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당신이다, 당신을 편집하라

2015. 7. 1.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저 사람은 이미지가 참 좋다저 사람은 마주보고 싶지 않는 얼굴이야

사람과 사람 사이엔 정()이 흐르고 정보도 흐릅니다. AB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AB에 대한 이미지를 품게 되고 BA에 대한 이미지를 축적해나갑니다. 상호 이미지 강도는 AB 둘 다에게 동량 동질이 아닙니다. A에게 B는 강력한 이미지로 형상화되어있으나 B에게 A는 수수한 이미지일 뿐입니다. 당신의 이미지란 타인이 보고 느낀 당신의 모습을 말합니다. 이때 이미지의 주체는 나지만 이미지의 평가 주체는 타인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이미지는 주체일까요 객체일까요. 한 개인의 이미지가 단일화되지 못하고 분열될 수밖에 없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지는 형용사로 표현됩니다. 평범하다 아름답다 지적이다 품위있다 귀티난다 섹시하다 예민하다 허약하다 무모하다 비굴하다 교활하다... 등의 서술어로 당신은 평가됩니다.


남들이 어떤 느낌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타인들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를 원한다면. 그런데 타인이 파악하고 있는 나에 대한 이미지는 정확한 것일까요. 남이 알고 있는 나에 대한 이미지 조각들은 정말 나의 진실을 반영하고 있을까요.


나를 둘러싼 여러 이미지 파편들이 모이고 합쳐져 현실 속의 내 이미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미지의 힘이 발휘될수록 내 자신의 본질은 어디론가 숨어버립니다. 타인의 시선이 자아의 시선을 압도하면서 자기 정체성이 이미지 영향력 아래 종속되어 버립니다. 어느덧 타인이 규정하는 허상에 순종하게 되고 말과 행동에도 제약을 받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의 중심이 흔들립니다. 불안할수록 타인의 평가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이토록 중차대한 나의 이미지를 그저 타인의 주관적 평가에만 맡겨둔 채, 무기력하게 방관해야할까요. 자신의 이미지가 타인의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라고 정의내리는 한 나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타인이 먼저 나를 규정하고 나는 타인의 선입견에 따라가는 형국이 됩니다. 이제 나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내 이미지 이니셔티브를 장악해보면 어떨까요. 발상을 바꾸면 이미지란 내가 타인에게 공개하기를 선택한 내 부분들의 총체가 아닐까요. 이미지 자기결정권은 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캐릭터를 본질이란 우물에서 길어 올려 극대화시킬 것인지 우물 속 밑바닥에 더 깊숙이 파묻어둘 지를 선택하는 행위입니다. 주도권을 행사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타인에게 투사할 수 있는 이미지는 여럿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여러 겹 당신의 이미지를 누구든지 당신의 동의 없이형성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우유부단한 이미지는 당신이 우물쭈물한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었거나 불안한 모습을 노출시켰기 때문입니다. 타인이 갖고 있는 당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당신 스스로 방관 방치했습니다.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도적인 이미지 편집력을 강단지게 발휘해야 합니다.



매체가 곧 메시지다


어떤 사람이 어떤 눈으로, 나의 어떤 면을 보았느냐에 따라 나의 이미지는 실제의 나와 다르게 왜곡될 수 있습니다. 내 자신을 어떤 각도로 보여주는가는 나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여기서 미디어학자 마샬 맥루한의 명언이 등장합니다. “매체가 메시지다 Medium is the Message”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를 어떻게 부리는가에 따라 타인에게 전달되는 우리의 이미지를 얼마든지 달리할 수가 있습니다.


미소, 웃음, 침묵, 무관심, 분노, 슬픈 표정, 속삭임, 이메일, 문자전송, 카톡대화, 사진전송, 쪽지보내기, 음악전송, 장미꽃 보내기, 책 선물, 로맨스영화 관람... 내 마음이 담긴 모든 행위가 나의 미디어입니다. 나의 본질을 노출시켜주는 매체를 내게 유리하게끔 편집하는 방법론이 이미지 전략입니다. 바로 내 자신이 메시지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바탕 이미지가 흔들리면 불안해합니다. 자신의 본질은 자신의 이미지 아바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역전 현상도 벌어집니다. 의도적으로 선택된 이미지들이 그 자체의 세계를 창조하고 인위적으로 선택된 그 이미지가 다시 후속 이미지를 결정하는 이미지의 이미지화 Images of Images’ 현상까지도 나타납니다.


독자적 자기 이미지를 생산하지 못 하고 외부 이미지만 소비하는 사람이 현대사회 이미지 중독자입니다. 능동적인 사람은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창출 관리합니다. 깨어있는 사람은 지향해야할 목표와 목적을 뚜렷하게 설정해놓고 자신의 이미지 저장고에서 긍정적 이미지를 반복해서 끌어 올립니다. 실재 그대로를 모사한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 손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진실. 이미지와 진실 사이에 늘 긴장된 간극이 존재합니다. 간극을 메워나가는 일이 인생의 비밀을 풀어가는 '열쇠'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