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은 왜 종이신문을 발행할까?

2015.05.29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스포츠신문의 ‘마이다스’도 무릎 꿇린 광고시장의 힘 


2000년대 초반 대중종합일간지를 내세우며 등장한 스포츠 신문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사단’까지 이끌며 창간을 주도한 인물은 스포츠 신문업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불리는 입지전적인 편집 기자였습니다. 지역일간지 평기자에서 출발해 중앙일간지와 스포츠신문의 CEO에 오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 신문이 창간되기 전까지 국내 스포츠지는 4개였는데, 그 중 3개가 이 분의 손을 거친 것이었고 두 군데에선 사장까지 지냈습니다. 


광고수익 감소, 경영 악화로 3년 만에 폐업


IMF를 조기 졸업했다고 모두가 좋아하던 해에 창간한 그 신문이 정상궤도에 안착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는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종편의 사장이 된 아나운서 출신의 언론인이 예전에 진행하던 새벽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꽤 오랫동안 신문 브리핑을 했었고, 그 이전에는 줄곧 매체 비평지의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인기 있는 시사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분이 업계의 전망이라면서 당시 저에게 해준 말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했습니다. 광고시장이 위축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말은 결국 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IMF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아 광고시장이 얼어붙어 있었고 무료신문인 무가지의 영향도 컸습니다. 광고수익 감소로 인한 경영악화 때문에 그 신문사는 정말로 만 3년여 만에 문을 닫았죠.

신문산업 실태조사(2011, 199쪽; 2014, 176쪽) 재구성.



광고주에게 외면 받고 인터넷에 밀리는 종이신문


아시다시피 미디어 산업은 광고가 먹여 살립니다. 다소 편차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종이신문은 많게는 매출의 70% 정도를 광고가 차지합니다. 일간신문 한 부를 1천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신문사의 광고 수입 덕분입니다. 그 광고의 상당수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몇몇 대기업에서 나옵니다. 이런 까닭에 경기가 나빠져서 기업들이 종이신문 광고비 지출을 줄이면 언론사는 금세 휘청하게 되죠. 여기에 신문 값을 받지 않고 저렴한 광고비로 승부를 거는 무가지가 나오고 인터넷을 거쳐 스마트폰까지 나왔으니 종이신문은 기업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홍보수단이 아닙니다. 2013년 우리나라 광고시장 매출액(9조 5,893억 원)에서 지상파 TV(1조 8,273억 원)는 인터넷 광고(2조 30억 원)의 약 91%, 종이신문은 77%(1조 5,447억 원)였습니다. 광고주들이 평가한 매체별 광고효과에 대한 인식에서도 종이신문은 뒤쳐져 있습니다. 인쇄광고의 매체선호도(10.6%)와 광고효과(2.4%)는 방송(47.1%, 65.9%)이나 인터넷(32.9%, 15.3%)과 비교도 안 됩니다. 광고주들은 모바일 광고(5.9%)보다는 인쇄를 선호하지만 광고효과(14.1%)에선 모바일의 약 1/6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종이신문은 고비용 저효율…세계 유수 신문도 발행 중단 추세


종이신문은 광고효과가 작은데도 제작비는 많이 듭니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고비용 저효율 매체인 것이죠. 기자와 제작부서 인건비며 신문용지값, 윤전기 유지비, 배달 및 지국 관리비, 판촉비 등 고정비용이 상당합니다. 신문 독자수도 점점 줄어들고 광고도 잘 안 들어오는 상태에서 매체가 늘어나 광고단가도 떨어졌는데 어쩔 수 없이 나갈 돈은 정해져 있으니 입이 타들어갑니다. 독자수와 광고 수입이 줄면 신문제작 비용도 줄여야 하니 인력도 감축하고 신문 면수뿐만 아니라 발행부수, 심지어 발행주기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신문을 많이 봐야 광고효과가 커져서 광고단가를 올릴 수 있는데 독자가 감소하니 광고단가는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낮은 광고단가로 광고수입이 줄면 신문사는 제작비의 압박 때문에 종이신문 발행에 큰 부담을 안게 됩니다. 그런데 제작비를 줄이려고 발행 면수나 부수를 낮추게 되면 매체의 광고효과가 떨어져 다시 광고수입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 시애틀 포스트인텔리전서 등이 종이신문 발행을 포기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의 뉴욕타임스나 USA투데이, 영국의 가디언도 신문발행을 중단하고 전면적인 유료 온라인 운영체제로 가거나 발행 면수를 줄이려고 한답니다. 우리나라에선 수원일보가 2014년 7월부터 온라인 유료화를 선언하며 종이신문 인쇄를 중단했습니다. 무가지 ‘포커스’도 지난 해 5월부터 인터넷신문만 발행하고 종이신문은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습니다.


종이신문 발행하는 국내 인터넷 신문사들


종이를 버리고 온라인을 취하면 뉴스 제작비용이 절감됩니다. 종이와 윤전기, 배달망도 필요 없으니 소규모 인력만으로도 인터넷신문사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2013년 신문산업 종사자 현황에 따르면, 종이신문 없이 온라인으로만 뉴스를 만드는 인터넷신문사(online-only newspaper)의 92% 정도가 10인 미만인 것에 반해 ‘조중동’ 등 10여 개의 중앙일간지들은 최소 100인 이상입니다. 광고매출액으로 보나 운영비용으로 보나 웬만한 규모의 신문사가 아니면 인터넷신문에만 전력하는 게 합리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세계 유수의 신문들도 디지털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계륵’같은 종이를 버리려고 애쓰는 마당에 역으로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국내 인터넷신문사도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머니투데이’, ‘이투데이’, ‘이데일리’ 등이 적게는 약 4만부에서 많게는 8만 5천부 정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2013년 현재 머니투데이는 8만 4,329부(유류부수 59,274부), 아주경제는 중국어판까지 합쳐 4만 2,184부(2만 6,205부), 이데일리는 3만 9,911부를 찍어낸다고 하네요. 한 달 구독료는 1만원에서 1만 6천원입니다.



그래도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몇 가지 이유


이들 인터넷신문사는 왜 종이신문도 발행하는 걸까요? 이들의 공통점은 경제뉴스를 주로 다룬다는 데 있습니다. 경제 뉴스는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많습니다. 주식, 부동산, 환율, 수출입, 물가, 금리, 복지, 의료, 여가, 채용, 교육 등 독자들의 살림에 큰 영향을 주는 정부의 경제 정책이나 기업 활동을 주로 다룹니다. 그래서 일반 독자나 기업의 뉴스 수요가 어느 정도는 안정적으로 확보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은 경제 뉴스의 중심이면서 광고 수익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광고주인 기업을 소재로 하는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것은 신문사의 수익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특정 영역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한 인터넷신문사들의 경우, 온라인에서 쌓은 인지도를 가지고 오프라인 광고를 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오프라인 광고를 온라인 광고와 연계시킨 온-오프라인 양면 판촉 전략을 쓸 수도 있겠고요.


‘우리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종이신문에도 광고를 내보내니까 다른 신문사에 비해 광고단가를 높여 달라’거나 ‘같은 값이면 종이신문도 발행하는 우리에게 광고를 달라’고 광고주에게 요구하는 협상용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을 겁니다. 여하튼 독자와 광고주가 확실한 경제 뉴스를 중점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종이신문을 적게 찍더라도 온라인에서 축적한 신뢰에 현실화된 광고단가를 결합하면 종이신문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틈새가 있다고 판단해 종이신문도 발행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업은 광고비 부담, 언론은 기업 눈치 보기 등 우려도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경제 매체는 망하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불패 신화’에 바탕을 두고 한정된 기업 광고나 협찬에 의존해 종이신문을 만들다보면 기업에 광고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정해진 광고비 예산을 집행하는 기업들은 언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기자들은 오프라인 광고영업에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광고비를 받고 쓰는 홍보성 기사인 ‘기사형 광고(advertorial)’가 업계의 관행으로 더욱 고착될 수 있습니다. 광고수주 경쟁이 과열되면 기업만 눈치를 보겠습니까? 언론도 광고수익을 생각해 기업의 눈치를 보겠죠. 그렇게 되면 정보는 홍보가 되고 비판은 칭찬이 되며 신문은 전단지가 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종이신문 포기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온라인에만 ‘올인’하기 위해 종이를 포기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가디언의 2009년 4월 16일 보도에 의하면, 아주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온라인을 위해 종이신문을 인쇄하지 않는다고 해서 온라인 독자나 수익이 증가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신문사의 수익이 제작비의 31% 이하가 아니면 종이신문을 함께 발행하는 게 오히려 온라인 신문에도 득이 된다는 것이죠. 이 연구는 핀란드의 한 경제신문사에 국한된 것이긴 합니다만 해당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닐 서먼 교수(런던시립대학교)는 이것이 일반화하기 어려운 특이한 사례에 불과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10년 후엔 한국에서 종이신문이 사라진다는데…


우리나라 일부 인터넷신문의 종이신문 발행이 모종의 합리적인 근거를 지닌 것인지 아니면 제가 추정한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어쨌거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거나 작지만 쏠쏠한 수익이 생기지 않는다면 인터넷신문이 종이신문을 무작정 인쇄하진 않을 겁니다. 한 가지 씁쓸한 건 한 때 우리 사회를 호령하던 종이신문의 모습을 어쩌면 이젠 책이나 통계 자료에서만 보게 되는 날이 성큼 다가오는 건 아닌가 하는 점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근대적인 신문이 등장한지 130년쯤 되었는데요, 다국적 미래전략 컨설팅업체인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의 2010년 발표에 의하면 2026년엔 한국에서 종이신문이 사라질 거라는 전망이 있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예상대로라면 이제 10년 남은 겁니다.


<참고자료>

김영훈(2009.5). 종이신문 발행 중단, 온라인 유료화로 선회(미국). <신문과 방송>, 15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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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2013.9). 아마존에 팔린 워싱턴 포스트 다음은 뉴욕 타임스?(미국). <신문과 방송>, 98~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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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2014). <2014 신문산업 실태조사>.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Bobbie Johnson(2009.4.16.). Online-only newspapers ‘may lose more than they gain’. <Guardian>. http://www.theguardian.com/media/2009/apr/16/online-only-newspapers-revenue-fall-taloussanomat 

USA TODAY names David Callaway its new editor-in-chief. <USA TODAY>(2012.7.10.). http://usatoday30.usatoday.com/money/media/story/2012-07-10/callaway-editor-usa-today/561257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