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무엇인지 공부하라.” 의학전문기자 조동찬의 독[讀]한 습관

2015. 11. 2.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회사 말단이라 회사 일을 처리하느라 늦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조동찬 기자의 강연은 이 말과 함께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현재 방송사의 말단 기자입니다. 무엇이 전도유망한 신경외과전문의 조동찬을 방송사 말단 기자 조동찬으로 만든 것일까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조동찬 기자는 ‘행복을 쫓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대에 다닐 당시 조동찬 기자의 머릿속에는 의사가 되어 살아가는 자신의 미래에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2000년에 의사가 되어 8년간 병원에서 근무하면서도 의사가 아닌 자신에 대해 생각조차 못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그를 뒤바꿔 버린 것은 바로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터닝포인트가 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그는 강북에서 태어나 의대에 입학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강남 아이들이나 지방의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그들과 노는 것이 당시 의대생이었던 조동찬 기자에게는 버거운 일이었고 평일이나 방학 때도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 자연스레 대학생들의 로망이었던 배낭여행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았을뿐더러 흥미도 없었다고 하네요. 


그런 그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카이사르의 흔적을 찾아 로마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그렇게 처음으로 떠난 여행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들어간 미술관에서 조동찬 기자는 한 소녀가 책을 읽고 있는 그림에 묘하게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일단 그 소녀가 읽는 책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화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그 소녀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고 해요. 그 후 그가 여행을 떠날 때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이 미술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 나 스스로가 그림을 좋아하는 것을 이제껏 모르고 살았을까?’ 


그리고 여기에 스스로 내린 답은, 우선 생각이 없었고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동찬 기자는 이에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그 주체는 나인데, 행복이 무엇인지 공부하면서 살아야겠다. 그러면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참에 의학전문기자 공고를 보았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다음 생애에는 의사로 온전히 살아보고 싶고 또 그 다음 생애에는 가수로 살아보고 싶다고 덧붙여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확인하며 읽어야 한다.”


책으로 말미암아 스스로의 길을 바꾼 조동찬 기자는 어떠한 읽기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는 무언가를 읽을 때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즐기는 듯 했습니다. 조동찬 기자는 책이나 혹은 신문 기사를 읽을 때 주석이 달려 있다면 그것을 실제로 찾아서 확인해보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주석의 원문을 찾아보면 실제 주석이 인용된 것과는 다른 맥락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경우에 따라 정보의 왜곡을 불러오기도 하기에 사실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동찬 기자는 먹방과 비만의 상관관계에 관한 보도를 그 예로 들었습니다. 


옥스포드대학 연구진은 미국 과학저널 ‘두뇌와 인지(Journal of Brain and Cognition)’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Cook+방송ㆍ요리 방송)’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음식의 모습이 두뇌를 자극해 영국인의 비만을 증폭시키는 연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英 연구 "먹방·쿡방이 현대인 비만 부추긴다" (조선닷컴 2015.10.19)


그런데 조동찬 기자가 기사에 언급된 논문을 실제로 찾아보니 후각만큼 시각도 뇌를 자극한다며 이것이 영국사회의 비만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기사에서는 훨씬 결정적인 뉘앙스로 비만의 증폭 원인으로서 먹방을 꼽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뉘앙스의 차이나 맥락의 차이는 글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혹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동찬 기자는 다음의 책들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소견과 함께 간단히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이 책에서는 퍼즐과 미스테리를 구분하여 알려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퍼즐을 맞추려는 것인지 미스테리를 풀려는 것인지를 찾아내라고 했습니다. 


포리스터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이 책은 조동찬 기자가 기자로서의 커리어를 처음 시작할 때 동료 기자가 준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조동찬 기자는 암환자들을 위한 책으로 추천하기도 했는데요, 전체적으로 아주 따뜻한 책이라고 합니다. 조동찬 기자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무엇을 읽든 그것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문제도 아닙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를 통해 얼마나 즐거울 수 있고, 무엇을 느낄 수 있고 또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느끼고 또 무엇을 얻든 그것을 스스로의 행복을 찾는 데에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조동찬 기자의 “행복을 공부하라.”는 말은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죠, 한 권의 책이 여러분의 인생을 180도 뒤바꿔 버릴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