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4.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5월호>에 실린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 김희경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케이블방송은 다양한 의미로 개념이 혼용돼 사용되어 왔습니다. ‘유선방송’ ‘종합유선방송’ ‘중계유선’이 대표적이고, ‘케이블TV방송’이나 ‘중계유선방송’처럼 방송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케이블 TV는 종합유선방송과 중계유선방송을 모두 포함하는 광의의 의미로 사용되지만 국내의 경우에는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들이 중계유선과 차별화하기 위해 자신들은 케이블TV라고 부르고, 중계유선방송은 유선방송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종합’이라는 접두어는 중계유선과 종합유선을 구분하기 위한 것과 여러 가지 전문 채널을 종합하여 보내주는 유선방송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종합유선방송을 케이블TV로 통칭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진화의 20년
KBS와 MBC, SBS로 분류되던 희소한 지상파 채널을 접하던 시청자들이 다양한 전문 채널을 무기로하는 케이블TV를 처음 접한 것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문민정부가 제14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케이블방송의 본격적인 도입을 발표한 이후, 논란을 거듭한 끝에 1995년 1월 5일 프로그램공급사(PP) 21개와 케이블방송사(SO) 39개가 참여, 전국 32개 구역에서 역사적인 첫 시험방송이 실시됐습니다. 같은 해 3월 1일에는 24개 PP와 48개 SO에서 본방송이 실시됐습니다. 그러니까 2015년인 올해는 유료방송이 출범한 지 꼭 20년, 즉 성년의 나이가 되는 해입니다.
그사이 케이블방송은 방송통신 융합의 전진기지가 됐고, 방송이 미디어 산업의 격전지로 진화하는 과정을 스스로 개척하는 과정에서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도입 초기 유료방송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먼저 유료방송을 실행했던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하거나 이미 방송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의 규제 수준을 참고하여 정책이 수립되면서 가입자 모집에 난항을 겪었고, 소비자 후생이 뒷걸음질 쳤던 적도 있었지만 가입자 100만도 넘기지 못했던 초기 시장이 현재는 1,400만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유료방송에 대한 이해가 축적되고 전 세계적인 시장경제의 활성화와 규제 완화의 분위기에서 유료방송 가입자가 증가하고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이 갖추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왔던 성년의 역사만큼 미래의 케이블방송에 기대를 하기에는 회의적입니다. 2008년 1,500만 가입가구를 정점으로 케이블은 지속적으로 시장을 키워왔지만 최근에는 IPTV와의 경쟁으로 사업자마다 정체 혹은 감소의 하강곡선을 타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해 말 케이블TV 가입자는 1,478만 가구로 1년 전의 1,483만 가구에서 소폭 줄어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IPTV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050만 가구 수준으로 매달 10만 가구가량 가입자가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뚜렷합니다.
출처_헤럴드경제
IPTV에 밀리고 디지털화는 요원하고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 전화, 무선전화까지 결합한 통신 사업자가 IPTV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 진입하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가입자 유치에 빨간 불이 켜진 것입니다. 여기에 KT 올레 TV가 스카이라이프와 출시한 OTS(Olleh TV+Skylife) 서비스는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습니다. 케이블 산업은 IPTV와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하지만 오래 전부터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서비스와 콘텐츠의 차별화가 없다는 사실은 익히 우려됐던 대목이었고, 이로 인해 경쟁의 차별화는 높은 마케팅 비용을 어느 정도까지 지출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리게 됐습니다. 사업자별로 높은 마케팅 비용을 감수하면서 낮은 가격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다양한 결합상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원가 보존을 위해 통신 서비스보다 방송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는 과정에서 방송 서비스 가격이 할인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방송 서비스는 주된 상품이라기보다 통신 상품에 딸려 나오는 미끼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향후의 먹거리 아이템이 개척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통신 3사는 이동전화와 결합한 상품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무료’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단기간의 이익보다 시장을 키우는 전략입니다. 가입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어느정도 학습 효과가 나타난다고 생각될 때 유료로 전환해서 시장의 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인데, 이는 티빙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고정형(유선) 방송 시장에서 시장을 내어준 케이블 사업자가 다시 이동형(무선) 방송 시장에서도 가입자 유치에 고전할지 모를 상황입니다.
지역 맞춤 방송으로 돌아가자
진화된 디지털과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서 선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업체는 이미 저만큼 앞으로 나가 있는데, 여전히 아날로그 서비스에 발목이 잡힌 업체는 현재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물인터넷통신, 클라우드, 빅데이터, UHD 등 하루에도 몇 십 개씩 검색되는 CJ헬로비전 티빙스틱 홈페이지(www.tving.com/tvingstick). 이들의 신성장 서비스와 지역에서 아날로그 가입자를 걱정하는 업계의 한숨이 묘하게 오버랩되고 있는 것이 케이블 업계의 현실입니다.
출처_티빙스틱 홈페이지
그렇다면 향후 20년 케이블의 생존 전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일까요. 필자는 다시 방송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으로 결론을 맺고자 합니다. 케이블TV는 지역 맞춤형 미디어로 성장한 지역면허 사업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좁은 지역을 커버하는 네트워크의 특성으로 인해 케이블 사업자는 출범 초기부터 지역 독점권을 부여받아 지역 안에서 방송 서비스를 하도록 규제 기관으로부터 면허권을 부여받았고, 이것이 바로 지역채널입니다. 규제 기관은 케이블 사업자의 네트워크 특성으로 인해 전국 단위의 서비스가 불가한 대신 지역에서만큼은 확실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지역에서 독점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독점 사업권(franchise license)을 부여하고, 대신 지역사회에 봉사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지역채널은 지역사회 맞춤형 미디어로 성장했습니다. 자체적으로 지역 생활정보를 제공하고, 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 의원 등 지방선거 방송으로 지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역 생활정보의 제공은 광역시도 단위가 아니라 구나 읍・면 단위의 소식까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파의 지역방송보다 오히려 더 많은 지역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통신사와 차별점 찾아야
지상파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성, 통신 사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방송 인프라는 케이블 사업자에게는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방송시장의 특성상 지역 콘텐츠는 양방향 광고 등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과의 제휴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고정형 방송시장에서 VOD가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청신호입니다. 무료로 지역채널의 우수 프로그램을 VOD로 제공하고, 별도의 패키지를 구성해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지역채널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하는 프리미어 지역채널관이나 고향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심어주는 데일리 지역채널관 등은 케이블TV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출처_전자신문
물론 지역에 대한 관심의 저하와 취약한 광고 기반으로 지상파의 지역방송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채널에 대한 투자는 자칫 어리석어보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네트워크 인프라와 자본으로 무장한 통신사와 무한경쟁의 구도에서 이들과 동일한 서비스로 경쟁한다는 것은 비슷하진 않더라도 거의 유사한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작금의 경쟁 상황이 방증하고 있다. 통신사와의 차별화를 찾지 않는다면 예전의 명성을 찾기 어렵습니다. 네트워크와 플랫폼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20년 후에도 케이블TV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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