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데이터 개방과 데이터 저널리즘

2015.09.30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산업시대엔 스모그…디지털 시대엔 ‘데이터 스모그’


우리가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이 시작된 영국의 런던거리를 한 60여 년 전쯤에 거닐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화물을 실어 나르는 기차의 연통과 산업 단지의 공장 굴뚝에서 희뿌옇고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석탄 연기에 포함된 오염 물질들은 안개와 만나 그 유명한 ‘런던 포그’를 만들죠. 이 스모그는 완두콩 스프처럼 걸쭉하고 텁텁해서 호흡을 방해하며 시야를 가립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에도 산업시대와 비슷한 스모그가 있습니다. 미디어 비평가 데이비드 솅크가 말한 ‘데이터 스모그’이죠. 이 말은 인터넷으로 거침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과잉 상태를 빗댄 표현입니다. 산업사회에선 탁한 공기 때문에 숨이 막혔다면 디지털 시대엔 넘쳐나는 데이터로 골치가 아픕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또 정보의 옥석을 가리기 위한 데이터 처리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게 사실이니까요.


출처_대한민국, OECD가 발표한 공공데이터 개방지수에서 1위 달성 (행정차치부 보도자료, 7쪽)


믿을 만한 정보 생산과 공개, 정보에 대한 정리와 분석 필요


이런 ‘데이터 스모그’ 시대를 제대로 살아가려면 데이터에 관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 쓸모없는 정보가 아니라 신뢰할 만한 정보가 생산되고 공개돼야 합니다. 둘째, 수많은 정보에 대한 정리와 분석이 필요합니다. 첫째 요건은 특히 정부의 역할이 큽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면서 가장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가 모이고 만들어지는 공적인 조직이 정부이기 때문이죠. 두 번째 요건은 언론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미디어 조직이 SNS와 스마트폰, 포털사이트에 익숙한 ‘참여군중’과 속도를 놓고 보도 경쟁을 벌이는 건 이미 끝났다고 얘기합니다. 한 발 물러서서 숨을 고르고 사건의 흐름 속에서 놓친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정확하게 바로잡아 주는 역할은 공신력 있는 언론의 몫입니다. 


‘정부 3.0’ 선언 2년, OECD 공공데이터 개방지수 1위


2013년 6월 19일 우리 정부는 재정, 선거, 교통, 기상 정보 등의 데이터를 일반인이나 기업이 보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외부에 공개해 공유·개방·참여·협업의 가치를 실천하는 ‘정부 3.0’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정부 3.0을 천명한지 2년 뒤인 올 7월에는 OCED 30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공공데이터 개방지수에서 98점(100점 기준)을 받아 OECD 전체 평균(58점)을 월등히 앞선 성적으로 1위를 했습니다. 우리 뒤를 따르는 국가로는 미국(9위), 영국(3위), 프랑스(4위) 캐나다(5위), 호주(4위), 일본(14위) 등이 있습니다. OECD가 중시하는 분야(선거, 재정, 인구센서스)의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한 점, ‘공공데이터 포털’을 통해 정보 접근성을 높인 점, 데이터 개방 여부를 정부 및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한 점에선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정부에 데이터분석 전담팀이 없는 게 ‘옥에 티’였다고 합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데이터 스모그 속의 ‘안개등’


정부뿐만이 아니라 사회 각 부문이 정보를 공개하면 정보 활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도 정보 공개의 장점입니다만, 언론으로서도 보도를 위해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니 정보 공개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요즘 언론 보도에 종종 등장하는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의 출발은 자료 공개에서부터 시작되니까요. 데이터 저널리즘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거나 비공개되었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시각적으로 정리·종합한 보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사회의 어수선한 데이터 스모그 때문에 가려져 있던 사실을 비춰줄 ‘안개등’ 같은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데이터 저널리즘 국내외 사례


국내에서 몇 가지 데이터 저널리즘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부산일보>가 지리정보시스템을 사용해 부산 주민들의 석면 피해를 파헤친 ‘석면 쇼크, 부산이 아프다’, 트위터 계정에 대한 관계망 분석을 통해 국정원의 댓글 개입 정황을 확인한 <뉴스타파>의 보도, KBS의 ‘메르스 전파 경로’ 뉴스 등은 관련 자료를 발굴하고 모아서 이해하기 쉬운 시각적 형식으로 가공해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데 기여한 데이터 저널리즘 보도로 꼽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볼까요?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탐사 저널리즘을 수행해 2년 연속(2010년, 2011년) 퓰리처상을 받은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외에도 지역의 살인범죄 데이터로 살인사건 지도를 만든 온라인 매체 ‘호미사이드와치DC’(Homicide Watch DC), 67만 여명의 정부 종사자의 소속, 이름, 연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텍사스 트리뷴(Texas Tribune)’, 257만 건의 트위터 분석과 270여 명의 폭동 참가자 인터뷰를 통해 경찰 총격에 의한 흑인 청년 사망으로 촉발된 ‘런던 폭동’의 진상을 알린 2011년 <가디언>의 기사, 자료의 시각성이 돋보이는 인포그래픽스를 활용해 미국의 빈부 격차를 고발한 2012년 로이터 통신의 보도 등이 데이터 저널리즘의 사례에 해당합니다.


출처_이경주 (2013.3). <신문과 방송>, 92쪽.


공개된 정보의 낮은 질, 그리고 편집국 협업 시스템 부재가 문제


그런데 데이터 저널리즘 실천에 장애가 되는게 있습니다. 정보의 양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정보의 질입니다. <뉴스타파> 데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장 겸 리서치 책임자인 권혜진 씨는 정부의 영양가 없는 정보 공개를 지적합니다. 선거나 재정과 관련해 예민한 정보는 중요 사실이 누락되거나 삭제된 채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보도에 애를 먹는다고 말합니다. 권력 감시가 본업인 언론에게 비판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는 일에 정부가 소극적이란 얘깁니다. 2013년 <세계일보>의 탐사보도(‘줄줄 세는 혈세, 구멍 뚫린 감시망’)에 참여했던 기자가 말하듯, 정부 소관부처가 정보공개 요구에 불응하면 언론사로선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또한 언론사 내부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하려면 부서와 직종을 가로지르는 협업이 필수적인데 그런 문화가 편집국에 형성되지 않은 것도 생산과정의 걸림돌이 됩니다.


데이터 맹신 경계, 유연한 조직문화 선행돼야


2014년에 콜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에서 발간한 <데이터 저널리즘의 기술과 과학(The art and science of data driven journalism)>의 말미에 데이터 저널리즘과 관련해 14가지 제언을 합니다. 그 중에서 두 가지 제언이 눈에 들어오네요. 편집국의 다양성이 커질수록 더 좋은 데이터 저널리즘을 만들 수 있으며(⑬ More diverse newsrooms will produce better data journalism), 데이터 그 자체에만 집착하는 경향과 잘못된 데이터를 경계하고 항상 의심해야 한다(⑭ Be mindful of data-ism and bad data. Embrace skepticism)는 조언입니다. 정보를 공개하는 주체는 이해관계가 맞물린 해당 기관입니다. 데이터의 객관성에 대해서는 늘 따져봐야 합니다. 또한 데이터 저널리즘 뉴스를 생산하려면 좋은 자료 못지않게 조직의 유연성과 팀워크도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게 정보를 공개하는 정부와 정보를 가공하는 언론사 모두에게 던져진 어려운 숙제인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김익현 (2014.5). 눈에 보이는 것 너머 빅데이터를 분석하라: 데이터 저널리즘의 흐름과 국내 적용. <신문과 방송>, 87-91.

나기천 (2013.12) 정보공개는 거부하더니 취재자료는 내놓으라고?: 세계일보 ‘줄줄 새는 혈세, 구멍 뚫린 감시망’. <신문과 방송>, 53-56.

뉴미디어를 이끄는 사람들 ④ 권혜진: <뉴스타파> 데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장 겸 리서치 디렉터.

 http://www.yonhapnews.co.kr/medialabs/special/interview/interview_kwon.html 

데이비드 솅크 지음/  정태석·유홍림 옮김 (2000). <데이터 스모그>. 서울: 민음사.

“데이터 저널리즘과 발로 뛴 리포팅의 환상적 결합”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최승호 앵커·PD 

http://reportplus.kr/?p=7748 

부산일보 인터랙티브 뉴스 '석면쇼크' 제3회 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 수상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41120000193 

왜 ‘데이터 저널리즘’인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028270 

이경주 (2013.3). [미국] 모으고 나누고 그리는 데이터 저널리즘 파란불. <신문과 방송>, 89-94.

임종섭 (2015.8). 정보 가뭄 속 단비 역할을...시민 참여로 활성화되기: 메르스 사태로 본 데이터 뉴스 사례와 제언. <신문과 방송>, 34-38.

하워드 라인골드 지음/ 이운경 옮김(2003). <참여군중: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무장한 새로운 군증>. 서울: 황금가지.

한국, 공공데이터 개방 OECD ‘1위’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070702101060727001 

한은영 (2015). 글로벌 국가들의 공공 데이터 개발(open data) 현황 및 시사점: 오픈데이터지수를 중심으로. <정보통신방송정책>, 29(4), 25-46.

Alexander B. Howard(2014). The art and science of data driven journalism. Tow center for digital journalism (Columbia Journalism School)  

Tony Harcup (2014). Oxford dictionary of journalism.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en.wikipedia.org/wiki/Great_Smog 

https://en.wikipedia.org/wiki/London 

https://en.wikipedia.org/wiki/Pea_soup_f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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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 옮긴 책 : 『홉스봄, 역사와 정치』(그린비,2012), 『오늘의 세계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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