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을 글이 아닌 만화로 본다면?

2015. 2. 3.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인터파크 



고등학교 때 국어와 문학 교과서로 일부분만 만났던 한국 소설들이 있습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아홉살 인생> 같은 작품이죠. 사회에 나와서도 쉽게 책으로 읽지 못했답니다. 일이 바빠 '책 읽을 시간 없다'는 핑계로 말이죠. 그런데 이제는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답니다. 바로 만화로 다시 태어난 ‘한국 소설’이 있기 때문인데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소설가 박완서의 자전적 이야기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벌써 세상을 떠난 지 4주기를 맞이한 소설가 박완서 씨. 그녀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대표적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30년대부터 6.25 전쟁까지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들이 녹아 들어 있습니다. 또한, 그 당시의 시대가 어떤 모습을 했는지 상상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너무 오래된 일이라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는 와 닿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속 풍경과 6.25전쟁의 모습은 쉽사리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출처_교보문고



이제 당시 현장에 있던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는 만화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바로 만화가 김광성 씨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품 <만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인데요. 컴퓨터 그래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한 컷 한 컷 수채화 방식으로 그려냈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사람들이 사실적이면서 생동감 넘치게 등장하는데요. 상상 속에서 만나던 1930~40년대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원작의 글과 만화가 조화를 이뤄서 더욱 매력적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출처_인터파크



 6.25전쟁의 아픔이 녹아  -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앞에 소개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연장선으로 놓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가 박완서 씨가 유년기를 넘어 20대로 들어섰을 때 겪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앞의 책을 읽은 후라면 더욱 연결되는 고리가 보여서 미묘한 감정의 울림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공산당을 도왔던 1.4 후퇴 당시의 인공 치하의 서울의 모습,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는지를 만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출처_ 교보문고



이 작품도 만화가 김광성 씨의 손에 만화로 다시 탄생했답니다. [흑백영화 속의 서울풍경]이라는 전시회를 열 정도의 화가로 알려진 그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속 당시의 서울 풍경을 꼼꼼하게 재현해냅니다. 마치 그 당시 서울에 자신이 들어가 있는 듯한 몰입을 하게 할 정도로 말이죠. 글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작중 화자의 미묘한 표정이라든지, 미군 PX를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힘겹게 돈을 벌어야 하는 내면의 갈등 등을 만화에 담아 냈답니다. 생생한 6.25전쟁 상황과 그 당시를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_ 알라딘 서재 by 아이리스 



 아홉살 여민이가 바라본 1960년대 세상 - <아홉살 인생>


누구나 자신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홉살을 지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당시를 기억하는 건 사람마다 다릅니다. 세세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드문드문 기억 나는 사람도 있죠. 소설가 위기철 씨는 우리가 보냈던 아홉살 때도 나름의 고민과 생각으로 가득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지금의 사람들에게 1960년대 산동네 사람들의 힘들지만,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아홉살 여민이의 눈을 통해서 표현합니다. 또한, 아이의 시선에서 동네 사람들을 보고 이야기해서 어른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출처_ 교보문고



이렇게 가슴 따뜻한 소설을 <악동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등의 작품으로 한국 만화사에 굵직한 선을 남긴 만화가 이희재 씨가 만화로 그려냈습니다. 이미 그는 2000년에 대한민국출판만화대상에서 <아홉살인생>을 작업해 수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작품 속에 아들을 그리워하며 외롭게 집을 지키는 토굴할매, 짝사랑의 열병에 끙끙대며 앓고 있는 골방 철학자 등 특색 있는 캐릭터들이 눈에 선하듯이 그려 쉽게 그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답니다.



출처_ 인터파크 



 황순원의 대표적인 사랑 이야기 - 소나기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읽으면서 아름다운 소년과 소녀의 사랑에 감탄했던 <소나기>는 소설가 황순원 씨의 단편 소설입니다. 아주 짧은 시간 스쳐 지나가지만, 풋풋한 사랑과 이별을 통해 읽는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이 작품은 시인에서 출발해서 소설로 정착한 작가의 감각적 묘사와 서술적 진술로 ‘시적인 소설’이라 평가를 받았답니다. 



출처_ 네이버 북



‘한국의 미’를 담아 한국형 순정 만화를 그려 높은 평을 받는 만화가 김동화 씨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 외에도 여러 단편소설을 함께 묶어서 만화로 완성했습니다.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성장해 가는 소년의 모습을 그린 <별>, 현대 문명 앞에서 소멸되어 가는 전통에 대해서 은유한 <독 짓는 늙은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토속적인 삶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화산댁이> 등을 한 권으로 묶었답니다. 소설마다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살리고 한국적인 그림으로 당시를 표현해 만화를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출처_인터파크



고등학교 이후 한국문학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쉽게 책과 가까워질 수 없다면, 이번 기회에 만화로 된 한국소설을 만나고 원작까지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문학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삶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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