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미디어 그룹의 글로벌 전략 추세와 전망

2015.10.02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7월호>에 실린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채영길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미디어 산업의 지구화 과정은 기존 산업이 형성하고 있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지구적 차원에서 재구조화하기 위해 네트워크 전략을 조정하고, 시장가치를 지닌 다양한 지역의 수용자들을 그들의 소비자로 포섭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 과정 및 형식 그리고 내용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차원의 미디어 산업 네트워크와 소비 방식 및 콘텐츠 내용과 형식의 변화는 지역과 지구적 차원에서 이전과 다른 문화 지형을 형성할 것이라는 점에서 산업적 그리고 문화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논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 위기에도 미디어 소비는 증가


맥킨지는 2014년 미디어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 소비지출의 증가는 특히 디지털 광고와 브로드밴드 및 비디오게임 등 뉴미디어 산업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산업에 의해 견인되는 이러한 소비지출의 증가와 더불어 기존의 TV광고 등 전통 매체 역시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마이너스 또는 정체되고 있던 신문과 잡지 및 도서 출판 산업의 소비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전통적 미디어 산업의 지속적 성장과 출판 시장에서 소비지출의 증가 경향은 지역별 미디어 시장과 소비의 성숙도에 의한 차이에 기인합니다. 특히 신흥 시장과 개도국에서 정보와 뉴스의 소비 증가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해당 분야의 소비 증가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비록 소비 총액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여전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나 기존의 미디어산업 저개발국에서의 관련 산업 및 서비스 상품 소비의 빠른 성장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의미가 있습니다.


글로벌 미디어 산업별 소비지출 연평균 성장률(2008~2018) / 출처_McKinsey & Company, 2015 재구성


 

지역 거점 위주 글로벌 다변화 전략

 

호이어와 왓슨(Hoyer and Watson, 2013)TNMC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분석해 이들 다국적 미디어 기업의 네트워크가 밀집되어 있는 상위 25개 글로벌 미디어 도시 리스트를 도출했습니다[]. 상위 10개 도시의 분포 지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미 3, 아시아·태평양 3, 유럽 3, 중남미 1개로 글로벌 미디어 산업 소비 지역 분포와 비슷한 분포를 보입니다. 이러한 지역별 미디어 거점 도시의 분포 차이는 다국적 미디어 기업이 전략적으로 글로벌 미디어 시장을 지역적으로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멕시코시티, 두바이 등 신흥경제국의 허브 도시 역시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비즈니스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지리적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전략을 바탕으로 하는 네트워크 전략을 살펴봅시다.

 

[]에 나타난 글로벌 미디어 도시들의 순위는 미디어 기업들의 상호 네트워크 연결 정도라고 할수 있는데 이는 오늘날 각 지역이 지구적 차원에서 어떻게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서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학자 마뉴엘 카스텔(Castells, 2011)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구현되는 네 가지 권력 유형을 제시하며, 그중 네트워크 구성력(Network-making power)이 가장 결정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네트워크 구성력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있어 사회 경제 문화적 권력자로서 프로그래머(예를 들면 미디어 기업 소유주나 글로벌 미디어 상품 제작자)의 이해와 가치를 그 네트워크에 투영합니다. 네트워크 구성력을 기획하는 프로그래머들은 그들의 이해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자유로이 유영하며 네트워크 내 유력자들과 전략적 제휴를 하거나 또는 이들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미디어 산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 또는 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미디어 도시 순위와 네트워크 지수 / 출처_Hoyer and Watson, 2013, p. 91

 

변화 이끄는 새 미디어 생태계

 

미디어 경제학자 알바란(Albarran, 2009)이 미디어 기업의 해외 미디어 기업 인수와 법인 설립을 통한 사업 확대를 미디어 지구화 경향의 특성으로 묘사할 때 이는 다양한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전략적 비즈니스 네트워킹 활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미디어지구화 과정은 이들 네트워크 내 노드들을 누가 어떻게 재구성하는지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전략은 다른 미디어 기업 또는 비즈니스 주체와의 전략적 관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네트워크 구성의 핵심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90년대의 이러한 비즈니스 전략은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과 거리가 멀었을 뿐 아니라 당시 새로운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 체계가 채 형성되거나 전통적 미디어 산업의 플랫폼을 대체할 미디어 생태계가 성숙되기 전이었다는 점에서 내용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전략적 제휴와 파트너십


기업 간 유연한 제휴관계의 확대는 미디어 생태계에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인해 새롭게 바뀐 기존 전통 미디어 기업의 플랫폼 전략과도 연관됩니다. 예전 미디어 비즈니스의 시장가치가 상품 유통망의 희소성에 의해 결정됐다면, 신규 플랫폼의 확장은 소비자 집중(attention)의 희소성 여부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누가 어떠한 플랫폼으로 보다 다양하고 많은 수용자에게 접근이 가능한지가 네트워킹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그런데 미디어 산업의 네트워크 변화와 더불어 지역 시장의 확대를 위한 로컬과 글로벌 미디어 산업 간 제휴 역시 이전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미디어 기업의 해외 진출은 지역 시장에 지사 형태의 현지 법인 설립 또는 지역 미디어 기업에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지 기업과의 제휴나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현지화 수준을 넘어서 현지 미디어 기업화하여 현지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제작하고 유통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역 대항마 등장 필요

 

향후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어떠한 형태를 보일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특히 미디어 산업은 새로운 가치사슬 체계, 신흥 시장과 지역 미디어 기업의 부상, 새로운 플랫폼 및 스타트업의 등장 등으로 엄청난 변화의 과정에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동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한 재정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기업과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거대한 자본기업들 그리고 이러한 자본들의 국제 간 이동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려는 서구 국가의 네트워크는 매우 공고합니다. 최근의 네트워크 소유와 통제권의 역동성이 지구적 차원의 문화 산업에서 생산과 유통에 어떠한 근본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는 지배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프로그래머에 도전하는 스위처(Switcher, Castells, 2011)의 등장이 미디어 기술과 산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쉽게 나타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낳게 합니다. 신흥시장에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유연한 전략적 제휴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현지 제작 및 유통 그리고 이들이 시도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현지화 전략들은 기존 글로벌 미디어 산업 지형의 변화보다 오히려 진화한 방식의 문화적 비대칭 현상을 확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낳습니다. 이러한 우려가 좀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논의되기 위해서는 지역 스위처들의 (지구적 차원의 프로그래머에 대응하는 프로그래머로서) 네트워크 구성 전략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