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것이 아닌 나의 사생활

2015. 6. 25.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구글은 최근 헤어진 연인이 올린 보복성 포르노를 더 이상 검색 결과에 노출 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사생활 침해가 많은 사이트들은 이번 정책 변경처럼 사생활 보호 수준을 갈수록 높이고 있어 사생활 보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사용자들도 본인은 사생활에 민감한 사람이어서 자신의 개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 걱정 없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누군가의 정보를 얻기 위해 그 사람의 친구들이 공개한 글을 모두 모아 분석하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대부분 얻을 수 있는 사회에 이미 도달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맞추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웹은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기에 개인이 아무리 철저하게 자신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해 노력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많은 정보가 유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이 태어나면서부터 싸이월드에 당신의 사진과 당신에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 놓았습니다. 이 정보를 통해 언제 학교를 입학해야 하는지, 언제 군대를 가야하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유추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학교 친구들이 당신의 취미, 당신의 여자 친구 등의 개인 정보를 유출하기도 합니다. 당신의 집에 방문해서 기념 촬영을 하기도 하고, 당신과 함께 한 취미 사진을 통해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노출하기도 합니다. 나와 내 친구가 올린 글의 위치를 파악 해 우리 집이 비워 있다는 것을 알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는 실제로 SNS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개설 된 Please Rob me (http://pleaserobme.com) 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우리 집을 털어 주세요’라는 뜻으로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SNS를 분석 해 현재 어느 집이 비어 있는지 알려줍니다.



MIT 컴퓨터 과학과 교수 할 어벤슨(Hal Abelson)은 개인정보는 더 이상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2009년 MIT에 카터 제니건(Carter Jernigan)과 베흐람 미스트리 (Behram Mistree)은 페이스북 사용자 4,000명의 프로필을 분석해 가장 은밀한 정보를 알 수 있는지 실험해 보았습니다. 누가 게이이고 누가 그의 파트너인지 추적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 게이라고 페이스북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페이스북을 분석해 누가 게이인지를 추정했고, 오프라인으로 확인 해 보니 정확도가 78%였다고 공개해 SNS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사생활이 갈수록 많이 노출 되는 이유는 CCTV의 폭발적 증가일 것입니다. 요즘은 블랙박스 같은 다양한 유사 CCTV도 많아서 아무리 조심해도 나의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 CCTV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텔레스크린이 현실화 되었다고 우려했습니다. 텔레스크린은 디스토피아를 그린 대표적인 소설인 '1984'에서 개인의 집과 거리 곳곳을 촬영 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점점 ‘1984’ 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우리 사회에서 현실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사회를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기술들이 발달 되고 있는 것이죠. 정부는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고 믿기 때문에 앞으로 감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 시키고 있고 자연스럽게 나의 사생활은 내 것이 아니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보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범죄 예방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 청소년 사법당국은 IBM의 범죄예측소프트웨어를 도입해 2010년부터 이용하고 있습니다. IBM은 최근 7년간 발생한 수백 만개의 범죄를 분석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범죄인의 과거를 분석해 미래의 범죄를 예측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14세 이전에 강도로 잡혔고 이후 비슷한 행위를 한적이 또 있다면 그는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 주의 있게 관찰해야 하지만 30세까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그가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크게 떨어진다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30세까지 지속적인 관찰을 해야 한다는 정보를 알려줍니다. IBM 예측 분석 담당 부사장 딥팩애드바니(Deepak Advani) 는 앞으로 실시간으로 범죄를 막기 위한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앞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를 예측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범죄의 발생을 막고 검거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최근방영 된 미국 드라마 '퍼슨오브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가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과 경찰의 이야기고 ‘퍼슨오브인터레스트’ 는 전국민의 전화 통화와 CCTV 등을 분석해 범죄의 가해자가 될 사람이나 피해자가 될 사람을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SNS도 사회적으로 일반인들의 소통을 원할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CCTV도 범죄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해약보다는 긍정적 측면이 훨씬 큽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도 생각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1984 주인공 윈스턴은 텔레스크린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당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감시 당한다는 사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언제 어디서나 감시 당한다는 사실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시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는 행위가 본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윈스턴은 텔레스크린을 피하기 위해서 집에서도 무의식적으로 구석에 숨겨나 텔레스크린을 등지고 앉습니다. 모든 것이 감시 당하는 사회이다보니 자유로운 생각이나 토론은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감시사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직접적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가 크게 줄어 들어 안전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안전보다 더 소중한 것들도 잃지 않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