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책도둑, 스티븐 블룸버그는 왜 책을 훔쳤나?

2015. 1. 27.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pixabay (좌)wightfishing (우)



요즘 지하철 풍경은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많은 사람이 사각형의 늪에 빠져 있는 셈인데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들어올 때면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만큼 책 읽는 사람을 찾기가 힘듭니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도 책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요즘,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책 도둑에 대한 이야기가 있답니다. 어떤 내용인지 다독다독에서 알려드릴게요.



 미국의 쟁쟁한 도서관이 별볼일 없는 도서관?


어떤 아파트 단지에 보석만 전문적으로 훔치는 도둑이 있었습니다. 그 도둑이 잡히기 전까지 많은 집에서 보석을 훔쳤는데, 유독 몇 집만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집주인들은 내심 기뻐하고 있었는데요. 보석을 잃어버린 주인들 중에서 한 사람이 한 마디하자 기뻐하는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혹시 가져갈 보석이 없었던 거 아니야?” 


미국에서도 앞의 이야기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쟁쟁한 도서관들이 하나 둘 책을 도둑 맞기 시작했던 것인데요. 몇몇 도서관은 아무런 책도 도둑맞지 않았습니다. “혹시 가져갈 책이 없었던 거 아니야?”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20세기 최고의 책 도둑 스티븐 블룸버그


이 이야기는 20세기 최고의 책 도둑이라고 불리는 스티븐 블룸버그가 벌인 책 도둑질에 대한 것입니다. 그가 벌인 일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입이 벌어지는데요. 268개 도서관에서 희귀본 2만 3600여 권의 책을 훔쳤기 때문입니다. 무게로 치면 19t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이죠. 더 놀라운 사실은 북아메리카 전역의 도서관에서 책을 훔쳤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 듀크 대학, 미네소타 대학, 뉴멕시코 대학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도서관들이었습니다. 



출처_ 희대의 책 도둑 블룸버그, “책 자체가 좋아서 훔쳤다” / 2009.12.29. / 중앙일보 (좌)

도둑질도 마다않는 책 수집광들의 열정 / 2015.01.06. / 경향신문 (우)



조사 결과 해당 도서관들은 자신들의 책이 한 사람에 의해서 사라졌다는 것을 어떤 곳에서도 몰랐습니다. 블룸버그와 같이 책을 훔치던 동업자가 신고하기 전에는 말이죠. 이처럼 신출귀몰하게 책을 훔칠 수 있었던 것은 미네소타 대학 도서관에서 그 대학 교수의 신분증을 훔친 다음 전문 연구자로 신분을 위조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찾으러 왔다고 이야기하면서 희귀한 책들만 골라서 훔쳤습니다. 


방법은 품이 넓은 옷 안 쪽에 큰 주머니를 붙여서 그 안에 담아서 나오는 식이었죠. 책을 주머니에 넣기 전에 책에 붙은 대출카드 봉투를 떼고, 도서 안쪽에 있는 도서관 스티커도 떼어냈습니다. 책 속에 경보장치가 있는지 확인하고 도서관 인증 표시를 사포로 문질러 지웠답니다. 그렇게 책을 갈무리하고는 엘리베이터에 싣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트럭으로 실어 날랐습니다. 


 

출처_ 네이버 책 <The Man Who Loved Books Too Much>



 돈이 아닌 책에 대한 열정으로 책을 훔치다!


“돈을 벌기 위해 훔치지 않았어요. 오직 책을 갖고 싶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블룸버그는 아무런 책이나 마구잡이로 훔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특정한 주제를 정한 뒤에 그 분류에 맞게 책을 훔쳤죠. 그래서 그가 체포된 후에 그의 집에서 나온 책들은 정확하게 분류되어서 전문 자료집처럼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가 모아놓은 책만 있으면 그 주제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알 수 있을 정도였죠. 


그가 훔친 책들은 모두 합쳐서 2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귀중하고 꼭 필요한 자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절대 책을 팔아서 돈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체포 후에 의료시설에 갇혔을 때 같이 있던 마피아 두목이 “솜씨도 좋은 친구가 왜 보석도 아니고 겨우 책 따위를 훔쳤나?”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팔기 위해 책을 훔친 것이 아니라 가지고 싶어서 책을 훔쳤을 뿐입니다.”


그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책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가득했는지 알 수 있는데요. 블룸버그 자신이 도저히 다스릴 수 없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바로 책을 보고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었다고 합니다. 



출처_ theskoolrocks   



스티븐 블룸버그는 분명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5년 11개월 동안 자신의 죄값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그가 했던 행동은 책을 사랑하고 책을 보고 싶어하는 열망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요즘 같이 책이 풍부하지만, 읽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보면, 책에 대한 열정만은 스티븐 블룸버그에게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책에 대한 열정을 키워보시면 어떨까요? 그만큼 책과 사랑에 빠질 수도 다른 읽을 거리와도 더 가까워질 수 있길 다독다독에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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