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스타 시즌 4의 이진아 돌풍을 이야기하다

2015. 4. 8. 06:21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한국경제




지난 일요일 케이팝스타 세미파이널에서 이진아가 최종탈락 했습니다. 메달로 치자면 동메달을 받은 것인데요. 이진아의 동메달은 왠지 더 의미있어 보입니다. 이진아가 남겨준 두 가지 잔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첫 번째는 권진아와 콜라보 무대로 선보인 무대에서 들려준 이진아의 자작곡 두 곡입니다. 오디션 과정에서 선보였던 이진아의 자작곡 “마음대로”와 “시간아 천천히”를 들려줬는데요. 얼마나 좋은 곡들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더군요. 그날 이후 마음대로의 멜로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이진아의 마지막 소감입니다. 아쉬운 평을 많이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했기 때문에 괜찮다. 이렇게 큰 무대를 만들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이진아와 권진아의 콜라보레이션 무대 “마음대로”와 “시간아 천천히”(출처_SBS)


첼로와 피아노 두 대의 악기로 승부, 그녀의 선택 


세미 파이널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는 심사위원 멘트처럼 풀밴드를 사용하거나 좀 더 대중적인 선곡을 하는 등 그런 전략적 승부가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만, 이진아의 선택은 좀 달랐습니다. 피아노와 첼로, 두 대의 악기로 승부를 한 것입니다. 본인 말대로 “마지막 무대라 생각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GOD의 “길” 가사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가사였지요. 


내가 가는 이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GOD “길” 중에서)


이진아의 등장부터 세미 파이널 탈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시선을 보여줬습니다. 박진영과 유희열 심사위원의 과하다 싶을 정도의 극찬이 있었는데요. TOP4 경연에서 불렀던 김창완의 “회상”은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박진영 심사위원으로부터 100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박진영의 100점을 이끌어낸 "회상"(출처_SBS)



이진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특별한 시선들과 그 의미  


헤럴드 경제의 고승희 기자는 “등장부터 인상적이었던 이진아의 ‘K팝스타 4’ 입성기가 톱3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K팝스타 4’ 사상 유례없던 인디뮤지션의 오디션 입성기는 마지막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썼다.”고 하면서, 최근 케이팝스타의 변화중 하나가 아티스트형 참가자의 증가라고 언급했습니다. 그 원인이 되는 것은 SM, YG, JYP와 같은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운영되던 케이팝스타가 시즌 3에서 자칭 동네 빵집형 기획사인 안테나뮤직을 운영하고 있는 유희열 심사위원을 영입한 이후, 새로운 경향이 생겨났다고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이진아 돌풍에 대해 양현석은 “요즘에는 메이저와 언더의 구분이 없어진 것 같다. 인기있는 음원 차트를 봐도 방송 활동 안 하는 언더 가수들에게 대중이 더 환호한다”고 표현했으며, 유희열 역시 “메이저냐 인디냐가 아니라 음악이 내 취향이냐 아니냐의 문제다”고 심사평을 통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변화와 이진아의 TOP3 진출은 수많은 인디뮤지션들의 희망이 될 것이며, 한국 대중음악을 훨씬 풍부하고 폭넓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사에 의한 캐스팅이라는 방식에서 공개적인 사용자 참여에 의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의 변화 자체가 신선한 기획이었는데,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가 진화하여 좀더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은 참 보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가수들의 활약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는 흐뭇한 소식이 있는데요. 악동뮤지션을 생각해 보아도 오디션이 아니었다면 이 천재남매를 우리가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이런 현상을 다루고 있는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주력 미디어와 제도권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을 통해 뮤지션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요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오디션 출신 가수들은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가요계에 다양성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네요. 




인디뮤지션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출구를 삼다 


그렇다면 홍대입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인디뮤지션 이진아는 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일까요? 이런 현상은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은 곽진언과 김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방송 한번 안 타고 작은 카페에서 공연을 하는 홍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방송 도중에 이진아가 공연하던 작은 카페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1~2명의 관객 앞에서 노래하곤 했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세 명이서 연주를 준비했는데 관객이 한 명도 없어서 그냥 뮤지션들끼리 연주했다는 쓸쓸한 이야기도 있었지요. 사실 좋아서 하는 일이긴 하지만, 인디뮤지션들은 비정규직 못지않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며 외롭고 어려운 길을 걷고 있지요. 대형기획사에 소속되어 관리되는 연습생들과는 완전히 다른 양극화 현상이지요. 무료로 공연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인디뮤지션들이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TV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이 전부라 해도 무방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대형기획사와 방송사가 공조해 양산한, 판에 박힌 음악에 지친 대중에게는 작은 숨통 하나가 트인 셈이다. 대중은 이제 이들이 써나가는 ‘비긴 어게인’을 기대하고 있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출처_한국일보('슈퍼스타K6' 우승자 곽진언(오른쪽)과 준우승자 김필_CJ E&M 제공)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출연한 이진아가 “이렇게 큰 무대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거듭 이야기하는 것은 작은 무대를 오랫동안 지켜온 삶의 역사 때문이겠죠. 그런 점에서 마지막 무대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내려온 것 축하합니다. ^^ 이렇게 큰 무대에서 흔들림 없이 피아노 한 대로 관객을 숨죽이게 하고 감동을 이끌어내며 100점이라는 점수를 얻어낸 것은 그녀가 수많은 세월 변함없이 노력해온 과정 때문일 것입니다. 타고난 재능도 놀랍지만, 노력과 인내가 따르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최근 내가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가장 많은 자극을 준 사람”이라고 극찬했던 유희열 심사위원의 마지막 멘트에 깊이 공감합니다. 앞으로 멋진 무대를 기대하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파이널 무대가 남아 있습니다. 정승환과 케이티김에게도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두 사람 모두 음악을 사랑하고, 영혼을 담아 노래하는 훌륭한 뮤지션들입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하다가 TV에서 악동뮤지션을 보았다는 정승환.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상태였죠. 그 나이에 어쩌면 그렇게 깊은 노래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놀랍습니다. 철학책과 어린 왕자를 읽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성장하길 바랍니다. 



정승환의 "제발"(출처_SBS)


어린 나이에 이민을 가고, 가방 안에 들어 있던 GOD의 “니가 있어야 할 곳”을 들으며 성장했던 케이티김, 신들린 듯한 무대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션의 퍼스낼리티를 좋아하는 착한 마음과, 촛불 하나를 부르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민 후에 험한 일을 하게 된 아빠, 매일 다리를 건너 일하러 가던 아빠의 이야기를 “양화대교”에 쏟아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죠. 감동의 순간들을 추억으로 남겨준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케이티김의 "촛불 하나"(출처_SBS)


사용자 참여는 디지털 시대가 만들어낸 가장 큰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이 넓은 것은 아니지만,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인디뮤지션들이 대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전해준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한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개성있고 실력있는 젊은 뮤지션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대한민국 문화콘텐츠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아티스트들을 응원합니다. 힘내고, 노력하고, 도전하세요. 다독다독이 손잡아 드립니다. 다독다독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니 곁에 서 있을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잡아 줄게

(케이티김이 불렀던 “촛불 하나” 가사 중에서) 


ⓒ 다독다독


추신 : 확실히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민족성인듯 합니다. 

[백년간뉴스] 춤추고 노래하는 한국인의 DNA, 세계를 뒤흔들다 도 함께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 


추신 2 : 정승환 군과 이진아 양이 안테나 뮤직으로 소속사를 결정했다는 소식이네요. 참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케이티김은 YG의 날개를 달고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정승환 이진아 소속사, 유희열의 품으로…'안테나뮤직 결정!'(세계일보, 201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