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편집을 알아야 온라인 뉴스가 재미있어진다?

2011.04.20 13:2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즘은 뉴스와 정보에 대한 경계가 희박해진 상황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유통되는 가장 큰 정보의 리소스는 여전히 뉴스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뉴스를 소비하며 생활합니다.

온라인 및 모바일 접촉 환경이 크게 부각되면서 과거에 비해 종이나 방송으로 뉴스를 소비하던 때 보다 미디어 절대량은 훨씬 많아졌습니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매체의 진입장벽도 거의 없습니다. 많은 신생 언론사들이 등장했고, 그리고 블로그-유튜브-트위터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게재하고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됐습니다. 검색엔진은 잠재적으로 개방된 온라인 정보들을 모아 사용자들의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다시 확산시킵니다. 스마트 기기와 소셜네트워크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에 촉매제가 됐습니다. 미디어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정보,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이런 변화가 좋기만 한 것일까요. 젊은 사람들은 진지한 글은 점점 읽지 않으려 합니다. 조금만 글이 길면 ‘스크롤 압박’ 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끊임없는 단문과 원초적 자극을 담은 콘텐츠들이 뉴스를 압도합니다. 흑과 백으로 나눠진 디지털 사고 공간에서 회색 지대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종이 뉴스’와 ‘디지털 뉴스’의 가치 차이 역시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이자 비판적 디지털 문화론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니콜라스 카는 자신의 책 ‘The Shallows (2010)’에서 “손 안의 '스마트'한 휴대 기기로 그 자리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단 몇 분 만에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시대가 열리면서, 지식의 깊이보다는 효율성과 속도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정보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이퍼텍스트로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정보들이 우리의 뉴스 읽기 사고를 방해하는 것 아닐까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신문명의 달콤함을 받아들이면서 잃어버리는 것은 바로 뉴스를 바로 읽는 ‘사고능력’입니다.

생각하는 슬로미디어 중 가장 유망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종이뉴스입니다. 모든 뉴스를 종이로 회귀하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종이로 봐야 더 미디어의 내재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분명히 있습니다.


내가 온라인에서 봤던 뉴스, 편집까지 알아야 제대로 이해한다

편집을 알아야 언론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명제를 던지면 이해하는 젊은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신문사는 글과 자료를 공급하는 취재기자와 제목달기, 신문편집 등을 맡는 편집기자로 분업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방송사에 영상을 제작하는 현업PD가 있는 반면, 방송의 전체 구조를 맡는 편성PD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A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방송사를 떠올리지만, A+B+C+D+E로 구성되어 있는 당일 편성 프로그램 전체를 보며 방송사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뉴스를 알기 위해서는 개별 단위의 뉴스 자체를 넘어 여러 가지 뉴스들로 구성된 ‘편집’을 봐야 합니다. 언론은 기사만큼이나 편집의 정치성, 의도성, 논조구현 장치 등을 저널리즘의 본질로 행하는 조직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A사의 기자들은 B당과 C당의 선거유세 장면을 각각 기사로 작성합니다. 그리고 그 기사들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균등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언론사는 이를 지면 상에서 가지런히 펼쳐 두고 독자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판단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만약 온라인이라면 어떤 상황이 될까요. 온라인 미디어는 뉴스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한 개의 링크와 한 줄의 제목으로 대표되고 있는 균등한 데이터베이스의 조합입니다. 분명히 사람들은 B당과 C당의 기사를 각각 한 줄의 정보로서 처음 접하게 될 것입니다. 독자들은 B당과 C당의 뉴스 정보가 파편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건별로 나눠 읽으면 한 쪽으로 편향된 논조를 가졌다고 느끼게 됩니다. 언론사는 독자들에게 어떤 균형감각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모호하게 되고, 온라인에서 뉴스는 논조가 아니라 정보 그 자체로만 존재하게 될 뿐입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취재기자들 뿐만 아니라 편집기자 및 편집간부들이야 말로 가장 최적의 미디어 메시지를 창출하는 미디어 코디네이터들입니다. 어떤 기사가 어떤 위치에 어떤 크기로 어떤 제목과 사진으로 버무려 져 나가는지에 따라 메시지의 색깔이 확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종이 미디어에서는 심지어 원고지 한 장짜리 글이라도 신문 1면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더 많이 쓰고, 더 자극적으로 제목을 붙이고, 더 많이 하이퍼링크를 제시할수록 잘 쓴 글입니다.

물론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달라지고 있고, 따라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기준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양쪽 모두 의미심장한 미디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정교하게 자율조율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문사들은 심지어 문구 하나, 조사 한 개, 사진 한 조각, 글씨 크기 등 종이 위의 어떤 사소한 장치라도 의도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독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골고루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와서 종이 미디어 시장이 부활한다거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자는 고리타분한 주장은 아닙니다. 다만 종이미디어가 가지고 있던 본질적인 가치는 디지털 시대가 되더라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인 손석춘씨는 자신의 책 ‘신문읽기의 혁명(2003)’에서 신문 편집 속에 숨겨진 의도된 메시지를 설명하며 “당신의 성숙한 독자인가”라고 되묻고 있습니다. 그의 지적대로 종이 신문은 디지털 신문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알고자 하는 미디어 이면의 가치와 사색의 여유가 필요하다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종이 신문과 온라인신문을 함께 읽어가는 행위가 중요합니다.

온라인에서 봤던 기사들이 종이 위에 활자로 뿌려지면서 어떻게 유익한 메시지를 함의하게 되는지 2009~2010년 우수 사례인 ‘한국편집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사례로 든 신문들은 모두 대판(A4 4장 정도를 붙여 둔 크기) 사이즈로 제작된 것임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자료 : 한국편집상 수상작 모음 (바로가기)



대판 지면을 압도하는 김연아 선수의 멋진 포즈와 ‘퍼펙트’ ‘미라클’ 두 단어로 대표하는 뉴스의 구성은 제목+사진+본문으로 무미건조하게 수직 배열하는 인터넷 뉴스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해 줍니다. (“퍼펙트” “미러클” / 중앙일보 / 편집J팀 / 2010.02.25 / 1면)


 ‘진실도 떠오를까’ 라는 제목은 온라인 기사에서 느낄 수 없는 강렬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면을 가로지르는 현장 사진과 함께 뉴스를 읽는 독자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듭니다. (진실도 떠오를까 / 영남일보 / 변종현, 윤제호 차장 / 2010.04.13 / 1면)


공을 들여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이러한 기획 기사들은 온라인 뉴스 읽기에서 대표적으로 외면당하는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이라면 사진 두장을 잇달아 붙인 뒤 글만 나열하는 밋밋한 정보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갯벌 살린 시골 마을, 마을 살린 갯벌 축제 / 부산일보 / 김희돈 기자 / 2010.05.27 / 25면)


우리 시대 가장 어두운 자화상인 독거노인과 사회적 무관심에 대해 자세히 다룬 이런 종류의 기획기사는 웹페이지 링크 한 줄로 전할 수 없는 메시지를 종이 기사에 담고 있습니다. (獨居老人 누가 내 손을 잡아줄까 / 경향신문 / 구예리 기자 / 2010.08.23 / 22면)


언뜻 보면 말장난 같은 이 기사는 기모노 입은 여인의 눈물이라는 흑백 이미지를 첨부하여 몰락하고 있는 한 일본기업의 자화상을 지면에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의미’보다는 ‘정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이처럼 여유가 담긴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합니다. (소니, 우니? / 조선일보 정재원 기자 / 2009.1.14/B1면)


글과 제목, 부제, 그리고 한쪽 눈을 감은 모습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기사는 언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글과 본문, 이미지가 따로 도는 인터넷 기사만으로는 이같은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불법에 눈뜬 이용자 시류에 눈감은 정부 / 전자신문 김정희 기자 / 2009.2.19/4면)

균형잡힌 뉴스 읽기를 위해 신경써야 할 세 가지 원칙을 한 번 더 되짚어 봅시다.

1. 뉴스, 특히 신문 기사들은 종이신문에 뿌려진 위치와 형식까지 확인해야 진정한 정보의 가치와 미디어들이 의도한 숨은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2. 종이 신문을 통해 ‘정보’가 아닌 사색이나 논리를 정리하는 여유를 가져야 온라인에 익숙해져 버린 뉴스읽기로부터 균형을 잡을 수 있다.


3. 정보 습득으로 변질된 지금의 뉴스읽기는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제대로 된 언론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성숙한 읽기’부터 시작돼야 한다.


즐거운 뉴스읽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 전자신문 전략기획실 서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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