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그림책의 정원에서 피어나다

2015.05.28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엊그제 봄이 찾아온 듯 싶더니 벌써 5월입니다. 목련꽃, 벚꽃이 진지는 오래고 불꽃처럼 타오르던 철쭉도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기다린 시간은 긴데, 피는 건 잠깐입니다. 그래서 화가들은 꽃을 그렇게 많이 그리는 걸까요? 찰나의 순간을 화폭에 담아 간직하는 마음도 간절합니다. 


책 속에서 꽃이 피다


<꽃이 핀다>는 꽃으로 우리 색을 만나는 책입니다. 한 장 한 장 마다 화면 가득 정성껏 그려진 꽃이 무척 곱습니다. 분홍색 진달래, 보라색 도라지, 주황색 나리 같은 꽃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화사해 집니다. 길가에서 흔하게 보던 꽃들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하고 새삼 깨닫습니다. 저는 제 친구들에게 이 책을 몇 번 선물로 주었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마치 꽃다발을 선물한 것 같은 그런 효과가 있었지요. 


얼마 전 길가 화단에서 하얀 꽃을 보았어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네 하며 떠올려 보니 이 책에서 본 하얀 찔레꽃이었답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찔레꽃을 알아본 것이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책 덕분에 지금이라도 알아보고 인사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출처_교보문고


<민들레는 민들레> 의 글은 참 단순합니다. 다섯 살 딸아이에게 처음 읽어주는데 저절로 다음 문장을 알아맞힐 정도였지요. 책 전체를 통해 민들레의 한해살이를 보여주며 ‘민들레는 민들레’ 라는 문장이 반복됩니다. 어깨를 가볍게 들썩이게 하는 리듬감과 그 문장의 자명함이 주는 무게감이 결합하여 마음을 울립니다. ‘여기서도 민들레 저기서도 민들레 / 혼자여도 민들레 / 둘이어도 민들레 / 들판 가득 피어도 / 민들레는 민들레라’ 는데 이르면 이 이야기는 민들레의 이야기이지만 곧 우리들의 이야기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서 무엇으로 있던지 결국 우리 역시 한 송이 꽃처럼 피었다 지는 존재,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고 안달복달 하거나, 나 아닌 것이 되려고 애쓰지 말아야 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스밉니다. 또 들판 가득 피어난 민들레꽃은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한 위로를 안겨줍니다.


씨가 맺힌 민들레를 후, 하고 부는 걸 무척 좋아하는 딸아이는 특히 이 책의 마지막, 씨가 맺힌 민들레 그림이 있는 장면을 무척 좋아합니다. 오려서 들고 다니고 싶어 하는 걸 말리느라 애를 먹었어요. 부디 ‘민들레는 민들레’ 라는 이 책의 따듯한 진실이 아이의 마음에도 선명하게 남기를 바라봅니다. 


출처_교보문고


<리디아의 정원>은 제게 등대 같은 그림책입니다. 리디아는 지금도 제 마음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지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짐 삼촌네 빵 가게에서 지내게 되는 리디아. 소박하지만 풍성한 자연속에서 살던 리디아는 삭막한 도시에서 살아야 합니다. 삼촌네 빵가게에서 일을 하며 지내는 리디아는 비밀장소를 발견하고 멋진 계획을 꾸미지요. 황폐하게 버려진 옥상을 꽃이 가득한 정원으로 만들어 잘 웃지 않는 짐 외삼촌을 초대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화분을 늘어 놓은 길을 따라 마지막 옥상에 도착하면, 와아 하고 탄성이 나올만한 멋진 정원이 우리를 반깁니다. 이 정원은 리디아가 만든 정원임과 동시에, 한 작은 여자아이가 현실에 맞서 일구어낸 반짝이는 행복입니다. 피었다 지는 꽃처럼 그 행복은 영원한 것도, 견고한 것도 아닙니다. 버거운 현실을 완전히 바꾸어주는 마법 같은 존재는 더더욱 아니지요. 하지만 지금, 꽃과 하는 이 순간 그 행복의 실체는 분명히 마음에 새겨집니다. 그리고 그 행복의 힘으로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지요. 


출처_예스24


길을 걷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어 서게 되요. 긴 시간을 준비해 피워 올린 한 송이의 꽃 앞에서 우린 잠시 현실을 내려놓고 위로를 받습니다. 한 권의 그림책은 한 송이 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가 긴 고민의 시간을 양분삼아 싹을 틔우고 잎을 내고 마침내 피어나는 절정의 짧은 아름다움에 젖어들지요. 꽃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한 송이의 꽃, 한 권의 그림책, 즐겨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