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라 불리던 세 청년이 만든 인문학교

2011. 8. 11. 10:1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노는 것이 지겨울 만큼 공부와는 담을 쌓았고, 학교는 그저 잠자는 곳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학창시절 대학에 갈 성적도 되지 않아 대학진학은 이미 포기했었고, 선생님들의 눈 밖에 나 있는 흔히 우리가 말하던 ‘문제아’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우연히 만난 인문학을 통해 공부의 재미와 필요성을 느꼈고, <우리는 인문학교다>라는 두 권의 두툼한 책을 낸 인문학 저자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서인석, 송정호, 김준혁씨’는 학교에선 문제아로 통했지만 지금은 꿈을 찾는 청소년들을 위해 강의도 하고, 논문도 쓰고, 교육 관련 창업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공부의 필요성도 모르고 대학진학도 포기했던 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바뀔 수 있었을까요?

국•영•수를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은 무조건 들어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트리기 위해 자신들의 경험담으로 살아있는 공부를 전파하는 조금 특별한 인문학 강사 3인방 중 서인석씨를 만나 그들이 변하게 된 사연과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우선 본인과 <우리는 인문학교다> 공동 저자인 송성호, 김준혁씨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파릇파릇(?)한 스물 한 살 청년들입니다. 저희는 방황하며 돌아다니던 중학교 시절 ‘품’이라는 청소년 단체를 만나 지역(서울강북)에서 축제기획, 문화기획 활동, 인문학 공부와 교육활동까지 6년 동안 활동의 영역을 넓혀 가고,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청년’ 다운 삶을 고민하고 희망하며 살아가기를 꿈꾸는 팀입니다.






아무래도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심지어
      ‘문제아’라는 꼬리표까지 달 정도였다고 들었는데요. 그런 세 학생이 대학입학도 포기
      하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원래 인문학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중 • 고등학교 시절에는 펜을 제대로 잡아본 기억이 없습니다.(웃음) 학교수업을 빼먹는 것 정도는 기본으로 생각하면서 지내왔으니까요. 중 • 고등학교 시절의 대부분은 품에서 축제를 하면서 지내왔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가 하는 활동의 상상력과 기획력을 키우기 위해서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조금은 막연한 생각이었죠. 학교 공부보다 활동이나 삶과 연결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거든요. 그 때 마침 ‘품’의 대표님께서 인문학 공부를 제안하셨어요. 

대표님에 대한 믿음과 어떤 공부라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 인문학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했어요. 다만 좀 더 삶과 연결될 수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에겐 대학이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지금의 십대들을 보면 어떤 일이나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되는 과정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돼요. 스스로가 어떤 일에 동기를 갖는다는 것은 일방적인 지시나 강요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거든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의 과정들은 깔끔하게 무시당하고, 가장 안정적이거나 쉬운 방식의 삶들을 요구 받는 곳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그리 다양하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네 어른들은 여전히 ‘대학에 가서 해도 안 늦어. 지금 니가 해야 할 일은 공부야!’ 라는 일방적인 지시와 강요들을 늘어놓고 있고, 십대들 역시 그에 발맞추어 소중한 자기 삶의 과정과 행복들을 스스로 생략해가고 있는 것 같구요. 

그 누구도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찾는 순간 바보처럼 앉아 있기만 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저희도 긴 과정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을 찾았기 때문에 인문학 공부에 열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책을 내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로 <우리는 인문학교다>를 출판하게 됐나요?
      그리고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저서 우리는 인문학교다, 학이시습>

 

처음부터 책을 낼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1년 6개월 동안 인문학공부를 하면서 매 수업마다 수업일기를 쓰고 그 과정들을 생생하게 정리하는 노력들을 꾸준히 해왔어요. 

그 때 썼던 수업일기, 에세이, 사진들을 잘 정리해서 책으로 출판하게 된 거죠. 사실 잘 팔리지도 않는 인문서적을 그것도 8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낼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학이시습’ 출판사의 김영희 편집장님 덕분이에요. 

저희들이 유명하거나 괜찮은 저자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인문학 공부와 활동들을 가치있게 여겨주셨어요. 그런 신뢰와 응원들이 이 책이 나올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에요. 사실 이 책의 또 다른 저자는 김영희 편집장님이에요. 

처음 책이 나왔을 때,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보통 ‘너희들이 책을 내?’라는 반응이었거든요.(웃음) 대학에 가지 않은 저희들을 항상 불안하고 초초하게 지켜보던 부모님들이 가장 좋아하셨어요.

칭찬과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에, ‘어린 것들이 낸 책이 뭐 별거 있겠어?’ 라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있어요.


요즘은 여러 곳에서 강의도 하고,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도 들어오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내며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변화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자신에게 찾아온
      큰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희는 어떻게 보면 굉장한 혜택을 받으면서 살아온 친구들이에요. 주변에 조언을 구할 선배들과 선생님들이 많았고, 저희의 삶을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분들이 참 많았거든요. 

그렇게 혜택을 받으면서 자라온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은 받은 만큼 잘 나누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저희한테는 큰 변화이자 배움인 것 같아요.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이제는 혼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최근 ‘괜찮은 청년문화기획교육집단 세 개’를 창업했다고 들었습니다. 창업하게 된 배경과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알고 싶습니다. 

강의, 워크샵에 다니면서 교육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축제와 문화를 만나고, 사람과 세상을 만나면서 얻은 소중한 가치를 나누고자 하는 창업을 했어요. 아직 부족하지만 알고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 세상과 나누어 보려고 해요.

돈의 가치가 아닌, 땀과 가슴의 가치를 소비하고 나누고자, 돈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아름다운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노력하고 땀 흘린 만큼의 돈을 당당하게 받고, 쓰기 위해서요.


주로 어느 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나요? 강의 대상은 누구이며 어떤 주제로 강의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강의를 듣는 청중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계속 해서 배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부산, 청주, 부천, 구미 등 저희를 찾고 불러주시면 가리지 않고 어디든 가고 있어요.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청소년, 대학생, 실무자, 부모님들까지 대상도 다양해요. 

강의 내용은 주제와 대상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저희가 경험했던 선에서 나눌 수 있는 축제기획, 문화기획, 인문학, 청년, 다르게 바라보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요. 저희가 나누는 이야기, 강의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강의를 다니고 있어요.

반응은 역시 극과 극이에요. 믿어 들어주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에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아요. 청소년들은 저희가 비슷한 또래이기 때문에 많이 좋아하구요. 부모님들 같은 경우에는 자식과 대화하는 것처럼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시기도 해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직접 인문학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입장에서 인문학이 주는 즐거움과 왜 인문학이 중요한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인문학은 세상을 보는 눈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세상을 보다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과정들을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어떤 학문도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공부를 하는 방식이에요. 진지함이 생략된 공부의 과정 역시 단순히 '즐거운 놀이'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많지만 스스로가 하는 공부가 자신의 삶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삶에 대한 보다 근거있고 희망적인 선택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어떤 공부라도 말이에요.


인문학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하시기 때문에 인문학 관련 책도 자주 접하실 것 같습니다. 아직
      인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세대나 인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어요?

다들 잘 아시는 책이겠지만 <지식채널e>를 추천하고 싶어요. 제가 처음으로 큰 충격과 자극을 받았던 책이기도 해요. 그림과 사진이 많아서 쉽게 읽혀요.(웃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 알고 있지만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꼼꼼하고 자세하게 써 놓은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다시 반문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세상을 바로 보고, 보다 총체적으로 사실을 가려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지금의 강의 등 활동을 통해 앞으로 본인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도하는 작은 일들이 또 다른 선택과 희망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알리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치열하게 준비하고 도전하면서 저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을 하고 싶어요.

서인석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은 청소년들의 잃어버린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멋진 멘토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특히 인문학과 인생에 대한 자신들만의 철학이 느껴졌기에 나이는 어리지만 속이 꽉 찬 청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공부가 아닌 자기 삶에 대한 근거있고 희망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그의 말은 목적을 잃고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꿈이 없고 방황하던 청년들을 변화시킨 인문학, 그 놀라운 힘을 전달하며 청소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금도 어딘가에서 열심히 강의하고 있을 세 명의 인문학 저자들이 보여준 작은 변화를 통해 인문학과 함께 사색하는 삶을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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