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을 대변하는 신조어

2015. 4. 6.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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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뇌섹남을 만나기 위해 런피스를 차려입었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 셀피를 찍었더니 인생짤이 나왔다. 그가 오자 내 심정은 심쿵! 난 아마도 금사빠녀인가보다.”


위 문장은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4년 신조어로 써본 짧은 이야기입니다. 신조어는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일간지 등 온오프라인 대중 매체 139개에 등장한 새 낱말(신어) 334개를 조사하여 반영한 것인데요. 유행에 민감하신 분들은 아마 위 문장을 쉽게 이해하셨을 겁니다. “오늘 뇌가 섹시한 남자를 만나기 위해 운동화에 원피스를 차려입었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 내 사진을 스스로 찍었더니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정도로 사진이 잘 나왔다. 그가 오자 내 심장이 쿵할 정도로 놀랬다! 난 아마도 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자인가보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줄임말이 많아서 이해하기에 많이 불편하진 않으신가요? 아니면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맥락이 더 쉽게 이해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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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로 찍은 내 사진 어때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찍는 셀카가 많아지면서 셀카봉까지 인기몰이를 했는데요. 다른 사람이 찍어 줄 땐 나도 모르게 경직된 표정이 나오는데 셀카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 매번 셀카를 고집하게 됩니다.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관련 신조어도 족족 생겨났는데요. 자신의 얼굴을 찍는 것에서 이제는 신체의 일부를 찍어 올리는 것이 10대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자신의 사진을 찍는 일을 ‘드렐피’, 다리 사진은 ‘렐피’,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은 ‘웰피’ 등 상황이나 신체부위에 따라 생긴 신조어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신체 사진을 올리며 자신을 평가해 달라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기이한 현상으로 자리 잡은 이 문화가 잘못 악용돼 범죄에 사용되진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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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경제난, 신조어에도 그대로


청년 취업, 최저 임금, 물가 상승 등 고질적인 사회현상을 대변하는 신조어도 많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서 더 악화돼 인간관계,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오포세대’. 구직자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상을 이르는 ‘일자리 절벽’.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 반해 임금은 오르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금 절벽’. 이외에도 ‘주거 절벽’, ‘창업 절벽’ 등 국민들의 어려운 현실이 단어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이런 단어들이 차츰 줄어들고 듣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단어들이 생겨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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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은 지고 쿡방이 뜬다


사람의 미각과 시각을 가장 빨리 자극하는 요리는 TV 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뤄집니다.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 근사하게 나온 요리를 보면 눈 앞에 실제하지 않는 요리일지라도 군침이 돌기 마련이죠. 작년은 ‘먹방’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이 인기몰이를 하는 현상이 이어졌고, 자신이 먹은 음식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는 ‘먹스타그램’이란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해시태그로 사진이 가장 많이 올라오고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또한 음식을 먹는 방법에 따라 파가 갈리는 현상을 신조어로 반영해 재미를 줍니다. 탕수육을 먹을 때 소스를 부어먹는 사람의 집단은 ‘부먹파’. 반대로 소스를 찍어 먹는 사람의 집단은 뭔지 아세요? 바로 ‘찍먹파’입니다. 먹는 일에 얼마나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면 파까지 형성했을까요. 이런 자부심을 표현한 단어는 ‘먹부심’이라고 한답니다. 또한 위를 자극할 정도로 식욕이 당기는 음식은 ‘위꼴샷’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올해는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등의 TV 프로그램 영향으로 ‘먹방’에 이어 ‘쿡방’이 대세가 됐습니다. 맛있게 먹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요리를 직접해서 먹는 현상을 담은 것이지요. 이러한 현상에 따라 관련 신조어가 얼마나 더 생겨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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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는 이제 막 생긴 단어로 쓰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단어입니다. 간혹 많이 쓰이는 신조어를 표준어인줄 착각하고 쓰는 사람도 있는데요. 표준어라는 것은 한 나라에서 공용으로 쓰는 규범의 언어입니다. 무턱대고 신조어를 쓰다보면 언어 남용 현상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14년 신조어들을 살펴보면 외래어 활용률이 정말 높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신조어를 채집한 결과 80%가 외래어 요소를 품고 있다고 하는데요. 신조어를 주로 쓰는 청년들을 보며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차기도 하십니다. 아무래도 신조어는 우리 고유의 언어를 파괴하는 형식이 많으니까요. 톡톡 튀는 재미난 단어도 좋지만 역시 외래어 보다는 우리말을 활용한 단어가 더 많이 나와 우리 언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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