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키덜트 시티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5. 11. 4. 14:01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한 패스트푸트 프렌차이즈에서 어린이 메뉴를 주문하면 인기영화의 캐릭터 피규어를 주는 행사를 진행하자 20대부터 40대까지의 고객이 대거 몰려들어 조기 품절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명 ‘해피밀 대란’으로 불리우는 이 사건은 한국에서 다소 부정적이거나 소수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로 여겨지던 키덜트족들이 이제는 유력한 소비층으로 급부상했음을 증명한 사건이기도 하지요.


키덜트 문화, 동심의 세계에 열광하는 사람들


과거엔 특이하고 별난 사람들이 즐기는 비주류 문화에서 이젠 대중문화의 한 코드로 자리잡게 된 ‘키덜트 문화’ 란 무엇일까요? 키덜트의 사전적 정의는 아이를 뜻하는 Kid 와 어른을 뜻하는 Adult를 합친 합성어로 사회적 육체적 연령은 어른이지만 어린이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 일명 ‘어른아이’ 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철들기를 거부하는 어른, 피터팬 증후군 같이 과거에 집착하고 성인의 사고를 거부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로 다소 부정적 인식이 담겨있다는 의견으로 요즘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어렸을 적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성인’을 일컫는다고 말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일명 키덜트 족이라 불려지는 이들이 수집하는 것은 다양합니다. 많은 이에게도 익숙한 프라모델(플라스틱 모형의 준말)부터 유명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을 축소한 피규어들, 비싼 것은 가격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RC(무선조종) 헬리콥터나 자동차, 드론 카메라 등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컬러테라피(색채의 전달을 통해 심리 진단 및 치료를 하는 방법)를 통한 치료 목적으로 도입된 컬러링 북이나 캔버스에 유화 물감으로 명화를 그대로 재현하는 피포페인팅 등도 일명 ‘어른들을 위한 색칠놀이’로 많은 이들에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필자가 직접 한 앱 버전으로 출시된 컬러링 북 캡쳐본-시간도 덜 들고 어릴 적 하던 색칠놀이가 생각나서 친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키덜트 문화는 대중매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요즘엔 유명 연예인들도 자신들의 키덜트적 성향을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가수 이승환, 연기자 심형탁, 칼럼니스트 허지웅 등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돌풍에 힘입어 최근 뷰티 업계에서는 여심을 자극하는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디즈니와 더불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이 콜라보된 화장품들은 많은 키덜트 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합니다. 이와 더불어 스머프 도넛, 도라에몽 쉐이크, 아이언맨 휴대폰까지 다양한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대부분의 상품들은 나오는 즉시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고 합니다.


출처_스포츠경향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하는 키덜트 문화


사실 전문가들은 누구나 내재적으로 어느 정도의 키덜트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향이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지만 이를 곧바로 소비에 연결시키는 20-40대 층을 잡기위해 유통 업계에서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습니다. 2012년 문을 연 서울 용산 아이파크백화점의 키덜트 전문매장 ‘토이앤하비’ 테마관이 대표적인데요, 최근 불경기 속에서도 이 테마관 만은 매년 2배 가까운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백화점 총 매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키덜트족들을 위한 ‘키덜트 엑스포’ ‘키덜트 페스티벌’ 같은 대형 행사도 연이어 열리고 있으며 <키덜트잇> 이라는 전문잡지도 출간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키덜트 문화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이 갑니다.


출처_세계일보


추억을 소비하고 더 오래 향유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들이 이렇게 키덜트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 비주류가 소비하던 문화로 여겨지던 ‘키덜트’가 21세기에 와서 새로운 관점으로 탈바꿈하게 된 계기의 중심엔 조앤 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가 있습니다. 판타지이면서도 적당한 개연성과 현실성이 반영된 <해리포터>가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됨과 동시에 청소년 판타지 문학과 성인 독서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되었고 사람들은 아이들이 가졌던 상상력을 어른들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지금 키덜트 문화의 주 고객층에 속하는 30-40대는 만화, 잡지 컬러 TV, 애니메이션, 게임 등 한국에 대중문화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한 1970년대 세대들이지만 그 당시 그들은 이런 상품을 향유할 경제적 능력은 부족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러한 압박에서 벗어나 경제적 능력을 확립할 여건과 능력이 되는 이들이 채우지 못한 어린시절의 욕망을 ‘키덜트 문화’를 통해 해소하는 것이지요.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한 추억은 생각을 가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죠. 어쩌면 그들은 반복되는 일상, 경쟁이 만연한 사회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상품을 소비하면서 그때 당시의 순수했던 동심과 행복했던 추억도 함께 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