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는 괴리감이 큰 TV 속 달달한 연애

2015.03.26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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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타던 한 해가 지나갔습니다. 누군가는 감정을 소비하기 싫어서, 누군가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연애 근처만 맴돌았습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라는 노래 가사처럼 많은 청년들이 상대에게 마음을 주는 듯 주지 않는 듯 했습니다. 올해는 조금 달라질까요? 90년대 유행했던 연애 버라이어티 모습을 띤 프로그램이 하나 둘 부활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짝대기를 날려주오


90년대 초 너도 나도 앞다투며 연애의 꽃을 피우던 시절 있었습니다. 연애상대가 없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였지요. 당당하게 연애하던 당시의 신세대들은 짝 찾기에 발 벗고 나섰고 TV 프로그램은 이들에게 공개무대라는 자리를 마련해줬습니다. 90년대 일요일 오전은 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남선녀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저도 짝짓기 프로로 유명했던 MBC ‘사랑의 스튜디오’를 보며 어른들의 연애에 관심을 갖곤 했습니다. 인생을 함께할 짝을 찾는 과정은 치열했고 짝짓기에 성공하게 되면 축제를 열 정도였습니다. 나이차가 많았던 대학생 언니는 사랑의 스튜디오를 표방한 단체 미팅에 대해 설파했고 미팅 덕분에 학교생활이 풍요롭다며 어린 동생에게 자랑했습니다. 열 명 미만의 남녀 학생들이 모여 사랑의 짝대기 대신 쪽지에 마음을 담아 짝짓기를 했던 광경은 지금은 볼 수 없는 추억거리가 됐네요.





출처_한국경제



2008년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을 통해 달달한 신혼생활을 보여준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현재까지도 장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시즌 4까지 이어오게 된 건 신랑, 신부 역할을 톡톡히 해낸 연예인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결혼에 대한 판타지 심어줬기 때문입니다. 연애에 한창 관심이 많은 출연자들이 등장해 알콩달콩 신혼 생활을 해나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줌과 동시에 연애를 포기한 이들에겐 대리만족까지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나 환상에 빠져있던 젊은 시청자들에게 리얼리티를 표방하던 연애 프로그램은 박탈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누가 나의 짝이 될 것인가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그야말로 홍진사댁 셋째딸처럼 누구누구의 아들, 딸로 지칭되던 시절엔 이름은 고사하고 얼굴도 모른 채 혼인을 했습니다. 연애는 건너 뛴 채 결혼생활에 바로 돌입하는 풍습이었죠. 주어진 혼인에 수긍 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연인 상대를 고르는데 엄청난 기준과 잣대를 세우곤 합니다. 2011년부터 방영됐던 SBS ‘짝’은 일반인 남녀를 일주일 동안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게 한 뒤 서로간의 심리변화에 주목합니다. 출연자들은 대화도 나누지 않은 첫 만남에서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하고 일주일 사이 좋아하는 사람이 바뀌는 등 상황이나 조건변화에 따라 복잡한 심리를 드러냅니다. 서로의 이름도 없이 짝 몇 호로 불리며 맘에 드는 상대를 뺐고 뺐기는 모습은 마치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돌아가는 동물의 세계와도 같았습니다. 주어진 각본 없이 출연자들의 의지로만 채워지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고 이는 시청률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출처_한국일보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가면을 쓴 출연자들이 모였습니다. 올해 2월부터 방영된 KBS ‘마녀와 야수’에서는 특수분장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채 서로를 탐색합니다. 짝을 찾기 위해 나온 사람은 여러 명의 상대를 만나본 후 토너먼트 방식으로 최종 상대자를 결정합니다. 오로지 성향과 취향을 통해서만 짝을 찾기 때문에 외모지상주의나 스펙으로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벗을 수 있습니다. 





출처_헤럴드경제



나랑 연애할래?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고백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때도 있으시죠. 짝사랑만으로도 가슴 설레하고 상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고대했던 그 때. 그러나 이제 청년들의 연애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적용됐습니다. JTBC '나홀로 연애중'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 청년들과 직접 만나지 않고 메신저로만 사귄다는 10대에게 가상현실 연애라는 판타지를 제공합니다. 새로운 연애 패러다임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게 불안하기만한 청년들에게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학습으로 배우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출처_충청일보




자의 반 타의 반 연애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인류의 생존방식은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을 통해 조금 더 성장하고 사랑을 통해 자신의 주변이 달리 보이는 경험은 가상으로도 남을 통해서도 느낄 수 없는 감정입니다. 연애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면 생각을 조금 달리해보면 어떨까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조건이나 경제력을 우선시 해야 할까요? 복고 열풍도 한창인데 모두가 마음 놓고 연애하던 시절도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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