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저널리즘의 특징과 현황

2015. 6. 19.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6월호>에 실린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이미나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2013년부터 2학기에 학부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업 과제 중의 하나가 팟캐스트 제작입니다. 서너 명이 팀을 구성해 3회 정도의 오디오 방송을 제작하는데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해 방송 채널을 만들고 제작한 내용을 방송합니다. 아이튠즈(iTunes)에 팟캐스트 등록 신청을 하기도 하는데 실습으로 하는 실험용 성격이 짙어서 하고 싶은 학생들만 신청하게 합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방송을 들었는지 모니터하는 과정은 과제수행 보고서에 반드시 포함시킵니다.


2005년에 사전 등록


2013년 가을은 ‘나는 꼼수다’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어서 팟캐스트가 학생들에게 생소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제작하는 것은 듣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재미있어 하며 과제를 잘 끝냅니다. 본인의 목소리로 녹음을 끝낸 후 방송 채널에 업로드를 하면서 나의 방송 채널이 생겼다는 뿌듯함도 있었을 것입니다.

‘팟캐스트’라는 용어를 풀어보면 팟캐스트는 애플의 미디어 플레이어인 ‘아이팟’과 방송을 뜻하는 ‘브로드캐스트’의 합성어입니다. 뉴 옥스퍼드 아메리칸 딕셔너리 편집자들은 2005년에 팟캐스트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는데 그 이전에도 새로운 단어로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2005년에서야 사전에 등록됐다고 합니다(BBC, 2005.12.7.). 레빈슨은 팟캐스트를 포함해 다양한 뉴미디어를 소개하면서 팟캐스트의 초기 성공 사례로 2006~7년의 ‘그래머 걸(Grammar Girl)’을 꼽고 있습니다(레빈슨, 2010). 영어 문법을 알려주는 팟캐스트인데 크게 인기를 얻어 해당 내용이 책으로도 출간됐고 현재까지 꾸준히 방송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졌다는 측면에서 보면 미국은 2005년을 지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_한겨레


사전에 등록된 팟캐스트의 정의는 “라디오 방송이나 이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개인용 오디오 플레이어에 다운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디지털 레코딩”입니다. 말하자면 팟캐스트는 콘텐츠 측면에서는 라디오 방송과 유사하지만 인터넷 기반의 미디어 서비스로 전통적 대중매체인 라디오 방송과는 다른 기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팟캐스트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가디언의 기사에서 팟캐스트는 ‘오디오블로그’ 혹은 ‘게릴라미디어’ 등으로도 지칭됩니다(Hammersley, 2004). 글 대신 소리로 내용을 전달한다는 특성과 ‘예상치 못한’ ‘틀에 박히지 않은’ ‘소수에 의한’ 미디어라는 특성이 부각된 것입니다. 그래서 기원을 따지면 팟캐스트의 선례는 블로그이며 팟캐스트는 블로그의 특성과 더 잘 부합하는 미디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간편한 운용과 자발적 수용자 참여


콘텐츠의 생산(제작자와 제작 방식)과 소비(유통과 소비자)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먼저 팟캐스트는 개인이나 소수에 의해 제작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혼자 혹은 서너 명의 소그룹으로 팟캐스트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작방식은 간편하며 비용도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전문녹음실에서 스튜디오를 빌려서 방송을 녹음했는데 대여료가 비싸지 않았습니다. 녹음한 파일을 편집할 때는 무료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으며 편집 소프트웨어는 비교적 쉽게 조작법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방송을 시작하는 시그널 음악은 저작권에 묶여 있지 않은 음원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사용했습니다. 만들어진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방송 채널을 개설할 때는 무료로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이용했습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팟캐스트는 전통적 라디오 방송과 매우 다릅니다. 팟캐스트를 듣는 청취자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방송을 찾아서 구독합니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되면 해당 팟캐스트를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듣게 되는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방송을 청취하게 됩니다. 송신과 수신의 비동시성, 시간과 공간의 제약 극복, 모바일 미디어 및 융합 미디어 등, 미디어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는 팟캐스트에서도 발견되는 것입니다. 또한 팟캐스트는 자발적 참여와 공유를 특징으로 하는 소셜 미디어의 특성을 라디오 방송과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팟캐스트는 자신의 방송 채널을 쉽고 간편하게 운영할 수 있으면서도 많은 수의 사람에게 자신의 방송을 들려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입니다. 물론 제작비와 제작 동기를 고려하면 팟캐스트는 청취자가 많든 적든 크게 영향 받지 않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특정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서비스의 가능성은 팟캐스트의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입니다.


2015년 5월 현재, 국내 대표적인 팟캐스트 포털사이트 ‘팟빵’에서는 약 6,000여 개의 팟캐스트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위 10위권의 팟캐스트에는 정치·시사 팟캐스트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팟캐스트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시기 역시 정치 국면과 연관되어 있는데 2011년과 2012년 일련의 주요 선거(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루면서 팟캐스트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됐습니다. 


팟빵 전체 순위, 출처_팟빵홈페이지


선거철에 영향력 발휘


또한 선거와 맞물리면서 팟캐스트의 영향력이 조명되기도 했는데 19대 총선에서 서울 지역 20대 투표율이 평균 투표율보다 훨씬 더 높게 나온 결과가 젊은 세대의 당시 팟캐스트 이용과 관련이 있다거나(허재현, 2012.4.13.), 팟캐스트 이용이 정치적 관심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의 정치 활동 혹은 투표 참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보고됐습니다(이창호·류성진, 2013; 민영,2014). 특히 ‘나는 꼼수다’는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표현, 풍자성, 정치적 편향성 등을 보여줌으로써 기존 대중매체와 크게 대별됐습니다(이기형 외 2012). 이러한 특성을 박영흠·김균(2012)은 탈객관주의적 저널리즘, 탈이성주의, 탈엘리트주의 저널리즘으로 요약합니다. 사실 중심의 저널리즘에서 탈피해서 의견과 사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이성보다는 유희에 치중하고 개인의 청취 공간에서 친밀감을 느끼며 전문직주의의 품위와 엄격함을 거부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팟캐스트가 보여주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기존 언론 매체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팟캐스트가 뉴스캐스트로 이용되면 기존 매체들은 어떻게 뉴스를 전달해야 할까요? 선거철도 아닌 요즘이지만 팟캐스트에 대해 논의해 보는 것이 필요한 것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팟캐스트가 뉴스캐스트로 이용되면서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적극적으로 팟캐스트 채널을 활용했습니다(Potter, 2006). 미국에서 팟캐스트가 처음 유행할 당시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도 팟캐스트채널을 방송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스팩트’ ‘김어준의 파파이스’ ‘정치토크 돌직구’ ‘컬처비평 잉여싸롱’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를 소유하고있는 신문사나 방송사가 개인 오디오 방송 형식의 팟캐스트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동기는 매체 환경의 변화에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기존의 대중매체 채널을 대체하는 정보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저널리즘도 이러한 시스템에 적응하거나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청자 혹은 독자의 측면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한데 미디어 플랫폼, 기사의 유형과 내용,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과 공간 등 많은 부분이 개인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프로그램 편성표는 더 이상 시청 패턴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몇몇 신문사와 방송사가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 채널은 저널리즘의 변화를 위한 훌륭한 시험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저널리즘 변화의 시험대


개인 오디오 유형의 팟캐스트에 충실한 뉴스캐스트에 비해 전통적 저널리즘에 기반한 팟캐스트가 이번 실험을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합니다. 우선 참조할 만한 사례를 소개하면 ‘시리얼(Serial)’ ‘99%인비저블(99%Invisible)’ ‘스타트업(StartUp)’의 팟캐스트입니다(Roose, 2014.10.30.).2 이들 성공한 팟캐스트들은 무엇을 전달할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전달할지 역시 주의 깊게 고려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 대중매체의 관습적 내러티브 형식으로는 팟캐스트의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코바치와 로젠스틸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3판에서 대폭 수정하면서 여전히 저널리즘은 “진실에 대한 의무와 공공의 이익에 대한 충성의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독자에게 흥미롭게 전달하는 방법 역시 이제는 저널리스트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2014). 팟캐스트를 통해 저널리즘이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어떻게 연관되고 시청자와 독자의 삶에 의미 있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이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