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7. 14: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길거리의 음유시인, "버스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걸음을 멈추신 적 있으신가요?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서울의 “홍대” 같은 곳에서는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을 “버스커”, 그가 길거리에서 선 보이는 공연을 “버스킹”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버스킹이라는 이름은 유럽에서 유래했습니다. 본래 유럽 문화는 그리스 로마 시절부터 "광장"과 광장을 이어주는 "골목길"을 무대로 삼았습니다. 그리스 시절에는 많은 철학자가 광장에서 철학을 논했고, 상인은 물건을 팔았습니다. 이 전통은 쭉 이어져 내려와 유럽에서는 광장 한 가운데에 있는 분수가 미관과 식수를 담당했습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도 광장과 분수대가 로맨틱한 무대로 등장하지요.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도 모이는 법입니다.
버스커(busker)는 광장과 골목에서 공연하는 음악가를 말합니다. 어원은 '찾다, 구하다'라는 뜻의 스페인어 "부스카르"(buscar)로, 거리에서 고용인을 찾으며 연주하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버스킹(busking)이라고 부르는데, 연주가 마음에 든 사람은 삯을 치루는 의미로 돈을 줍니다. 천안시에는 젊은이의 장소 "야우리"라는 곳이 있는데, 현재 야우리는 사라지고 현대 백화점이 그 자리에 있지만, 천안 사람들은 여전히 그 곳을 야우리 앞이라 부릅니다. 단국대학교 천안 캠퍼스에서 결성한 '버스커 버스커'는 야우리 앞에서 버스킹을 하며 실력을 키웠고 이름도 여기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버스커"의 음과 양
실력을 키운 버스커들은 이제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만 잡는게 아니라, 텔레비전 화면에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고 있습니다. '버스커 버스커' 말고도, 많은 버스커들이 실력과 명성을 뽐내고 있지요.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는 과거 대학시절 '청년실업'이라는 밴드의 멤버로 버스킹을 했었고, 그 외에도 검정치마, 옥상 달빛, 10cm, 장재인, 좋아서하는밴드 등등 쟁쟁한 밴드가 버스킹을 해 왔습니다.
정말 어쩌다 만들게 되었다는 '좋아서 하는 밴드'의 <좋아서 만든 영화>
그 중에서 '좋아서 하는 밴드'는 제 대학 선배 형들이 멤버이기도 합니다. (현이 형! 준호 형! 보고 계시나요!) 줄여서 '좋아밴'이라 부르는 이 밴드는 2009년 전국을 다니며 길거리에서 어쿠스틱 음악을 들려주는 버스킹과 공연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좋아서 만든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버스킹이 무엇이고 얼마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지, 그 매력을 잘 알 수 있지요.
하지만 부작용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소음공해가 심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음량이 작은 통기타, 우쿨렐레, 아코디언, 젬베 같은 악기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일렉 앰프를 사용하는 버스커들이 늘면서 소리가 과도하게 커졌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전자 장비가 간소화 되고 보급되면서, 버스킹을 하려는 사람이 느는 바람에 다른 문제도 생겼습니다. 자리를 차지하려고 버스커끼리 싸움을 벌이거나, 앰프로 소리를 키워 연주 실력이 아닌 자극으로 눈길을 잡으려는 버스커도 늘어버렸습니다. 공연 내용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그 대신 작은 후원을 받는다는 원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일단 눈길 부터 잡겠다는 자기 과시가 우선해버린 탓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홍대에서는 버스킹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요.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음악만 버스킹이 아니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와 "홍대 놀이터" 말고도 새로운 서울의 버스킹 장소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주말 신촌의 "걷고 싶은 거리" 입니다. 예전에는 "신촌 명물거리"로 불리던 이 거리는 얼마전 보수 공사를 거쳐 "걷고 싶은 거리"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평소에는 버스만 통행이 허락된 거리가 주말이 되면 아예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가 됩니다. 이곳에 오면 다양한 버스킹을 볼 수 있습니다.
신촌 걷고싶은 거리_주말의 신촌은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키고 있다. / 출처_서울신문
보통 버스킹이라고 하면 춤이나 음악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말 신촌의 "걷고 싶은 거리"는 조금 다릅니다. 마술이나 마임, 춤, 차력 묘기, 비누방울 묘기 등 다양한 공연이 많습니다. 홍대가 비교적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라면 신촌은 쇼핑이나 외식을 즐기기 위해 폭 넓은 연령층이, 개인이나 커플 뿐 만이 아니라 가족 단위로 다니는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한류와 K-POP 열풍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상당히 많습니다. 저는 신촌 근방에 살고 있는데, 밤 늦게 산책하다 커다란 슈트 케이스를 끌며 곤란해 하는 일본인 아주머니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동방신기'를 보러 왔는데, 너무 늦게 한국에 도착해 잘 곳을 찾고 있어 길을 찾아드린 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아주머니는 태국에서 왔는데, 드라마에 나온 신촌을 구경 나왔다고 하시더군요. 이처럼 많은 관광객이 관광이나 교통을 이유로 신촌을 찾고 있습니다. 버스커의 공연은 이들의 눈길도 사로잡고 있습니다. 아예 외국인 버스커도 있어서, 얼마 전에는 멕시코에서 온 대학생이 벤치에 앉아 통기타로 애절한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나 흥겨운 즉흥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더군요. 눈이 마주친 저도 같이 춤을 추었습니다. ^^.
혹시라도 길을 가다 버스킹을 만난다면, 그리고 공연이 마음에 든다면, 후원과 응원을 위해 "용돈"을 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 처럼 춤을 추시는 것도 좋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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