 이런저런 매체에서 게재가 거부됐었습니다. ‘거리의 철학자’로 불리는 철학박사 강신주가 모 대학교 강연에서 이 시를 낭독하자 장내 분위기가 일순간 싸늘해졌다는 일화도 있지요. ‘김수영 다시 읽기’라는 강의를 진행하고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단행본을 써내기도 한 강신주 박사는 “4∙19 혁명 이후 등장한 민주당의 장면 정권이 사실 이승만 독재 정권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적으로 묘사”했다며 “사람들은 자유로운 민주정부가 왔다고 흥분했지만 김수영은 새로운 정부가 반공을 국시로 유지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여전히 '김일성만세'라는 말을 하면 잡혀가는 시대였고 그것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사실”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일성 만세’를 비롯한 미발표 시 수 편이 수록될 이번 개정판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독자들과 만나게 될지 궁금하네요. 


참고 기사 바로 가기 


[함께 읽어볼 책] <김수영을 위하여> / 강신주 / 천년의상상

철학자가 쓴 시인론으로서, 508매의 만만하지 않은 분량입니다. 저자는 김수영의 시와 산문을 통해 진정한 인문학 정신을 탐구합니다. 한 장 한 장 넘겨가는 동안,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온몸으로 노래했던 시인 김수영의 진면목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월간중앙> 2014년 11월호에 실린 강신주 인터뷰 기사에서 기자는 “김수영의 삶을 반추하며 그를 위대한 인문주의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바 있다”라고 <김수영을 위하여>와 저자 강신주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참고 기사 바로 가기  


출처_ 교보문고 



ⓒ 다독다독











  • 프로필사진
    BlogIcon 광주랑2015.01.30 00:08 신고

    안녕하세요 광주공식블로그 광주랑입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내 안의 김수영을 찾아서 라는 연극을 보고
    김수영 시인에 대해 관심이 생겼었는데, 책 읽어봐야지 하고는 잊고 있었네요.
    덕분에 다시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광주랑 블로그에도 한번 들러주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우학2015.01.30 13:34 신고

    김훈 선생님의 「화장」 과 「언니의 폐경」을 우연히 같이 읽었었는데 지금까지 특히 기억나는 건 작가 당신의 얼굴처럼 엄하고 고집따라 세단한 문장들이 아니라 짧은 이상문학상 수상소감입니다.

    "2003년 겨울에, 또 조금만 쓰기로 작정을 하고 연필과 미숫가루를 챙겨서 일본 교토 서쪽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맑은 강이 흐르고 대숲이 서걱이는 마을에서 원양을 건너온 겨울 철새들이 날개를 퍼덕거렸습니다. ...그 새들의 자태는 혼자서 세상을 감당하는 자의 엄격함이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들은 기어이 스스로 아름다운 운명을 완성한다는 것을 새를 들여다보면서 알았습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서너 줄을 겨우 쓰던 밤에 이상문학상의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저는 별수 없이 그게 아닌데, 그게 아닌데,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마을의 새들처럼 스스로의 운명을 완성하겠습니다."

    이 감정이랄 것은 선생님의 강직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단언과는 동떨어진 막연함이기에 어찌하여 텍스트를 벗어난 소감이 울림을 주는 지는 잘 모르겠고 또 그것을 설명할 자신도 없습니다만 홀연히 생각날 때면 이전번보다 더욱 공명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