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 연쇄 살인마 ‘루리웹’의 교훈

2015.10.02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카카오는 지난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명을 ‘다음카카오’에서 ‘다음’이라는 단어를 빼고 ‘카카오’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했습니다. 1995년 출범한 대표적인 1세대 포탈인 다음이 공식적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사이트는 아직 살아 있지만, 카카오로 인수된 후 최근 1년 사이에 ‘마일리지’, ‘문자’, ’쪽지’, ‘키즈짱’, 캘런더’, ’클라우드’ 등 16개 서비스가 종료 되었습니다. 최근 1년간 공지 사항을 보면 온통 서비스 종료 안내 공지가 도배되어 있어 사이트를 접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루리웹의 흥망성쇠


국내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말 중에 ‘루리웹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루리웹’을 품었던 포탈 사이트들이 모두 망하거나 크게 쇠락해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루리웹(ruliweb.daum.net)은 메인 페이지에 글이 노출 되었을 경우 수 만 명의 사람들이 글을 읽는 국내 최대 게임 커뮤니티입니다. 현재는 게임을 넘어 일본 애니메이션, 피큐어 등 다양한 취미 관련 커뮤니티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대형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서버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주로 대형 포탈 사이트에서 서버를 빌려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2000년 1월 개인 홈페이지로 시작한 이후 사이트가 커지자 2002년 11월 ‘인티즌’의 서버를 빌려쓰며 ruliweb,intizen.com으로 변합니다. 인티즌은 당시 우후죽순 생기는 포탈 사이트를 인티즌 한 사이트에서 즐길 수 있다는 ‘허브 포털’이라는 컨셉으로 많은 투자를 받으며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 크게 쇠락합니다. 이후, 2004년 9월에 ‘한글과 컴퓨터’ 창업자로 유명한 이찬진씨가 설립한 ‘드림위즈’와 함께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드림위즈 역시도 한때는 네이버, 다음, 엠파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나 이들에 밀려 크게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루리웹은 ‘엠파스’로 갈아타 ruliweb.empas.com이 되었으나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네이트에 인수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트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루리웹 역시도 네이트와 한동안 서버를 같이 사용했으나 2010년 3월 독립 후 다시 ‘다음’으로 들어가 ruliweb.daum.net이 됩니다. 루리웹이 다음 주소와 아이디를 사용하게 될 때만 해도 더 이상 루리웹의 저주는 더 이상 없을 줄 알았습니다. 커뮤니티에서 루리웹을 품은 다음이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대부분 농담으로 받아 들였죠. 설마, 한국을 대표하는 사이트인 다음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때만 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가 ‘다음’을 사실상 인수하고 다음의 서비스를 종료해 나가자, ‘루리웹의 저주’는 과학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크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포탈들이 모두 루리웹과 함께 하면서 사라진 것이죠.


현재 루리웹 홈페이지


세계적인 사이트가 되기 위한 고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포탈 사이트 입장에서 루리웹은 충성도가 매우 높으며 이용자가 매우 많은 흔하지 않은 커뮤니티로 자사 사이트에 붙였을 경우 사이트 전체 이용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게 되며 손쉽게 포탈 내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 보게 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제휴에 나서게 됩니다. 포탈 내 순위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되어 광고 단가 상승 등 직접적인 이득도 기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루리웹을 품은 모든 포탈이 망한 이유는 남들보다 빠른 실행력으로 주요 포탈로 성장했지만 추가적으로 사용자를 붙잡아 놓을 만한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비스 매력이 부족해 자신들의 사용자로 만드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간 수 십억 원이 드는 서버 비용만 물어 주고 큰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세가 기울어 하나 둘 사라져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시작해 사용자를 많이 확보 했지만 추가적으로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데 실패했습니다. 합병 등의 전략을 사용했으나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경우는 비단 국내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터넷 사업은 가장 먼저 시작한 사람이 가장 성공 한다는 것이 인터넷 업계의 오래된 믿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먼저 시작해 세계적인 사이트로 짧은 시간 내 등극 할 수는 있지만,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하기 힘듭니다. 대부분 결실을 맺기 전 사라져 버리죠. 1세대 해외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 빠른 실행력으로 글로벌TOP 10에 들었던 기업들 대부분이 추가적으로 방문자를 잡아 둘만한 서비스를 만들지 못해 사라졌습니다. 인수되어 명맥만 유지 되거나, 인수 위기에 빠져 있거나, 인수 된 후 사라져 버리거나 셋 중 하나입니다. 인터넷 산업이 크게 성장했던 90년대 후반 자료를 살펴 봅시다.



세계적 사이트가 된 사례


위 도표에서 루리웹처럼 해외에서 결합을 통해 순식간에 세계적 사이트가 된 대표적인 사례는 씨넷과 데이비스의 결합입니다. 씨넷은 남들보다 일찍 인터넷 사업을 시작함으로써 다운로드닷컴 (Download.com) 등 IT 관련 주요 도메인을 모두 선점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90년대 후반 최고의 IT 전문 사이트로 성장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온라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IT 관련 신문과 잡지를 발행 했던 80년 정통의 최대 IT 미디어 그룹인 짚데비스 (Ziff-Davis)를 2000년 인수 함으로써 업계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 살펴보자면 씨넷과 Ziff-Davis의 결합은 광고 수입 기준으로 전세계 7위와 8위의 결합이었고 단숨에 인터넷 비즈니스 3위 그룹으로 승격 되는 사건이었기에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었습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IT 정보를 대부분 공급하면서 그들의 영향력은 미국 실리콘밸리가 존재하는 한 영원 할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국내 포털들이 루리웹 인수 후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개발 하지 못해 사라진 것처럼 씨넷 역시 짚데비스 인수 후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세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들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블로거들의 등장에 콘텐츠의 희소성은 갈수록 떨어지는 상태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씨넷의 영향력을 갈수록 축소 되었고 이는 주 수입원이던 광고 매출 축소와 주가 하락이라는 악재를 가져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씨넷은 점점 글로벌 사이트로부터 멀어진 후 결국 CBS에 인수 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1위 사이트였던 야후는 더 이상 비즈니스 리더쉽을 인정 받지 못하고 있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는 업체도 아닙니다. 그들이 언론에 등장하는 경우는 경영권 공격을 받거나 실적이 예상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처럼 밝은 미래보다는 어려운 현실로 인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2위 사이트였던 Excite는 @Home Network에 팔린 이후로 부도가 났으며 현재 애스크 (Ask.com)를 보유하고 있는 IAC에 인수 후 명맥만 유지되고 있으며, 3위 업체인 인포시크(infoseek)는 디즈니 인수 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며, 4위 사이트인 라이코스(lycos)는 스페인 업체인 Terra Networks에 팔린 후 다시 국내 업체인 ‘다음’에 인수 되었다가 인도 업체에 팔렸습니다. 넷스케이프 (Netscape) 역시 AOL 등으로 인수 되어 명백만 유지 되고 있습니다. 90 년대의 구글로 '인터넷 검색 = 알타비스타 (Altavista) 사용'이란 공식을 만들었던 알타비스타도 구글의 위세에 밀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다가 오버츄어 (Overture)에 인수 되었습니다. 


인터넷 시대는 번쩍이는 아이디어와 발 빠른 실행력으로 1위를 할 수 있고 큰 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일정 부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1위에 오른 후 일정 시간 수익을 만들며 비즈니스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말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고 파산하기 쉽습니다. 1위가 되는 것은 운이 따른 실행력 일 수 있지만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실력이 따르는 실행력입니다. 기업이나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인터넷 역시도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