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13. 14: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헤럴드경제
난민이란 본래 전쟁이나 재난을 당하여 곤궁한 처지에 있는 백성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요즘은 인종적, 사상적, 정치적 혹은 전쟁이나 재난을 피해 타국으로 떠나는 집단망명자들을 일컫습니다. 20세기 이후 러시아혁명, 제 1, 2차 세계대전 등을 거치며 크게 증가한 난민의 수는 2014년 UN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6천 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2011년 이후 시리아 내전이 지속되면서 최근 유럽은 난민사태라고 불리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난민들을 수용하는 것이 당연한 듯 보이나, 그 수가 워낙 많다보니 유럽 각국에서도 이를 두고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유럽은 그 옛날 당시 난민이었던 게르만족의 대 이동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로 인해 로마라는 대 제국이 멸망하기도 하였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극동 아시아의 대한민국에게 난민이란 단순히 먼 나라 이야기인가요?
우리가 가진 난민의 경험
우리 역시 참혹한 전쟁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그것이죠. 이 시기 정말 많은 난민들이 발생했는데요, 지금 현재 UN사무국의 반기문 사무총장 역시 이들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2014년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제네바에서 열린 제 65회 유엔난민기구 집행위원회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은 난민으로 있었던 경험과 함께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출처_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공식블로그
이처럼 유엔을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들과 NGO 등 글로벌 거버넌스는 난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인 대한민국에도 2013년 난민법의 시행 이후 현재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난민들의 난민신청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겨례21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국에서 난민 인정은 신의 일”
‘날벼락 같은 행운’으로 국내 세 번째로 난민 인정받은 시리아인 무스타파 독점 인터뷰… ‘난민의 길’만큼이나 험난한 ‘난민 인정의 길’ 그리고 의료보험 적용 못 받고 생계 위협받으며 빈민으로 전락하는 ‘인도적 체류자들’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듯, 난민으로 인정받기도 어려울뿐더러 그나마 난민은 아니라도 인도적체류자로 인정받고 난 후에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기사에 언급된 비자문제, 의료보험, 생계 문제와 같은 제도적인 미비함에 덧붙여 필자는 여기에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오리엔탈리즘으로 바라보는 시각
서양인의 시각에 비친 동양은 매우 낯설기 때문에 특이하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서양과 동양이 수평적인 관계라면, 역으로 동양인에게 서양의 문화가 낯설고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문화는 바로 동양 즉, 우리 자신의 관습이며 서양의 문화는 오히려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무력에 의해 서양문화가 동양에 급격히 유입되는 과정에서 각각의 문화가 가지는 가치와 차이에 대한 이해 없이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그대로 내면화했기 때문입니다. 서양은 우월한 것이고 동양은 열등한 것이라는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는 서구적 신체를 미의 기준으로 삼거나 명품하면 서양의 제품을 먼저 떠올리는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바로 이러한 시각을 그대로 난민에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특이하고 비정상적이며 열등하다 생각합니다. 이러한 선입견은 우리사회에서 난민들이 생활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등 이들의 기본권 문제를 비롯한 인권 그 자체와 결부된 심각한 문제입니다.
“해외에서 난민의 인권이 무시되는 영상을 보면 우리는 분노한다. 그러나 실제 한국에 있는 난민들의 인권에는 냉담하다. 난민에 대한 실상은 알리고 있지만 아는 사람도, 또 알려고 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출처_픽사베이
인간 사회 내에 존재하는 모든 보편적 가치 중에 가장 우선되는 것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인권’을 꼽을 것입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많은 국제기구가 출범하였고 현재 글로벌 거버넌스로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난민수용에 있어 ‘글로벌 쿼터제’를 시행하자는 논의도 오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역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에 참여하고 있는 마당에 대한민국의 구성원인 우리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간극에서 오는 부작용은 우리사회 내에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난민문제에 있어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은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에 있어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현실상황과 괴리된 해결방안을 내놓아 오히려 사회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식의 변화는 제도의 변화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내 시리아인 30여명, 인권위 앞서 도움 호소… 시리아인 3명만 난민 인정, 577명 인도적 체류자 신분
시작은 작은 관심부터입니다. 우리사회 내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합니다. 만약 이들을 잘 포용하고 우리사회에 통합시킬 수 있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 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독다독, 다시보기 > 이슈연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MCN으로 살펴 본 개인이 주인이 되는 세상 (2) | 2015.10.15 |
---|---|
조선의 궁중 요리사는 모두 남자였다! (5) | 2015.10.14 |
포탈 연쇄 살인마 ‘루리웹’의 교훈 (0) | 2015.10.02 |
이 시대의 부자 관계를 묻다 (0) | 2015.09.25 |
네이버가 우리나라 제조업을 바꿀 수 있을까 (0) | 2015.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