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둘러싼 최한기의 이 생각 저 생각 최한기, 그는 누구인가?

2015.06.04 10:14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최한기는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1803년 개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다, 1877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에 왕은 순조였고, 홍경래 난(1811년)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 후 그가 살았던 시기의 왕은 헌종, 철종, 고종이었습니다. 그가 살던 시대는 안동김씨, 풍양조씨 등의 세도정치가 극에 달하던 시기였으며, 흥선대원군이 등장하고, 김대건 신부가 처형되었으며, 병인양요(1866년)가 발생하는 등 매우 혼란스런 시기였습니다. 서양에서는 이 시기에 칼 마르크스(1818-1883), 쇼팽(1810-1849) 등이 살고 있었습니다.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최한기는 벼슬은 하지 않았고, 주로 책을 읽고 저술 작업에 몰두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발행된 많은 책을 사 볼 수 있었고, 이것이 그의 학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 되고 있습니다. 최한기와 교분이 있는 사람은 지리학자 김정호,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 등이 있습니다. 


최한기의 사상 기반


그는 엄청난 책을 저술·번안하였는데, 그 중 후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책은 『신기통(神氣通)』과 『추측록(推測錄)』입니다. 이 책들에는 최한기의 핵심사상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 밖에도 지리서인 『지구전요』(1857년), 의학서인 『신기천험』(1866년) 등이 있습니다.


그의 사상은 성리학적 학풍으로부터 벗어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이기(理氣)론적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직 기(氣)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았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관념론적이라기보다는 유물론적 관점에 근접해 있습니다. 최한기의 이러한 태도는 자연스럽게 학문의 영역에까지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정통의 성리학적 관점에서 배제된 영역, 즉 인간의 경험, 감각기관, 지리, 의학 등을 주제로 한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최한기는 천지 만물은 모두 같은 기를 받아 서로 다른 질에 따라 다양한 기를 갖게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최한기는 이를 신기(神氣)라 불렀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눈·코·입·귀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상호간 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 최한기는 이를 기통(氣通)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최한기는 인간의 감각기관을 ‘신기가 통하는 기계(器械)’라 하였습니다. 즉 신체기관은 외부의 대상세계와 교섭하는 도구이며, 신기가 통하는 기계입니다. 최한기는 눈과 귀를 중심으로 기가 어떻게 모이고 흩어지는가를 언급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우리가 보는 문자, 책, 독서 등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있습니다.


지구전요, 출처_한국일보



최한기에게 문자란 무엇인가?


“상형(象形)과 회의(會意)가 서로 전하여 가르치고 익히는 것으로 언어(言語)를 통하고 사실(事實)을 기록하고 물리(物理)를 밝히고 정교(政敎)를 통하게 하는 것”이 문자라고 말한 최한기는 문자는 “바로 언어를 통하는 표식(標識)”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즉 최한기에 의하면, 문자는 모양과 의미로 구분되고, 이것이 모여서 언어와 연결되며, 사실기록· 진리탐구· 정치와 교육적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언어나 문자를 배워 완성되기까지 모두 신기에 따라 되는 것이며, 눈을 통해 문자를 봄으로써 인간 자신의 기를 축적하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관점이라면, 문자는 기를 전달하는 수단이어서 인간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저자의 기를 전수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글을 쓰거나 저술한다는 것은?


그렇다면 최한기는 글쓰기나 저술행위를 어떻게 해석하였는지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최한기는 기를 담고 있는 저술은 그것을 읽는 사람이 이를 깨달아 일상의 업무에서도 활용하게 되나, 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저술은 저술 자체가 허망할 뿐 아니라 사무에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술에서 신기(神氣)를 미루어 밝힌 다면, 이들 모두는 올바르고 선한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세상만물과 각종 문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기를 얻어야 하며, 가슴 속에 살아 움직이는 문기(文氣)를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럴 때 나오는 말과 글은 모두 영기를 드러내어, 훌륭한 문체를 이루고 온갖 조화를 빚어내어, 보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가 신기에 감동받아 공감을 얻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최한기는 문장은 ‘신기(神氣)’에서 나오는데, 마음에서 이를 ’기화(氣化)‘할 때, 올바른 글과 뛰어난 저술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저술의 요점은 ’백성의 일을 구제하는 것‘라 말하여 실학적 저술관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최한기, 출처_독서신문


최한기에게 책은 무엇인가?


최한기 식의 표현으로 말하면, 서적은 기의 용기(容器)입니다. 서적은 기를 담는 그릇일 뿐 아니라 기의 담지자이며, 기의 표현체입니다. 그래서 그는 “고금의 서적은 모두 저술한 사람의 신기로 통한 것을 기록하여 드러낸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최한기는 서적이 신기를 통한 것이면 독자의 기를 움직일 수 있으며,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서에 신기가 있으면, 독자의 기와 통하게 되나 그렇지 않으면 통하지 않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나의 한 말이 신기의 움직임을 말미암은 것이면 다른 사람이 그것을 듣고 반드시 신기를 통할 것이고, 나의 저서가 신기의 활발한 움직임에서 나온 것이면 이를 보고 해득하는 사람이 반드시 신기를 개발할 것이며, 나아가 사진이나 서화에 이르기까지 신기가 통달한 것이면 능히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것이다.”(국역 기측체의I,p.45)


최한기는 서적의 고귀함을 삼강오륜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세상 만물 가운데서 사람이 가장 귀한 것은 삼강오륜이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를 전할 수 있는 서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어 서적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최한기의 입장에서 보면, 서적이란 저술자의 기를 전달하는 매체입니다. 저자가 운화기를 도달하여 이를 문자화하여 저술한 책이라면, 독자에게 그 기가 전달될 것임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수많은 서적 중에 신기가 움직여서 저술된 것은 얼마 안 되며, 대체로 허(虛)를 숭상한 것이 많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적을 취사선택할 때에는 책의 기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독서는 어떻게 하는가?


최한기는 독서에 있어서 독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수많은 책 중 무엇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알려 주는 책이 있는가를 반문하면서, “뜻을 해석하고 이치를 연구하는 것은 오르지 독자의 변통에 달린 것”이라 하여 독자의 해석과 이해가 중요함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독서의 우열은 신기(神氣)의 운화에 말미암음‘이라 하여 독서의 방법으로 ‘운화(運化)’를 강조하였고, ‘고험(攷驗)’이 독서를 통달하는 방법이라 하였습니다. 즉 독서에서는 변화하는 자연적, 사회적 현실을 내포하는 기의 운동방식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하고 검증하는 고험이 독서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보, 사상, 감정을 전달하고자 하는 미디어는 끝임 없이 발전해 왔습니다. 모바일을 통한 정보와 의견 교환들은 현재로서는 첨단 미디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 모바일 등에 관계된 이론과 사상들이 모두 서양에서 도입된 것들입니다. 수입학문으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 우리 고유의 관점이 없는 셈입니다. 이런 점에서 최한기의 사상은 우리 학문의 주체성을 세우는데 얼마간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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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김태화2015.06.05 13:20

    최한기는 벼슬을 마다하고 평생을 책을 끼고 산 학자이다. 그는 조선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이지만 그를 제대로 평가한 도서는 없다. 연구자들이 일반인들을 위한 쉬운 도서의 저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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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조아하자2015.06.05 22:11 신고

    뭐 아무래도 현재까지는 서양이 경제적으로 잘나가니까... 현재의 거의 모든 학문이 서양에서 들어온 것 위주인건 어쩔 수 없죠. 우리나라 것이 잘되려면 그만큼 우리나라가 경제강국이 되어야한다는 불편한진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