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30.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헌책방’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 오랫동안 묵은 책 향기와 함께 책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작은 서점을 말합니다. 그리고 책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면서 최근 책도 있고 오래된 책도 있는 모습이죠. 특별하게 판매하는 책의 주제가 정해진 곳도 있고 여러 책을 모두 파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헌책방 중에서 특이하게 ‘주인이 읽어본 책’만 파는 헌책방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입니다. 어떤 곳인지 다독다독에서 알려드릴게요.
탁 트인 카페 같은, 그리고 자유로운 헌책방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지하철 6호선 응암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입구를 찾지 못해서 헤맬 수도 있는데요. 평범한 빌라 같은 분위기에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찬찬히 둘러보면 손으로 정성스럽게 쓴 책방 이름을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찾을 수 있답니다.
입구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대부분 사람들이 떠올리는 헌책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넓게 탁 트여 마치 카페에 들어선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만화 캐릭터를 비롯해서 다양한 느낌의 장식들을 볼 수 있는데요. 한쪽에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어서 ‘혹시 연극도 공연하는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넓은 책상에는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선생님과 학생들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업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 작은 도서관 속의 열린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와서 가볍게 차 한 잔을 마시고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잔잔하게 흘러 나오던 음악은 헌책방에 분위기와 어울려 마치 하나인 듯한 느낌이랍니다.
구석구석 정성스런 손길과 과거로 여행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기 전부터 책장 구석구석까지 방문한 손님들을 위해서 정성을 쏟고 신경을 쓴 사장님의 마음을 만날 수 있는데요. 어느 곳 하나 안내문이 없는 곳이 없었습니다. 작은 것 하나까지도 손님들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배려해 손글씨로 적어놓았답니다. 입구의 문이 빡빡할 경우가 있으니 문을 힘껏 열라는 문구, 책장마다 책의 가격을 알 수 있도록 자세한 내용을 적어 놓은 알림판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사장님과 꼭 닮은 캐릭터도 같이 들어서 웃음이 저절로 나오기도 하죠.
무대 옆쪽에 있는 예술과 미학 관련 도서가 있는 책장에 가서 작은 쇼파에 앉으면, 또 다른 공간에 온 듯한 착각을 주는데요. 과거 속으로 쑥 들어가서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헌책방 전체에 퍼지는 음악이 나오는 스피커와 가장 가까워서 앞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 마치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시선을 돌리면, 체스판과 함께 영화 속에서나 볼 것 같은 컴퓨터가 놓여 있어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사장님과 인터뷰
이렇게 공간마다 손길을 가득 담아 정성스럽게 헌책방을 운영하시는 윤성근 사장님과 인터뷰를 통해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책방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책을 읽는 다는 것에 대해 좋은 의견을 들려주셨답니다.
책방을 운영 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책방은 2007년 6월에 처음 문을 열었어요. 올해 6월이 되면 횟수로 8년이 되네요.
책방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즐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떤 헌책방 주인도 모두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찾아온 손님이 제가 운영하는 헌책방에서 원하던 책을 사서 만족해하며 돌아갈 때에요. 뿌듯하고 보람되니까요. 아! 한 가지 더 있는데, 손님이 찾는 책을 열심히 발로 뛰어서 찾아 구해드렸을 때 참 즐겁답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이 상당한데, 책을 분류하는 노하우는 어떤 것이 있으세요?
크게 인문학이라고 부르는 문·사·철로 분류해요. 그리고 나서 책장마다 붙여 놓은 이름표에 맞게 분류를 하죠. 입구에서부터 사회학, 철학, 막시즘에 관련된 책들을 우선 볼 수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책방의 첫인상이 재미없는 책들이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동네 특성에 맞춰서 배치를 한 것이랍니다. 근방에 사회활동가들도 많이 살고 이야기한 책을 찾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 분들이 왔을 때 자주 찾는 책을 입구에 배치했죠. 새로운 책들이 있으면 그 분들이 더 반가워해요.
그럼 자주 찾는 손님들이 단골이 될 텐데요. 단골 관리 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책방에 단골은 한 50~60명 정도에요. 옷 가게가 자신의 코드에 맞는 것처럼 책 코드가 맞는 분들이 오시는 거죠. 일단 제가 사람을 잘 기억을 못해요. 특히 얼굴을 기억을 못해서 병원까지 갈 정도로 심했어요. 그래서 적는 수 밖에 없어요. 저는 구글 주소록을 이용하는데요. 거기에는 간단하게 메모를 남길 수 있어요. 거기다 방문했던 손님에 대해서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적어놔요. 몇 월 몇 일에 무슨 책을 샀는지, 인상 착의는 어땠는지, 책을 사면서 어떤 것을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눴는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편이에요. 그러면 나중에 그 분이 또 왔을 때, 아는 척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하하하. 다른 책을 추천해드리면서 전에 왔을 때 이야기를 꺼내면 기억해준다고 좋아하세요. 그게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
공간 구성이 일반적인 헌책방과 다르네요.
의외로 기존의 헌책방 같이 책이 쌓여 있는 곳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아요. 사람마다 공간 구성에 대한 취향 차이인 거 같아요. 저는 헌책방을 열기 전에 일본에 자주 갔다 왔어요. 그곳에서 헌책방에 대해서 벤치마킹 해서 가져온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이미 많은 지역에서 저희 헌책방과 같이 열린 공간으로 카페처럼 구성되어 있는 편이었어요. 그리고 책도 홍대의 의류 셀렉트 샵처럼 선별해서 갖다 놓더라고요.
읽었던 책만 파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이유로 그렇게 하시나요?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저희 헌책방은 제가 선택한 책들만 판매하고 있어요. 책은 신발이나 가방과 달리 내용을 모르면 한마디도 해줄 수 없죠. 헌책방을 찾는 손님들은 일반 서점처럼 책만 골라 사가는 분들 보다 주인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아직 나이가 젊어서 연륜으로 채우는 것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직접 읽어서 아는 책을 팔기로 했어요.
읽은 책만 파신다면, 한달 독서량도 꽤 많으실 거 같은데요?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한 권 읽고 다음 권으로 넘어 가지 않고 여러 책을 한꺼번에 보는 경향이 있죠. 저도 얼마나 읽는지 세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한 100권이 안되게 읽는 거 같네요. 그나마 책방을 운영하면서 좀 줄었어요. 하하. 책 관리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생겨서 해서 그런 거 같아요. 틈틈이 읽은 책들은 선별해서 목록으로 소개해요.
마지막으로 요즘 같이 신문이나 활자매체를 잘 읽지 않는 모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선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빨리 사는 거 같아요. 책방을 오후 3시에 여니까 거의 10년 가까이 아침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해 본 적이 없는데, 한 번은 이용을 했어요. 어찌나 사람들이 바쁘고 빨리 다니던지 정신이 없더라고요. 조금만 느려도 될 텐데 말이죠.
그런 모습들이 어찌 보면, 책을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해요. 자기 몸 생각해서 먹거리 좋은 걸로 먹는 것과 같은 거에요.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도 같은 행동인데 그런 인식이 없이 지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여유를 잃은 사람들에게 다시 여유를 찾아 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고르는 재미가 있는 곳이었답니다. 일반 서점에서 새로 나온 책은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책이든 오래된 책이든 책을 읽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발길을 옮겨 사장님이 직접 읽어보고 책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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