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비평’과 ‘메타언론’의 역할과 과제

2015. 7. 27.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7월호>에 실린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이기형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비평에도 메타비평이 있는 것처럼, 언론에도 메타언론이 필요합니다. 언론을 취재 영역으로 삼는 매체가 언론 종사자들에게 유용하면서 두려운 것처럼 독자들에게 언론계의 움직임을 보도하는 것이 중요한 책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론 비평 또는 언론을 대상으로 삼는 메타비평에 관해 한 기자가 풀어낸 음미할 만한 관찰점입니다.

 

미디어 비평 또는 매체 비평이나 보도 비평 등으로 다양하게 호명되는 작업은, 통상적으로 특정 매체가 수행하는 역할이나 언론장 내에서 전개되는 개별 보도, 프로그램의 기능과 함의 그리고 문제점과 한계를 세밀하게 진단하는 방식으로 추구됩니다.


매체 비평의 다양한 시도

 

일반적으로 비평이라는 행위는 문학과 인문학, 미학, (대중)예술 등의 영역에서 특정한 텍스트나 작가 또는 동료 비평가의 작업을 심도 있게, 논쟁적으로, 그리고 일정한 근거와 추론 그리고 설득력을 동반하면서 진단·검증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이제 진단과 탐구의 영역을 언론으로 바꾸면, 전술한 비평이라는 행위와 개입은 기사나 뉴스 스토리 혹은 특정 보도와 연작 등에 관한 치밀하고 집중된 해독에서, 매체가 생산하는 의미와 담론 효과들에 관한 거시적이고 중층적인 진단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미시적 사례 분석이나 이를 넘어선 국면적으로 발휘되는 언론 담론들의 효과에 주목하는 진단은, 종종 특정 사회정치적인 이슈를 재현하는 언론의 논조나 지면 또는 콘텐츠의 구성과 배치,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선호되는또는 충돌하는-프레임들을 대상으로 탐구됩니다. 또한 방법론의 측면에서는 기사와 콘텐츠에 관한 질적, 양적인 (내용) 분석, 텍스트와 담론 분석, 이데올로기 분석 등이 종종 활용 되며, 여기에 제도 분석이나 생산() 연구 등의 측면을 부분적으로 조합하기도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사회 내 주요 이슈와 현상을 보도·진단하는 특정 매체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혹은 관련 문맥과 효과를 조밀하게 조명하는 과정에서, 주요 매체들 간의 특정 사안이나 쟁점에 관한 입장과 차이를 비교하는 상호 비평이 시도되기도 합니다.

 

한편 자사의 보도 방식과 방향성을 진단의 대상으로 삼아 이를 성찰적으로 비판하고, 개선과 보완의 측면을 추구하는 일종의 옴부즈맨식 접근이 매체비평의 이름으로 수행되기도 합니다. 조금 다르게 과거의 안티조선운동 등과 같이 특정 언론의 사회정치적 기능과 논조에 집중하는 개입적인 진단이나 실명비판 등의 방식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비평 작업은 언론이 생산하는 주요 콘텐츠들의 특징과 함의를 조밀하게 비교하며 다면적으로 탐구하()는 노력과 함께, 특히 논쟁과 갈등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려는 체화된 의지를 포함하게 됩니다. 또한 공공적인 측면에서 특정 정책적 사안이나 쟁점이 점화되며 치열한 움직임과 힘의 동학을 형성하는 국면에서, 언론이 전달하고 (선택적)으로 구성·강조하는 사실, 이를 풀어내는 특정한 관점들에 대한 치열하고 정치한 숙고는 집중되고 만만치 않은 지적, 비판적 노동과 비전을 필요로 합니다.

 

동업자비평의 어려움

 

이 대목에서 매체 비평이 탐구할 수 있는 주요 이슈들로 언론의 행태와 정파성 또는 유사권력화의 문제, 언론이 발현하는 특정 가치와 이데올로기들, 정치권력과 언론의 관계성, 보도와 취재의 공공성과 균형성, 언론 내부의 관행과 생산 과정의 특성 및 이면, 매체의 소유(구조)와 제도적 효과들, 뉴스 생산과 소비의 메커니즘과 미디어 생태계적인 변화상, 광고주와 언론의 관계 등등을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 언론 현실 속에서 매체 비평은 충분히 활성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타사의 논조와 보도의 특성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일은, ‘동업자에 대한 결례 내지는 이러한 작업이 가져올 수 있는 직간접적인 마찰이나 갈등 등으로 인하여 주변화되거나, 관성적으로 회피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보다 중요하게 비판 저널리즘의 구성적인 동인으로, 매체의 활동상과 역할에 관한특히 경사되고 편향되거나 은연중에 이해관계를 드러내며 과장된 보도와 같은 문제적 측면에 대한공공적인 검증과 비판적 문제 제기가 마땅히 필요하며 이러한 역할이 적지 않은 의의를 발휘하지만, 그러한 만큼, 비평 작업이 담지하는 균형성과 전문성, 윤리성, 그리고 방향성 등을 숙고하는 정련된 노력과 성찰성이 크게 요구되기도 합니다. 즉 메타비평의 과정에서 언론이 발현하고 있는 일련의 문제적인 측면들에 대한 감시와 개입적인 비판의 정련화, 특정 사안의 보도에 관한 매체들의 행태를 치밀하게 가늠·진단하는 작업이 강하게 요구되는 동시에, 매체비평의 방식이나 틀 자체에 관한 재귀적인 숙고 또

한 요구되기도 합니다.

 

매체 비평에 필요한 덕목들

 

매체 비평은 이렇듯 기대되는 역할과 함의의 측면에서 기민한 노력과 균형성, 만만치 않은 지식과 내공의 축적, 그리고 용기와 자기반영성 등을 필요로 하는 고단하고 결코 적지 않은 노고와 다면적인 사유가 필요한 작업입니다. 동시에 이러한 긴요한 작업과 소명의식에 관한 우리 사회 그리고 언론계 내부의 평가가 크게 전향적이지 못하기에, 심화된 매체비평은 규범적인 강조를 넘어서 충분한 가치나 역할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결과 매체 비평이 실행되는 측면에 있어서는 비평가 집단과 기자 집단 그리고 소수의 학자들이 독자들에게 언론 영역의 취재 및 보도 양상과 활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련의 해독과 검증 작업을 주로 수행합니다.

 

기자들의 고단한 삶과 고민 들여다보기

 

한편 과도한 경쟁과 생존논리에 휘둘리며, 포털 주도와 ‘1인 미디어 시대의 전개상 속에서 심각한 위기 증후와 더불어 정체와 퇴행을 발현하고 있는 우리 사회 내 제도언론들의 움츠러든 현실을 복수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작업들도 이 특집 속에 연이어 등장합니다. 이 대목에서 이 기획에 인용된 다음 자료의 함의를 잠시 복기해 봅니다. “언론진흥재단이 20136월 전국의 기자 1,5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언론보도가 공정하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고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은 54.2%를 차지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요인은 광고주64.8%1위였습니다. 기자 10명 중 7명은 기자가 샐러리맨이 됐다는 지적에 그렇다고 동의했다.” 이러한 측면은 언론학 교과서에 나오는 숱한 규범적 덕목과 강조점들이 현실 속에서는 치우친 정파성과, 자사 이기주의, 그리고 치열한 상업적인 경쟁 등으로 인해 어떻게 일그러지고, 순치되며, 그러한 결과 퇴행을 보이고 있는지를 예시해줍니다.



매체 비평의 새로운 소명


또한 이 기획이 조명하는 현재 언론제도 내부에 불고 있는 통합 뉴스룸의 운용이나, ‘디지털 퍼스트 전략’, 인터랙티브와 인포그래픽, 그리고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최근에 강조되는 논의와 관심들이 분명 상당히 의미 있는 비전의 추구이자, 현실에 대한 응전이며 현실 타개책으로서의 가치를 지니지만, 내부의 협의를 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인 인식과 효율적인 시스템의 구현, 전략적 전문성의 배양과 지원, 그리고 재교육과 협업의 체계가 충분히 숙고되지 않으면 이러한 방향성의 추구는 실천적인 동력과 유의미한 결과를 산출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일 것으로 사료되기도 합니다.

 

이 기획에서 자문에 응한 한 언론학자는 현재 복합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언론인들에게 있어 윤리성은 언론인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조하면서, “윤리성은 언론인이 개별적으로 회복할 수 없습니다. 보도국과 편집국의 게이트키핑 기능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점을 예시적으로 논합니다. 이에 더해 그는 움츠러들고 있는 저널리즘 복원의 주체는 기자들이다. 결국 기자 스스로 똑똑해지고, 사실 앞에 정직해지는 수밖에 없다. 언론의 윤리성과 전문성을 시스템적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모든 언론의 과제라 할 수 있다라는 제언을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측면과 맥락성을 고려하면, 매체 비평은 기존의 언론 논조와 행태에 관한 비판적 진단에 더하여 언론장 내 주요 행위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생산 문화의 특성과 이면, 역할에 제기되는 도전과 응전의 방향성들을 보다 긴 호흡으로 그리고 치밀하게 조명해야 할 소명과 대면합니다. 이는 향후 언론의 정파성이나 윤리적 측면, 그리고 내부 생산자들이 형성하는 조직 문화의 변화를 탐구하는 동시에, 매체 비평이 기민하게 변화하는 매체들의 정립상과 사회적 활용 그리고 콘텐츠 산업으로서 언론이 당면하고 있는 변신의 노력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구체적인 전망과 대비책 그리고 이를 두껍게 진단해 내는 역량을 배양해야 함을 시사해주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