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자유와 정보 검열의 전쟁

2015.06.03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인터넷 세상에서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사용한 대표적 슬로건은 ‘Information wants to be free(정보의 자유화)’로, 인터넷 자유주의 운동을 상징합니다. 인터넷 자유주의 운동을 이끄는 스튜어트 브랜드 (Stewart Brand)가 사용한 말입니다. 그는 1968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에서 ‘Whole Earth Catalog(전세계 카탈로그)’ 라는 잡지를 발행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히피 문화의 편승해 마니아적인 문화 정보를 다루었습니다. 컴퓨터가 대중화 되기 이전 시대로 컴퓨터 역시도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Whole Earth Catalog’에서 자주 다루던 아이템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 잡지는 초기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주었습니다. ‘Whole Earth Catalog’를 창간 한 스튜어트 브랜드는 1985년 세계 최초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WELL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온라인에서 만나는 다양한 문화는 WELL에서 파생 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Information wants to be free’는 1960년대부터 사용하던 슬로건이었으나 1984년 해커스 컨퍼런스(Hackers' Conference)에서 스튜어트 브랜드와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이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나와서 더 유명해지며 온라인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슬로건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정보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요즘 새롭게 생긴 개념이 아니라 인터넷이 시작되었던 그 시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스튜어트 브랜드 (Stewart Brand), 출처_위키피디아


하지만, 미국 정부는 정보가 자유로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정보는 자신들이 검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의 속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건은 PGP(Pretty Good Privacy) 사례입니다. PGP는 1991년 필 짐머맨(Phil Zimmermann)이 개발한 암호화 기술로 이메일을 암호화하거나 복호화 시켜 제3자가 알 수 없도록 하는 보안 프로그램으로 해외에서 폭넓게 사용되며 이메일 암호의 사실상의 표준으로 인정 받고 있는 기술입니다. (단, 국내에서는 공인인증서 활성화를 위해 PGP를 이용한 인증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사용자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 정부는 인터넷에서 오고 가는 이메일을 자신들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훔쳐 볼 수 있기를 바랬는데 ‘필 짐머맨’이 이를 막은 것입니다. 특히, 당시는 미국 정부가 반 범죄 일괄법안인 ‘상원 법안 266’을 통해 보안통신장비를 만드는 기업이나 개인은 정부가 암호화 된 내용을 확인 할 수 있도록 ‘백 도어’(Back door)를 의무적으로 설치 해야 한다는 법령을 추진 할 때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PGP에 대해 각을 세우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풀 수 없는 암호는 국가 보안과 범죄 추적에 악 영향을 주는 반 국가적인 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미 정부는 그를 공식적으로 요주의 인물로 분리 후 3년간 그를 조사했으나 결국 무혐의 처분 되었습니다. 


PGP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필 짐머맨’을 탄압했지만 실패하자 미 정부는 PGP를 시장에서 말살 시키기 위해 최고 전문가들을 동원해 유사하지만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배포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미 정부의 지원을 받는 IETF를 통해 PEM(Privacy Enhanced Mail_프라이버시 향상 전자 우편)을 개발 후 배포한 것입니다. 실제 PEM은 PGP에 비해 보안성이 좋습니다. PEM을 확산하기 위해 그들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 있는 정부 기관, 군사 기관과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금융기관 등에 사용을 강제하며 PEM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Sea land, 출처_위키피디아


물리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행사하기 어려운 곳으로 망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독특한 정신 세계를 가지고 있는 퇴역 군인인 패디 로이 베이츠는 영국 바다 위에 떠있는 주인 없는 구조물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영국은 과거 2차 세계대전 자국 본토를 향해 날라오는 독일군 비행기와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영국 앞 바다에 4 개의 해상 요새와 다수의 해상 벙커를 건설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해당 건물은 계륵 같은 존재가 되었고, 영국은 관리를 포기한 채 방치했습니다. 그는 아무도 관심 없는 공해 상에 떠 있는 러프 요새를 씨랜드 공국(Principality of Sealand)이라고 칭하며 독립 국가를 선언했습니다. 국가의 모토는 From the Sea, Freedom였습니다. 영국 정부는 재판을 걸었으나 씨랜드는 영국의 영해 밖에 존재한다는 이유로 영국으로부터 치외 지역이라는 판결을 받아 바다 위에 건설 된 작은 건물에 불과하지만 독립을 인정 받았습니다. 씨랜드는 세금을 기대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 사업을 해야 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서버 임대 사업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국가의 간섭 없이 인터넷 서버를 운영하고 싶은 회사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폭로 전문 사이트로 미국의 탄압을 받는 위키리크스도 씨랜드로 서버를 옮기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위키리크스는 씨랜드보다 더 안전 한 미국의 적대 국가인 러시아에 서버를 두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피신해 있습니다. 


유타 데이타센타, 출처_위키피디아


정보를 지키려는 자와 정보를 검열하려고 하는 미국과의 숨바꼭질 같은 싸움이 계속 되자 미국은 결국 가장 미국스러운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들이 가진 고도의 정보통신 능력에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활용한 방법으로 정보를 깨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20억달러(2조 2000 억 원)를 들여 유타 데이터 센터(UDC)라는 이름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한 것입니다. 각종 위성과 해저 케이블 등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는 인터넷 정보와 통신 기록 등 모든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것입니다. 천문학적인 데이터 저장 능력을 가지고 있어 전 세계 모든 데이터를 100년 동안 저장 할 수 있다고 합니다. MVR(Massive Volume Reduction_대용량 축소)이라는 고성능 필터를 이용해 일반적인 내용은 버리고 특정 주제, 특정 인물에 관련 된 내용만 실시간으로 집중 분석하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킹은 미국 정보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정부의 해킹이 대규모 자원을 투입하는 정규군이라면 정보의 자유를 주장하는 쪽은 게릴라 부대 같았습니다. 정부의 고위 공직자나 자본가들이 세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아킬레스 건을 노렸습니다. ICIJ(국제탐사언론인협회)는 해킹으로부터 얻을 정보를 통해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사람들을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세계적인 은행인 HSBC홀딩스의 스위스 지부가 세계 권력자들과 부자들의 돈을 관리하며 탈세 컨설팅까지 해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위스 지부의 고객 국적은 스위스를 제외하고 영국(217억 달러) 베네수엘라(147억 달러) 미국(133억 달러) 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최고위층은 주로 중동 국가의 지도층이지만 미국이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언제든지 미국 최고위층의 이름이 등장해 정보를 지키려는 자와 깨려는 자의 싸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단어설명

‘백 도어’(Back door)

'뒷문이 열렸다'는 의미로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고도 들락거릴 수 있음을 뜻합니다. 원래는 서비스 기술자나 유지보수 프로그래머들의 다른 PC에 대한 액세스 편의를 위해 시스템 설계자가 고의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최근에는 해킹에 취약한 부분을 일컫는 용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 트랩 도어(trap doo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출처_네이버지식백과)


IETF (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

인터넷의 원활한 사용을 위한 인터넷 표준규격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IAB(Internet Architecture Board)의 조사위원회입니다. (출처_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