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의 앞날을 예언한 이 한 장의 사진

2011. 8. 8.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지난 2월 12일. 30년간 이집트를 철권 통치한 독재자 무바라크가 권좌에서 물러난 그 날, 난 무의식적으로 ‘국제정치’편 스크랩을 뒤적이고 있었다. 파일철을 열어보니 이집트에 관한 스크랩은 몇 개 되지 않았다. 내 주요 관심사가 동북아 문제인 탓도 있었지만, 국내 일간지의 국제면에서 중동 지역 기사는 미국이나 유럽발 기사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게 사실이다. 

몇 개 안 되는 이집트 관련 스크랩 중에 나와 인연이 깊은 기사 하나가 손에 잡혔다. 당시 이집트 대통령이었던 무바라크는 백악관에서 중동 평화 협상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무바라크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제치고 선두에 서서 걸어가는 사진이 이집트의 한 신문에 게재됐다는 것이다. 이 사진을 두고 해당 언론사는 자국의 대통령이 강대국 미국의 국가원수보다 앞장 서 걸을 만큼 중동 평화 협상에 주도적이었다는 적극적인 평가를 내렸다.


<출처 : 중앙일보 2011.02.01 / 무바라크의 사진 조작 전과 후>


그러나 이 사진은 편집에 의한 조작으로 밝혀지고 해당 신문사도 국제적으로 크게 망신을 당했다. 당시 무바라크는 맨 가장자리에서 걷고 있었지만 사진에서는 오바마를 제치고 선두로 걷고 있었다. 무바라크를 빛내기 위해 위치를 바꿔치기 한 것이다. 이 기사를 읽었을 때가 2010년 9월 23일이었다. 

그렇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나는 아직도 신문 스크랩을 한다. 그것도 섹션별로 한다. 이런 나를 두고 사람들은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까지 신문 스크랩이냐.’고 질책성 훈수를 둔다. 그 말이 맞다. 최첨단 스마트 시대에 아직까지 아날로그 방식인 신문 스크랩을 고집하는 내가 스스로 좀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신문 스크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물론 나도 구글검색이나 지식 검색을 자주 이용한다. 또 신문 스크랩이 무척 번거롭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안다.

그렇지만 신문 스크랩은 인터넷 검색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정보를 습득하는 맛이 있다고 할까나? 더 정확히는 손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손에 잡히는 맛 때문에 난 아날로그 방식의 신문 스크랩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내 파일에 있는 스크랩들은 나름대로 엄선한 자료라서 그런지 정보의 신뢰도는 상당하다고 자부한다. 그런 과정들이 축적되어서인지 내 파일함에 있는 스크랩들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미래를 읽을 수 있는 교과서가 돼준다. 그런데, 이렇게 말을 하면 오버를 한다고 내게 질책을 가할 수도 있다. ‘아니, 뭐 신문 스크랩이 대단하다고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과연 그럴까? 내 행위가 정말 오버일까?

무바라크 백악관 조작 사진 스크랩을 한 후 아는 지인한테 해당 기사를 복사해 준 적이 있다. 그 지인은 무바라크의 철권 통치 같은 것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 이집트도 피라미드나 나일강 정도만 알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 기사를 보여주면서 무바라크의 장기 독재에 대해서 첨언을 해줬더니 그 분이 이러는 것이다.

“그럼, 이 아저씨 물러날 때 된 거 아니에요? 너무 오래 눌러 있었네!”

그 이야기를 나눈 때가 2010년 9월 하순 경이었고, 무바라크가 2011년 2월 12일에 하야를 했으니 지인의 말은 반년도 안 돼 실현된 셈이다. 얼마 전 그 지인과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작년에 사진 보여줬던 그 아저씨가 이번에 쫓겨난 사람 맞죠? 나도 이제부터는 신문 좀 보고해서 국제적으로 놀아봐야겠어요.”

이런 신문 스크랩의 매력 때문에 나는 오늘도 신문에 열심히 ‘가위질’을 한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가위질을 하고 파일함을 채워 넣으면 그 정보는 내 정보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두둑해진 파일함을 보면 왠지 모를 흡족함이 느껴진다. 내 정보가 그만큼 채워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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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중 대학/일반부 은상 수상작 곽동운 님의 ‘신문 스크랩으로 세계를 읽다’를 옮겨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